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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zakka Dec 28. 2023

풍경을 통한 유동적 관계

키시오 스가 개인전



박서보 유작 전시를 관람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나 다시 찾은 조현화랑. 외관의 담쟁이넝쿨은 달맞이 고개와 조화를 이루며 자연 친화적 분위기를 선사하는 갤러리는 가까운 시기의 재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설레는 기분이다. 이번 전시는 일본의 모노하(もの派, mono-ha) 운동을 이끈 키시오 스가(1944~ )의 개인전이 조현화랑에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2월 18일까지 열린다. 50여 년의 화업 동안 물체의 존재 방식과 이를 보는 시각에 대해 탐구해 온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사실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모노하 예술 운동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필자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모노하는 자연과 인공물을 조합하여 유용성에서 해방된 물체 그 자체를 표상한 예술 활동이다. 키시오 스가는 물체의 있는 그대로의 만남을 통해 고유의 형태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 작품을 창조한느 것이 아니라 물체의 본질이 드러나는 것에 주목하였고 이러한 발상은 격변하는 당시의 문화 및 정치적 상황, 전통 교육 방식 등에 대한 저항과 더불어 당시 서양에서 진행된 미니멀리즘에 반응하여 일어난 운동이다.



돌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화랑에 진입하면 부산의 하천에서 수집한 몽돌 550개와 구리선 500개로 구성된 작품을 바라본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의 돌은 일정한 길이의 구리선으로 연결되어 작품과 전시장, 전시장과 외부 사이의 관계를 잇는다. 내부에 배치된 돌은 바깥 풍경과 돌과 전혀 다른 의미를 생성한다. 내부의 돌들은 돌의 고유한 형태를 유지한 채 관계의 맥락과 구조 속에 만남을 잇는 물질의 본질을 지각한다. 작가를 모르더라도 이쯤에서 작가는 물체를 재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개념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물체의 존재 방식 그 자체를 다루는 걸 보여준다는 걸 지레 짐작한다. 그 대상의 범위는 정해져이 있지 않다. 나무, 금속, 돌, 종이 등 고유의 물성을 가공하지 않은 채 공간 안에 배치한다.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물체와 물체, 물체와 공간, 그리고 공간과 사람 사이의 본질은 그대로 두며 자유롭게 한다. 그 안에서 작가는 중간에서 관계성을 통해 존재를 드러낸다. 이에 대해 작가는 “어떤 것의 한계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그대로의 한계를 파악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존재방식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운대 바다 풍경을 담은 테라스 벤치의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미학적인 건축요소를 즐기는 2층 공간은 대형작품과 실험적인 설치 작품들이 전시될 만큼 그 규모가 상당하다. 이러한 장소적 특징을 활용한 작가의 평면 작업들은 물체 내부의 다중 구조 공간을 드러나는데, 캔버스 틀 내의 강조된 구조의 오브제들은 물체를 활용한 회화적 구성의 모방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실제 탐구하는 것은 물체의 두께, 길이, 높이, 폭과 같은 입체의 존재 방식의 표현이다. 그리고 캔버스 경계 안의 물체는 물체와 물체, 전경과 후경, 존재와 무존재의 연속된 나열을 통해 관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연출한다.



작품은 경쾌하면서 재밌는 모습을 보이면서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무질서하게 연결된 물체는 연속되어 생각을 끝없이 확장하게끔 한다. 상대가 되는 서로에게 의지하여 존재하는 성질을 질서로 연결하는 것을 상호의존성이라고 한다. 자연 그대로의 물체와 물체가 서로 의존하고 연속되어 존재한 듯 자연물과 인공물의 만남은 무질서에 의존하는 구조와 구조에 의존하는 무질서로서의 총체를 대변한다.



캔버스 종이를 연상케 하는 공간과 달맞이길의 풍경과 함께 특유의 평면 오브제 작업과 전시장을 재해석하여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풍경을 통한 유동적 관계를 경험케 한다.






- 영업시간

월 정기휴무(매주 월요일)

화 - 일 10:30 - 18:30

- 조현화랑 주차장 이용 


글, 사진 | yoonzakka

내용 참고 | 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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