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핸드 도산점
독특한 변화를 거쳐 다시 부활한 압구정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자리한 그랑핸드 여섯 번째 매장 도산점은 그랑핸드의 한강 이남 지역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다.
‘MZ세대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그랑핸드 오픈 소식을 접했을 때와 시간이 흘러 방문하는 순간까지, 매번 오프라인 공간의 위치를 선정할 때마다 브랜드가 고수하는 기준에 이곳이 과연 어울릴까?
하지만 90년대 최고 ‘핫 플레이스’였던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국내 1호 맥도날드 매장과 최도 원두커피 전문점 ‘쟈뎅’ 등 새로운 문화의 요람 역할을 했던 이곳의 역사적・장소성을 보면 향의 가치를 통해 뚜렷한 존재감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그랑핸드의 기준의 새로운 방향성이 아닐까 싶다.
매번 다른 컨셉과 분위기로 공간을 구성하는 그랑핸드는 도산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중 눈여겨볼 요소는 공간의 ‘소재’와 ‘질감’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장 입구에 들어서 하얀 통로를 지나면 모래가 섞인 아이보리톤의 벽과 네 개의 매대가 배치되어 있다. 체리무늬목과 메이플 원목이 조합된 매대는 따뜻하고 은은한 분위기를 연상한다.
그랑핸드의 벽과 천장은 질감이 드러나는 돌가루 도장 페인팅이 사용되었고 벽면의 매대는 전체를 활용하여 다른 매대와 다르게 무늬결이 강하게 드러나는 오크목을 통해 강조성을 더했다.
목재를 소재로 이루어진 공간은 향수를 만드는 과정과 연관성이 있다. 향수에서 노트(note)는 향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나타낸다. 그리고 노트에는 나무 계열 향 원료가 많이 사용된다. 나무의 다양한 수종과 질감은 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한다. 공간도 마찬가지로 목재는 흔하지만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과 느낌이 달라진다.
질감이 느껴지는 요소는 ‘레진’ 벽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방문객들이 처음 마주하는 레진벽은 패브릭 소재가 결합되어 만들어졌다. 레진벽은 도산점의 전체적인 공간 중심을 잡는다. 살구색을 띠는 레진벽은 패브릭 위로 붓터치가 들어간 질감이 표현되어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빛의 연출이 향수의 잔향처럼 표현됐다.
기존의 그랑핸드에서 느낄 수 있던 고즈넉함과 평온함과는 거리가 먼 그랑핸드 도산점은 끊임없이 트렌드를 좇는 문화가 집대성한 복작한 골목에서 어떤 여유를 줄 수 있을까? 향을 좋아하는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설렘을 자극하는 곳, 편안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 그 어떠한 것이든 개인의 취향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이 골목에 그랑핸드의 향이 은은하게 퍼져 오래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 영업시간
매일 11:30 - 21:00
- 인근 '강서면옥' 주차장 이용
글, 사진 | yoonzak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