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omy Day

by 유녕

우중충한 날씨


우산을 들고 있는 게

무의미한 정도의 비바람이

사방에서 들이친다


이쯤 되면 그냥

젖으면 될 것을


이렇게 치열한 전투 또한

치과 가는 여정이라

참 애석하다


다리를 오므리게 할

치를 떠는 드릴 소리에도


이는 필요한 소화 부속물이라

빈 손의 장수는

칼을 가는 자세로

계속 전진한다


45분의 공포를 견디며

오늘은 와인 한 병을

내게 선물하기로 했다


여백을 찾기 힘든

화려한 성탄 시기


식당에 종종 앉은

외지인과 나

체기를 감내하고

외로움을 채울 기세로

비장한 포크를 들고

식사를 기다리다

눈을 마주친다


예수가 의미없을 그들과

선물이 부재한 내 거실

그 어디쯤의 접점

우주의 식탁에 앉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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