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대로 27cm의 눈이
대수롭지 않게 왔다
밤새 뿌려둔 후한 염화칼슘으로
인도는 흥건한 수렁이 되었다
맞은편 걸어오는 이웃이나 나나
떨어진 바늘이라도 찾을 양
신중한 걸음마다 식은땀이 절로나
등떠밀려 헬스장을 체험한다
이와중에도, 백단 고수
건조 오디를 씹으며 걷는 아주머니
금빛 부츠로 햇볕을 몰고 다니는
멋쟁이 노신사
한적한 동네길을 파리로 만드는
바게트를 안고 눈인사 하는 청년
엄마야, 심장이야
하트 무늬 잠옷 바지를 입고
급히 버스를 좇는 여대생
나보다 잔고가 더 많아보이는
카트 가득 병을 싣고 가는 노숙자
출출함을 눈치 채고 뜬금없이
한 뭉치의 과자를 던져 주시던
외삼촌이 떠오르는
바삭한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