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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zakka Feb 28. 2021

자연과 건축과의 만남

뮤지엄 산


00 복잡한 것들을 비우기 위해 하는 일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가 무거워지고, 무한한 고민의 굴레에 빠졌을 때, 내 감정의 그릇이 차고 넘쳐흐를 때, 나는 창밖을 바라본다. 가장 가까운 집에서부터 동네 카페 창가 자리에 앉거나, 창밖을 통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가 어디든지 내 시선을 다른 쪽으로 유인할 곳이 있는 게 중요하다. 가만히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다이내믹하고 사실적인 모습들을 보며 엉켜있는 생각들을 조금씩 풀어낸다. 무거운 머리가 가벼워지니 마음도 같이 비워진다. 그렇게 창밖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도 든다. 


'차경'  말 그대로 경치를 빌린다는 뜻이다. 가지려 하지 않고 잠시 빌려서 즐긴다. 건축적 정의에서 창의 의미는 '방 안과 밖을 소통하기 위해 벽에 뚫은 구멍'이다. 창을 통해 사람과 밥상이 드나들고 목소리가 들리며 바람이 흐른다. 햇빛도 빠질 수 없는 주요 이용객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소통에는 보는 것도 있다. 바로 경치 감상이다. 창을 통해 무엇을 보는가는 한 평생 사람의 감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환경요인이다. 그러니까 '차경'이라는 미학은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고 우리는 스스로와 소통을 하는 일이다. 


한옥의 미학에서 바라보았을 때. 창을 창으로 보지 않았다.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액자로 봤다. 선조들은 집에서 앉아 다양하게 변하는 외부의 풍경을 보며 즐겼다. 풍경 요소를 그대로 존재하게 한 뒤 그것을 빌려서 살아있는 풍경화를 그렸다. 붓 한번 들지 않고 물감 한 번 찍지 않고 다양하게 변하는 풍경화들을 집안 곳곳에 걸어둔 것과 마찬가지였다. '넓은 창을 통해 바깥 경치 보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능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다면 바깥 경치를 즐기기 위해선 꼭 큰 창이 필요하나요? 집이 아닌 어떤 장소일지라도 큰 창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공간이 큰 창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런 요소들을 충족하기 위해선 넓은 공간이 필요로 요구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 자꾸만 외부로 나설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복잡한 일상을 겪게 되며 삶의 여유를 잊고 지내는 모습을 보며 건축가는 꿈을 꾼다. 이 장소에서만큼은 잊고 지낸 삶의 여유와 자연과 예술 속에서의 휴식을 선물해주고자 했다. 건축가 개인의 철학은 공간의 전체의 큰 목표점이 된다. 자연의 품에서 정처 없이 마음을 따라 산책하는 공간. 산속에 감춰진 또 다른 세계, 뮤지엄 산이다.  



01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다


건축을 관련된 전공을 한 사람이거나 혹은 건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건축가가 있다. 건축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축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람. 바로 안도 타다오다. 안도 타다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노출 콘크리트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건물을 짓기 위해 구조적인 재료로 사용이 되었을 뿐, 내외부는 모두 수많은 재료들로 마감이 입혀졌다. 우리가 입는 옷에도 많은 종류가 있듯이, 건물에도 다양한 옷의 종류가 있다. 벽돌을 잘라서 붙인다거나, 철판을 붙이거나 혹은 목재를 붙이기도 한다. 내부에는 벽지를 붙이거나 페인트를 바른다거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콘크리트는 사실 보이는 재료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몸을 지탱하는 뼈대가 있듯이 콘크리트는 그 뼈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노출 콘크리트 말 그대로 그 뼈대를 노출하는 기법이다.


그럼 안도 타다오는 모든 건물에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그는 자연의 요소를 건축의 재료로 편입시켜 사용하기도 했다. 크게 보면 물과 빛인데, 그는 빛이 들어오는 범위를 예상해서 공간을 조율하고, 물의 성질을 이용하여 사물에 반사하는 모습까지도 계산을 해 공간에 표현하곤 했다. 뮤지엄 산에는 안도 타다오의 대표적인 재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물과 빛, 돌 그리고 콘크리트이다.



