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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Nov 20. 2015

퇴근하는 길

청초로운 달밤, 퇴근하는 길

빈틈없이 주차되어 수그린 차들과,

그들의 주인이 자고 있는 불 꺼진 창들,

더러는 오늘의 노동열을 식히고자

티비를 켜고 넋 놓고 있을 테고,

식구들이 먹을 국을 한 솥 끓이는 중이거나,

아직 모임에 나가 한창 수다로 과열하며

목요일을 예정대로 마감하고 있을 수도 있다


오늘은 간혹 있던 언성도 없어,

명절날 비어버린 도시처럼, 낯설다

아침이면 다들 어제 눌렀던 같은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아든 현대든, 외제차를 몰고,

같은 얼굴들로 같은 얼굴들과

일하고 있겠지 어제 같은 내일,

내일 같은 오늘을 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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