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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Dec 25. 2021

이브의 만찬

배뻥주의

시간이 가는 게 두렵지만 (시험공부를 해야 하기에ㅋㅋㅋ) 이브와 성탄일은 일단 맛있는 걸 해 먹고 쉬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미 제 부엌의 오븐 공장은 23일부터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수걸이로 저는 약과를 도전하게 됩니다. 과연 결과는?

 

약과

약과는 만들기 과정은 무척 쉽습니다. 다만 조청, 이 녀석이 골칫거리지요.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처럼 조청 자체를 사는 게 부담스러운 게 학생의 입장에서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네, 귀찮아야 합니다. 이렇게 두 번째 조청을 다시 만들게 됩니다. 첫 번째는 보기 좋게 실패했고요, 그래서 아예 맘을 접고 있다가 도저히 약과가 아른아른거려서 다시 밥을 안쳐 만들어봤는데요, 성꽁! 제가 보기엔 그냥 꿀을 대체해서 써도 무방할 거 같은데요, 다음번 약과를 만들 때는 반죽에 넣는 조청 대신 꿀을 사용해 보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캐나다인들도 barley malt syrup이라고 부르며 조청을 먹고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엿기름 검색해보니 통밀이나 보리를 싹을 틔여 간 것이더라고요. 네? 이것도 만들어 먹을 거냐고요? 아니요... 이건 전문가의 손에 맡기고 그냥 사 먹을게요ㅋㅋㅋㅋ 



Pulao

이번엔 오늘의 점심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틀 내내 저는 앉은자리에서 세계 여행을 할 예정인데요, 오늘 점심 제가 소환한 국가는 페르시아입니다. 인도의 비리아니를 이란식으로 풀었다고 해도 될 만큼 비슷하나 간소한 풀라오인데요, 참고로 이 레시피 동영상은 제 연재 글인 <부엌에서 지구 한 바퀴> 이란 편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워낙 해먹은 음식이 많아서 다시 기억하고 찾아 해 먹기가 어렵습니다만 정말 누구나가 한 번쯤은 먹어봤으면 할 만큼 맛있기에 겨우 찾아내 오늘 점심으로 해 먹었습니다. 햄복합니다. 


chia seed pudding

후식으로는 이틀 전에 만들어 놓은 치아씨드 푸딩을 꺼내 먹었습니다. 만드는 것도 쉬운데, 식감이 더 재밌어서 자주 해 먹고 있습니다. 뭔가 개구리알을 먹게 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그렇다고 굳이 개구리 알을 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보리밥의 재미가 떠다니는 보리알이잖아요? 거기에 미끄덩미끄덩한 액체까지 더해져 외계인 음식 같아서 무척 흡족스럽습니다. 




배가 불러 뒹굴뒹굴 떼구르르 침대에서 좀 쉬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녁은 낮보다는 덜 신경 쓴 한 끼입니다. 부담 없이 들어가는 부탄의 일품, 크와 닷시를 만들었어요. 우유와 치즈가 들어가기에 매운 고추를 넣는 지혜가 있는 음식입니다만 할로피뇨가 너무 매운 녀석이 걸려서 식후인 지금 속이 쓰립니다. 미트볼은 잔반 처리를 위한 것이었고요, 빵은 이전에 만들어 냉동해둔 사워도우 브레드인데 사이좋게 두 개를 꺼내어 토스트 해서 같이 먹었습니다. 그나저나 내일 점심으로 생각해둔 음식이 후회의 위험 부담이 있어 갈등이네요. 배가 불러서 뇌가 회전되지 않고 있어요, 일단 자스민 차 한 잔 마시면서 겨울밤 소리를 즐겨주겠습니다. 현재 기온 -18인데요, 바람이 성났어요. 지붕이 있고, 창문이 있는 현실에 감사한 밤입니다. 모두 저 먼저 메리 크리스마스!

오른쪽 사진이 크와 닷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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