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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zakka Mar 28. 2021

도시를 연결해주는 매듭

Space K



00 서로를 이어주는 기술


매듭(每緝)이란 한 가닥 또는 두 가닥 이상의 끈이나 줄을 이용하여 맺고 엮고 짜는 것으로, 앞뒤 모양이 똑같고, 중심에서 시작하여 중심에서 끝나며, 좌우대칭의 형태를 갖고 있다. 맺고, 엮고, 짜는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관습적으로 쓰인 기술이다. 이러한 매듭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기잡이 그물이나 사냥용 채집 용구 등의 생활용구나 뉴의(紐衣)의 존재를 볼 때 매듭은 자연발생적인 것으로 보인다. 실내장식용품, 복식 용품, 궁중 용품 등 사회 전반적으로 매듭은 사용되어왔고, 조선시대에 들어와 우리나라 전통매듭은 그 기능이 가장 활발하게 발휘되었고 그 속에서 선조들의 격조 높았던 생활을 엿볼 수가 있다. 글을 작성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나라 매듭이 중요 무형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되어있다는 걸 알았다. 매듭의 한자의 뜻이 말해 주듯 ‘매 가닥을 엮어 모은다’는 뜻으로 하나의 끈을 가지고 세 마디 이상의 교차점을 이루며 중복의 형태를 맺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전통매듭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세 점 이상이 한 선 위에 교차하면서 이루는 형태이다.

둘째, 앞면과 뒷면이 같다.

셋째, 좌우대칭이다.

넷째, 쉽게 맺고 쉽게 풀 수 있어야 하며, 일부러 풀 때까지는 풀리지 않는다.

다섯째,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두 가닥으로 맺어진다.




01 머물고 싶은 공간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광화문광장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현대에 들어서서 궐문으로서의 명칭보다는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을 포함한 그 주변을 통칭하여 불려 쓰이는 감이 더 크다. 조선시대부터 핵심 행정 업무를 담당했던 광화문은 지금도 그 역할의 중심이며 서울의 역사를 포함한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점심을 먹고 난 뒤 남는 시간에 산책을 하곤 한다. 시청 인근에서 점심을 먹은 뒤, 덕수궁 돌담길부터 정동거리를 지나 각 국의 대사관을 거닐게 되는데, 거리를 걷다 보면 종로구(행정구역상 종로구이기에 그렇게 표현하기로 한다.)의 도시체계는 행정, 문화시설을 중심으로 도시가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덕수궁 인근에는 각 국의 대사관들과 같이 행정, 상업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 시절 정치적 혼란의 중심이었던 덕수궁이 주무대였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입지가 될 수 있었고, 행정, 상업, 연구, 문화 등 다양한 산업의 발달을 가져왔고 지금도 그 연장선에 머물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그 과정을 지켜보게 되면 조금 더 머물러서 그 관계들을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조금 다르게 머물고 싶은 공간들도 물론 존재한다. 서울에 위치한 마곡지구는 연구와 업무, 상업시설들이 주를 이루며 격자 체계를 유지하며 도시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마곡지구의 두 주요 녹지축, 즉 서울식물원과 이어지는 남북방향, 그리고 지하철 5호선을 따라 형성된 동서방향이 교차하는 중요한 도시 매듭(Urban Node)이다. 이는 ‘스페이스 K 서울’이, 고밀도의 도시 속에서 녹지 보행/휴식 공간과 더불어 문화를 매개로 한 새로운 공공장소로서의 미술관으로서 기여할 특별한 조건이 된다.



격자 도시 블록 일부를 비워 만들어진 공원의 내부에 지름길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듯, 다양한 방향에서 공원 내부로 수렴하며 호(弧, arc)를 그리는 보행 길들은, 장방형의 공원을 세 개의 완만한 녹지 마운드들과 미술관으로 분할, 구성한다. 매립지이기에 평활했고 3면이 도로에 면한 공원 부지에 이 네 요소들은 잔잔한 지형적, 공간적 변화를 주며, 계곡과 같은 정중동의 아늑한 공간을 그 중심에 만들어 방문자가 머물고 싶도록 한다.



고층 건물이 가득한 산업단지 내에 자리 잡은 낮은 콘크리트 건물은 주변 콘테스트와 비교했을 때, 잔잔한 느낌과 접근성이 용이한 느낌을 준다.




02 경계가 없는 공간


사선으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곡선을 따라 건물에 진입하게 되면 콘크리트의 외압이 주는 딱딱함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이어지는 통로에 들어서게 되고, 자연스럽게 건물의 옥상에 들어서게 된다. 
 


건물의 옥상에 들어서긴 했지만 옥상과 연결되는 계단과 경사로에서 내가 지금 미술관 건물에 있다는 느낌보다는 공원의 일부에서 조금 더 높은 경사로에 올라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공원에서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들어오게 되고, 미술관에 호기심을 갖게 한다.



자연스럽게 동선을 유도하는 콘크리트 계단을 올라가면 주변 산업단지를 더 크게 경험할 수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뒤에 보이는 건물 역시 동일한 재료로 마감이 되어 마치 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까지 한다.


 



03 변화를 받아들일 비워진 공간


로비를 지나 내부를 들어오면 여기가 전시관이라고?라고 할 정도로 간결하게 구성이 되어있다. 마곡 산업단지의 특성을 결합하여 기술을 융합한 현대미술의 경향을 많이 보여주는 전시를 많이 구성하는 게 이 공간이 특징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게끔 비어져 있었다. 전시라는 분야 자체가 다양한 예술영역을 넘나들고 분야에 따라 조도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런 영역을 자 율롭 게 구성할 수 있게 하는 가벽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과 3개의 천장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은  어떤 전시영역이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내부를 비춘다.(물론 미디어 중심은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외부에서 바라보았을 때 보이는 건물의 레벨은 내부의 규모를 어느 정도 작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3m의 낮지 않은 천정과 곡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점진적으로 높아져가는 천정은 다양한 연출과 변화무쌍한 전시의 구성을 요구하는 전시의 특성을 완만하게 해주려고 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또한, 앞서 말했듯 전시 가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시가 주를 이루다 보니 자연스러운 조명의 배치를 요구하게 될 텐데, 천정보를 이루는 모듈을 기준으로 자유롭게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섬세함도 놓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건축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전시공간에서 이런 디테일을 찾기는 정말 힘든 컨디션이다. 


기업에서 미술관을 짓는 일은 이제 익숙한 현상이 되었고, 도시개발산업단지인 마곡 산업단지에 들어선 첫 문화공간 Space K가 앞으로 지역의 매듭의 역할을 하게 될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지는 이제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도시적으로 랜드마크의 기능으로서의 역할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예술영역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시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현재 Space K는 개관 이후 2번째 기획전시 미국 마이애미 출신 쿠바계 화가 헤르난 바스(Hernan Bas) 1978~ <모험, 나의 선택 Choose Your Own Adventure>(2021.02.25 - 05.27) 전이 열리고 있다.


글 | yoonzakka

사진 | yoonza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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