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No.5

by 유녕

파를 다듬고

마늘을 다지고

두부를 썰어

뚝배기를 올린다


취사가 끝났습니다, 쿡쿠

저녁 밥을 했다


식탁 넘어로 보이는

갓 6살 된 딸아이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에 맞춰

외계어를 흥얼거리며 씰룩인다


어딜가도 튀지 않으려

맨 뒷좌석에 앉는 엄마와 달리

다른 행성에서 불시착한

아이의 자신감을 마주할 때마다

앞으로도 엘리베이터에서

식은땀 날 날이 뻔하다


학원을 다녀온 옆집 중학생 조카가

뜬금없이 이모는 이 노래 아시냐며

1970년대 노래를 들려준다


내가 그렇게 나이들어 보이나


거울을 들여다보니

마땅히 조카가 오해하게 됐다

예쁘니까 거울보지 말라는

남편의 말을 너무 신봉했다


아씨


내일은 양귀비 꽃잎 같은 루즈를

버건디 아이쉐도우에

손 떨림 없는 라인까지 그려

영혼을 갉아 화장을 할 거다

블링블링한 딸님의 노래에


나도 같이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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