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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끝내 도피해

정착한 집이었다


더 잃을게 없었기에

과감했고

그래서 해방이랄까

잠글 이유가 없었다


하루 종일 흐릴거란

일기 예보만 믿다

소나기만 맞는

날은 아니었던거다


이제사 하는 얘기지만

널 만나고 나서

그림자같은 불안도

불면을 잊을 만큼

더이상 떠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현관문 앞

너의 요리 냄새에

내 발이 심장을 앞서 구르고


마지막 바람이라면

출근도 퇴근도 없는

날이었다


그때는 말이다


이젠 관광객들의

포토 스팟이 된 집 앞


굳게 닫힌 파란 대문과

쭈그린 내 창문


지옥같은 빨간 벽에

정산없는 아픔—

웃음조차 소음같고

인사조차 참견같은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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