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핸드 남산점
오랜 시간 향의 일상화를 꿈꾸는 국내 향수 브랜드 그랑핸드의 오프라인 스토어는 그랑핸드가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것이 담겨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그랑핸드 오프라인 스토어는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향을 경험하러 전시된 제품을 구경하러 갔던 경우가 많았다.
그랑핸드만의 공간 매력을 선보이는 곳들은 서울의 다양한 장소에 로컬 기반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전개해나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그랑핸드 남산점은 파노라마 뷰를 통해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이 특히 매력적이라 이제껏 다녀온 곳들 중에 인상이 남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2023년 4월 28일 그랑핸드 남산점이 리뉴얼을 통해 재오픈했다.
공간과 향은 직접 경험할수록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공간의 요소들에 살갗을 직접 닿으며 느끼는 시선들, 곳곳에 내려앉아 머무는 향의 온기들은 잡히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새로운 모습을 갖춘 그랑핸드 남산점은 기존 4층에서 3층으로 한 계단 내려앉았고, 기존에 그랑핸드가 있던 자리는 ‘콤포타블’ 2호점이 자리를 대신했다.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소월길 위에 자리 잡은 이곳은 후암동의 숨겨진 비밀장소나 다름없었다. 길게 늘어진 후암동 언덕배기를 따라 이곳에 도착하면 넓은 창을 통해 바라보는 후암동의 모습과 저 멀리 보이는 서울의 빌딩 숲까지. 서울의 단면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이곳을 그랑핸드 남산점은 서울의 풍경만 남긴 채 매장 공간 이외에 '비움의 공간'으로서 티 라운지를 준비했고, 이곳에서 그랑핸드의 향과 감정을, 어지러운 생각과 마음을 풍경 속에 던져 비움의 시간을 가지길 바랐다. 오로지 이곳을 찾아와 주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이 비움의 공간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아, 어쩌면 사라진 게 아니라 '콤포타블'에 양보했을지 모르겠다. 훨씬 더 넓은 서울의 풍경과 계절마다 바뀌는 햇살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장소로 다시 태어난 이곳에서, 콤포타블만의 스페셜티 커피와 정성스럽게 준비한 디저트를 즐기며 비움의 시간을 더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끔 말이다.
3층으로 내려와 매장 입구를 마주하는 벽면은 마치 지중해 어딘가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축 양식이 특징이다. 이제껏 그랑핸드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공간 연출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의 스튜디오를 연상케 하던 화이트 구조를 베이스로 매장공간과 티라운지로 구분되던 양분할 구성은 정적인 동네의 분위기와 남산이 지닌 푸릇함을 지닌 이곳에 어울리는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은 중앙을 비워 탁 트인 레이아웃을 통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그랑핸드 특유의 자연 친화적 느낌과 가까워진 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확실히 다른 매장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며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공간 전체적으로 나무 위주의 구성은 따뜻함을 전달하고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곡선을 따라 유려하게 오픈된 진열 테이블과 각 벽면의 제품 진열 구성은 공간 전체를 둘러보게 하는 동선을 따르게 한다. 덕분에 방문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랑핸드의 모든 제품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더라도 답답함이 덜 느낌과 동시에 운영상 어려움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돌의 질감이 느껴지는 벽면과, 엔틱 한 바닥 타일, 깔끔한 화이트 천장, 코르크와 나무, 질감이 느껴지는 구조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소 거친 텍스처들은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가운데 일부는 잘 만들어진, 일부는 자연스럽게 러프한 형태를 갖춰 공간에 다채로운 시선을 더한다. 텍스처 요소들은 그랑핸드의 마음과 온기가 전달되는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제품이 가진 특징과 용기 등이 지닌 질감을 더욱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매장이 위치하는 지리적, 장소적 특성에 따라 다른 분위기와 공간에 어울리는 향으로 그랑핸드는 브랜드를 전개한다. 한옥을 기반으로 역사의 한 축을 함께하는 북촌과 소격점, 주변 상권들과 어울리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의 도산점 등 저마다 다른 감성을 지니고 있기에 직접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기분 좋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영업시간
주중 12:00 - 22:00
주말 11:00 - 22:00
- 주차 가능
글, 사진 | yoonzakka
내용참고 | GRANH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