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친 부산은 근대도시로 탈바꿈하였지만 일제 수탈 기구들이 밀집함과 동시에 외세 침탈의 최대 피해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으로 부산에는 그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중 일제의 대표적인 경제수탈기구였던 (구) 동양척식주식회사는 부산지점은 외세지배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1920년대 건립된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서구양식이 도입되는 당시 건축의 경향을 알 수 있는 건물이다. 특히 건물은 신축 당시 철근콘크리트 구조, 철골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세 가지 방식이 적용되었는데 한 건물에 세 가지 구조가 복합적으로 사용된 경우는 드물다.
중앙역에서 올라와 길 건너 바라본 건물의 외관은 앙상한 나무들을 배경으로 적나라하게 뽐내고 있고 건축 당시 형태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1920년대 근대 건축에 서구양식이 도입되던 시기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초기 모더니즘 건축양식이 드러나며 외벽 중앙에는 넝쿨 문양의 부조와 창호 주변은 연꽃 모양의 부조로 장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일본이 설계한 근대건축물에는 유독 장식이 다양하고 화려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식민주의에 영향을 받은 건축에 나타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 이와 관련된 논문에 흥미로운 요소들을 많이 접했는데 이 부분은 내용이 길어질 수 있느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소개해 보도록 하는 걸로 하자.
건물에 들어가기 전, 현재 이 건물은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방 이후, 부산에 진주한 미군의 숙소로 사용되었다가 정부 수립 이후 1999년 반환 전까지 미국 문화원으로 사용되었고 이후 보수를 거쳐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2023년 다양한 전시와 도서관, 부산의 기록물들을 관람 가능한 인문학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권위적인 외관과는 달리 몰입감이 형성된 전이공간을 따라 들어가면 높은 층고를 활용한 탁 트인 로비를 마주한다. 도서관의 기능에 좀 더 중점을 두어 전체적으로 편안함과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기획되었으며 로비에 남아있는 시기별로 추가된 다양한 형태의 기둥을 통해 건축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게 했다.
해방 이후 미국문화원으로 사용되던 시기 2층으로 증축된 건물은 현재와 같은 3층 구조를 띄고 있다.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1층에 철골 기둥을 추가 배치했고, 2003년 부산근대역사관으로 변경하면서 전시 공간인 3층의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2층에 기둥이 추가되었다.
산에 올라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제 맛이듯 이 건물 역시 2층에서 내려다보아야 감상하는 맛이 있다. 1층 로비에서 뻥 뚫려 있는 층고에서 느껴지는 압도감을 느꼈다면 2층에서는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적용된 구조와 몰딩 디테일 등을 전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다.
2층을 향하며 발을 딛는 계단은 1982년 방화사건 이후 배면부 일부와 좌측면 일부, 2층의 일부 개방 구조부분이 추가 증축되었다. 정문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역시 함께 조성된 걸로 신축 당시 조성된 계단과는 다르게 테라조 패턴의 형상을 띄고 있다.
천장과 맞닿은 2층에서 건물의 구조를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당시 서구양식이 도입된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통해 건립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신축 당시 철근콘크리트, 철골,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 세 가지 방식이 적용되었는데, 한 건물에 세 가지 구조가 복합적으로 사용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노출된 2층 천장을 통해 신축 당시 철골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데 건물에 적용된 세 가지 공법을 간략하면 다음과 같다.
철근콘크리트 구조(Reinforced Concrete)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 철근을 넣어 강도를 높인 공법으로 건물의 기초와 바닥, 벽체, 중2층을 구성할 때 사용되었다.
철골구조(Steel)
1920년대 중반부터 공장 지붕이나 교량 등의 트러스 구조에 사용되기 시작된 공법으로 대표적으로 영도대교가 있다. 하지만 건물과 같이 콘크리트 구조의 건축물에 사용된 경우는 드문데, 2층(현재 3층)의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철골 보를 설치하였고, 철근콘크리트 보보다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트러스 구조: 부재를 삼각형 그물 모양으로 파서 하중을 안정적으로 지탱시키는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Steel Reinforced Concrete)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지진에 취약한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을 보완하고자 구조물에 내진성을 부여하는 일본의 독자적 발상에서 발전한 공법으로, 일본을 제외하고는 사용된 예가 드물다. 건물의 1층 기둥과 2층(현재 3층) 보에 이 공법이 사용되었고, 철근콘크리트보다 기둥이나 보의 단면적을 적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근대건축물은 당시 시대상에 따라 철근콘크리트 혹은 철골구조를 띈 형태의 건물이 대부분이다. 도시 근교의 창고를 리노베이션 한 복합문화공간, 카페 등에서 흔치 않게 접할 수 있는데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Steel Reinforced Concrete)는 발견하기 쉽지 않은데 현대에 들어와 대표적인 건축물이 있다면 서울종로타워가 있다.
2층의 책마당은 1층과 다르게 대청마루 형태와 같이 좌식의 구조와 창호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통일감을 부여했다.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즐기거나 휴식을 위한 사람들을 위한 곳으로 조성되었지만 획일화된 공간과 아치의 디자인 요소가 없이 넓은 시야를 제공하게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한국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건축물인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은 격동의 역사를 거친 부산에 남아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역사적 장소에서 부산의 근현대사를 직접 보고 느끼며 건물이 제공하는 다양한 구조와 기록물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장소이자 때로는 평온한 쉼터의 공간으로서의 지역민들을 위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영업시간
월 정기휴무 (월요일 포함인 연휴의 마지막 휴일 다음날 휴관)
화 - 일 09:00 - 18:00
- 용두산 공영주차장 이용
글, 사진 | yoonzakka
내용자료 | 부산근현대사역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