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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zakka Sep 18. 2023

245개의 진실과 기억, 245번지의 공간과 사람

전일빌딩 245



금남로일대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유년기부터 학창 시절까지 광주에서 자랐던 나는 어린 시절 엄마의 손을 잡고 쫄래쫄래 따라다녔고 학창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취미생활을 보내기도 했으며, 학원가라고 불리는 골목에서 입시경쟁을 하기도 했던 곳이다.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전일빌딩은 금남로의 랜드마크이지만 오피스건물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후, 처음으로 전일빌딩 내부에 들어가 보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금융기관과 일부 기업, 기관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던 풍경은 현재 사무실 용도가 아닌 시민문화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는 시민문화공간, 5층부터 7층은 문화 콘텐츠 창작 공간, 9층과 10층은 5.18 기념 공간, 8층과 옥상은 휴게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 10층은 5.18 기념공간으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는데 정확한 공간 명칭은 ‘19800518’으로 쓰이고 있다. 여느 역사체험전시관과 다르지 않게 이곳 역시 긴장감이 흐르며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들었다. 웃는 얼굴로 체험관을 안내해 주는 중년의 직원분 덕분에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소는 옅어지게 된다.



5.18 당시 헬기 사격 탄흔 발견


리모델링 이전 안전점검 및 현장 검증 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건물에 대한 감식을 의뢰한 결과 이 건물 10층에서 총탄자국이 발견된다. 5.18 이후 목격자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에서는 부인하던 헬기 사격설의 증거가 확인이 됐다. 이 건물에서 발견된 탄흔은 10층에서만 177개에 달하며, 3, 8, 9, 10층 외벽에서도 최소 55개의 탄흔이 발견된다. 결론적으로 당시 신군부는 적어도 220여 발의 총탄을 전일빌딩을 향해 발사했다고 볼 수 있다. 



그 현장의 모습을 10층 헬기탄흔 원형보존 공간으로 보존 처리하여 유리 스카이 워크를 통해 탄흔의 흔적과 위치를 가까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9층으로 이어지는 공간까지 왜곡된 역사, 뉴스 등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 평가 등에 관한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이끌며 관람한다. 



특히, 1980년 금남로와 전일빌딩을 중심으로 제작한 축소모형과 전일빌딩 헬기사격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영상쇼는 꽤나 인상적인 부분이다. 5분 정도의 짧은 멀티 어트랙션 영상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 공간은 무게 있는 밀도감과 현실성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전일빌딩 245를 찾는 이용객들을 위한 옥상정원은 무등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 민주광장 등을 전망하고 19800518 전시관을 관람하는 START POINT의 기능을 하는데 옥상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 이유에 대한 서사를 느낄 수 있다. 전일빌딩은 이제 과거의 단순한 사무용 건물이자 역사적 현장의 건축형태로 가 아닌 전일빌딩의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로의 스토리텔링을 담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일빌딩에 헬기 사격이 가해졌다는 사실은 수많은 목격자와 증거, 탄흔이 기억하고 있다.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245개 탄흔이 가장 명확한 증거이며 헬기 사격을 증거하는 문서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일빌딩 245의 탄흔을 지속 가능하게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5·18민주화운동을 후대에 온몸으로 알리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글 | yoonzakka

사진 | yoonzakka

내용 참고 | 전일빌딩245






매일 09:00 - 19:00 (문화해설시간 10:00~18:00) / 1월1일, 설날, 추석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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