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엇박
너를 처음 만나던 날
빈손으로 올 수 없어
오일장에서 샀다는
고추 모종
엉뚱한 매력에
혼을 빼앗긴
2주 동안
약정 한도를 넘긴 문자 수는
대학생의 배고픈 간도
동시에 말렸다
전공이 국문이라 다행이지
문자 수를 조심히 세 가며
신중하게 보낸 메시지
거듭 검열하면서
혹시나
너무 좋아하는 걸
들킬까 봐
소주 없는 정신으로
몇 날을 보냈단다
끓어오른 마음이
무색하게
식는 것도
찰나
그때의 내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네가 내 첫사랑인 걸
내가 네 첫사랑인 걸
둘만 몰랐던
그 엇갈림
뜬금없이
기숙사까지 찾아와
쥐어주던
물망초만
우리의 어리숙함이
안타까워
고개를 떨구고
마지막 잔을 채우며
너를 잊겠다고 했는데
몇 년에 한 번씩
오늘 같은 날이면
안약일까
눈물일까
20년 전에는 못 했던
맨정신으로 꺼내보는 제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