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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Feb 13. 2022

Term 2

Week 1

역시나 슬픈 예감이 적중했어요. 새 학기 첫 주의 금요일, 어젠 과장 조금 보태서 손가락 하나 들 힘도 없었습니다. 주말을 목전하고도 오전부터 오후 내내 있던 수업으로,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뇌에 과부하가ㅋㅋㅋㅋ 그 와중에 대답한 게 신기하긴 한데 말이지요. 그것 마저도 한 박자 늦게 대답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고생이 심하면 학우들에 대해 마음이 진해지는 것 같아요. 이제사 전우가 되어 가는 것 같아 한층 가차워지고 덜 외로워진 것 같습니다. 애들아, 6월이면 이번 학기도 끝이다. 힘을 내자. 


사실 해방의 토요일인데, 중간에 딴짓을 하지 않는다면 글을 마치고 나면 숙제를 해야 합니다. 아침에도 평소와 같이 일찍 눈이 떠져서 억지로 더 디비 잤습니다. 그 덕에 100프로 충전된 폰 모양으로 상쾌하게 일어났어요.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지개를 켜고, 부엌으로 향해 사워도우 브레드를 토스트기에 넣고, 커피를 만들었고요, 남은 블루치즈를 박박 긁어 알맞게 토스트 된 빵에 발라 먹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요. 여러분들도 그런 일요일 아침이신가요? 


이번 학기의 랩 수업은 한층 간호사다운 느낌입니다. 일단 작년에 이어 끝내지 않은 vital을 돌아오는 한 주에는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맥박, 호흡수, 체온, 산소포화도, 혈압을 재는 것인데 다소 까다로울 수 있는 혈압을 제외 하고는 평이합니다. 혈압은 여러분들도 자주 재시겠지만 팔에 커프를 보통 두르지요? 팔꿈치 내쪽에 있는 brachial 맥을 짚어야 하는데, 사람마다 피부 조직의 두께나 맥의 뚜렷함이 제각각이라 평가받을 때는 복불복의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다행히 저는 피부가 얇기도 하거니와 맥이 상남자라 저를 실험자로 평가받는 누군가는 만점이 예약되었어요. 바이탈 평가가 끝나면 이어 urinary catheter을 남자/여자에게 삽입하는 것을 연습하게 됩니다. 기술이 조금씩 심화되어 가는 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제일 기대되는 정맥피 뽑기는 다음 학기에 있을 예정이랍니다. 마음이 너무 앞서 있어서 항상 그게 문제예요. 이리 오렴. 옆에 딱 앉아라. 


기쁜 소식을 하나 나눌게요. 드디어 학교에서 타대학에서 들었던 병태생리학과 인체해부학 학점을 인정해줬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학기에 마지막일 인체 해부학과 생리학 II을 저는 면제받았습니다. 자고로 작년 11월부터 계속된 이메일 문의와 문의와 문의의 승전보입니다. 물론, 입학 전에도 문의는 했지만 그 당시의 대답은 No였기에 포기하고 있었지만 결국은 돌고 돌아 이렇게 수확을 거두었어요. 열심히 공부했던 2년 전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결국은 이렇게라도 보상을 받는구나 싶어 무척 좋습니다. 왜 신나냐면요, 이번엔 과목이 꽤 됩니다. 인체 해부학/생리학 II, 영양학, 간호 진단, 약리학, Adult physical assessment, 랩 이론, 그리고 랩 수업까지 적지 않았는데 그나마 비중이 무척 큰 수업가 청강 과목이라 맴이 세상 가볍습니다. 


기쁜 소식이 있으면 나쁜 소식도 나눠야지요. 무척 황당하지만 저의 착각으로 저는 7월 이후 한국 시민권 자격을 잃습니다. 분명 배우자의 국적이 (한국에서) 외국인일 때 배우자의 국적을 취득해도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읽었는데... 캐나다 시민권이 거의 확정된 지금... 영사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배우자가 이란인이어야 한다는... 이렇게 무지한 저는 한국 여권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지요. 배우자가 가끔 놀립니다. '너도 앞으로 한국에서 일하려면 나처럼 취업비자 신청해야 하네?'라고요. 망ㅎ... 정말 망ㅎ... 망망망망망망망망망... 어쩔 수 없지요, 이미 벌어진 일... 그냥 체념하고 캐나다인으로 살 수밖에요. 에혀.


이 맴 무알콜 맥주로 적시다가 적시다가... 잠들겠습니다. 모두 happy Valentine's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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