입구에 다다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돌이다. 산속에 감춰진 공간답게 수 없이 쪼개진 돌무더기들로 형성되어  마치 우리나라의 산성처럼 산을 끼고 있는 느낌이 든다. 건물의 입구는 그 건물의 첫인상을 나타내고 그 여운은 끝까지 간다. 노출 콘크리트가 아닌 돌을 사용한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성벽처럼 쌓인 돌벽은 내부에 들어와서도 이어지고 하나씩 쌓은 정성이 느껴진다. 일직선으로 깔끔하게 마감된 노출 콘크리트와는 대조되어 더 두드러지게 보인다. 입구를 지나 경치를 빌려 산책을 하다 보면 고요한 물의 정원이 드러난다. 무거운 돌로 끊임없이 쌓인 박물관은 보기만 해도 묵직하게 느껴지는데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져 가볍고 고요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는 물의 반사 성질 때문인데 이를 더 극대화하기 위해 또 다른 디테일을 찾아볼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물아래로 깔려 있는 해미석이다. 물은 검은색에 담겨 있을 때 더 선명한 풍경을 반사시킨다. 날이 좋은 날에는 내부에서도 물의 연흔 효과를 관찰할 수 있다. 



박물관을 거닐다 잠시나마 외부의 물결을 품고 들어오는 빛의 풍경을 마주하면 더욱 돋보이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02 자연의 모습을 빌리다


대부분의 박물관 혹은 전시관을 살펴보자. 입구를 들어가 마주하는 인포데스크에서 티켓을 발권하고, 옆에 있는 전시장 입구에서 검수를 하고 우리는 입장을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또 다른 전시장으로 이동을 한다. 전시의 관람동선은 모두 실내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가장 일반 동선이다. 전시디자인을 하고 있는 나 역시 공간을 설계할 때 우선적으로 동선을 고려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동선 계획은 일반적인 동선을 따르게 된다. 하지만 뮤지엄 산은 오솔길을 따라 웰컴 센터, 잔디주차장을 시작으로 플라우 가든, 워터가든, 본관, 스톤 가든 그리고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어져 있다. 안도 타다오는 사람들을 단순 내부만이 아닌 외부의 자연 경치를 빌려 산책을 하게 했다. 조금은 멀게 느껴지겠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잊고 지낸 삶의 여유와 자연과 예술 속에서 산책을 통한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매표소와 전시장 입구가 붙어 있었다면 이런 동선은 나올 수가 없다.



본관을 향해 가는 길에 위치한 플라워 가든은 꽃이 만발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자작나무의 잎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자연을 거닐며 보이는 매끈한 콘크리트 모습 뒤로 보일 듯 말듯한 뮤지엄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Archway는 물의 정원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본관을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는 건축과 사람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한다. 그림 같은 풍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뮤지엄 산에는 다양한 액자들이 많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이어지는 벽과 바닥은 다양한 액자를 형성하고 다양한 풍경을 담아낸다. 동선에 맞춰 다음 장소의 정원이 보이거나, 사람의 눈보다 낮게 창을 만들어 물결을 감상한다거나 차경의 건축적 기법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03 건축의 철학을 담다


뮤지엄 산은 네 개의 윙(wing)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들로 연결되어 대지와 하늘을, 사람으로 연결한다. 삼각형의 공간을 둘러싸며 내려가면 다양한 삼각형의 공간과 날카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묵직한 노출 콘크리트에 날카로운 삼각형의 형태는 압도적인 시각을 자극한다.



삼각 코트의 날카로운 형태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빛은 아래로 빨려 들어오는 느낌을 주고 바닥의 석재는 건물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04 자연에서 느끼는 평온함


명상관과 제임스 터렐관을 사이로 둔 스톤 가든은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했다. 곡선으로 이어지는 스톤 마운드의 산책길을 따라 대지의 평온함과 돌, 바람, 햇빛을 만끽하며 느린 걸음으로 마음을 따라 산책을 하며 만나는 자연, 이 만남이 잊히지 않은 '기분 좋은 만남'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박물관과 전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말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하러 발걸음을 향하곤 했다. 특히 나는 전시디자인을 하고 있기에 새로운 영감이나 자료들을 수집하고 공부하러 전시를 보러 가는 목적이 가장 크다. 작품의 사진과 정보를 수집하고 전시의 기획과 구성이 어떤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메모하고 담는다. 그렇지만 뮤지엄 산은 조금 다른 목적을 가지고 갔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목적 없이 자연을 거닐며 평온을 찾고 싶었다. 이곳에 들리는 모든 사람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머무르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글 | yoonzakka

사진 | yoonzakka






월 10:00 - 18:00

화 10:00 - 18:00

수 10:00 - 18:00

목 10:00 - 18:00

금 10:00 - 18:00

토 10:00 - 18:00

일 10:00 - 18:00   

- 17:00에 입장마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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