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휴대폰 중독자입니다. 하루 7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까지 휴대폰 화면 속에 갇혀 지낸
6 년의 시간과 휴대폰을 끄고 난 뒤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2025년 8월 6일 휴대폰 OFF 3일 차
#핸드폰단식
#배달끊기
취침시간 새벽 1시 44분 - 9시 48분
분명 라디오 알람은 들었는데 끈 기억은
나지 않고 평소보다 3시간 늦게 잤다.
일어나자마자 벌써 수요일이라는
사실에 한숨을 쉬었다.
쉬고 있는데도 다 불안했다.
어제 믹스커피 한잔, 아이스 블랙커피 한 모금,
나가는 길에 아이스라테 한잔,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라테 한잔,
집에 와서 아이스 블랙커피 한잔,
야채사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 라테 한잔...
마지막 커피를 다 마신 시간이 밤 9시였다.
대략 유추만 했는데 4샷 정도 마셨다.
평소 두 배의 양이다.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아 끊임없이 뒤척였다.
도파민이 없으니 카페인이라도 가져오는 걸까?
생각해 봤다.
평소보다 시간은 살짝 길어진 느낌이다.
반신욕을 하며 한국 앤 컴퍼니그룹에서
나오는 MiU 계간지를 읽었다.
평소 습관은 물을 받으며 폰을 보는데 욕조에 물을 채우고 들어가지 않고 물을 틀어놓고 몸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서 핸드폰을 본다.
그럼 물소리와 폰 소리가 겹치면서 물소리가 거슬리기 때문에 빨리 물이 차기를 기다린다. 나는 성격이 정말 급하다. 욕실에서 폰을 볼 때마다 벽걸이 거치대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폰으로는 영화나 드라마를 켜놓고 손으로는 쇼츠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제는 폰 대신 계간지를 읽으니
물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계간지 내용 중에 일반인도 세계일주 항해에 도전할 수 있는 클리퍼 요트 레이스가 8월 영국에서 출발한다. 내년 봄에는 그들이 통영에 도착한다. 부분을 읽을 때 물소리와 어울린다고도 생각했다.
잠시 마음이 고요했다.
3년 전 이 계간지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나보다 20살쯤 많은 분과 거래처 직원과 약속을 했는데
그분이 본인 사무실 근처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논현역으로 갔다. 한 시간쯤 늦으셨다.
기다리며 내리막길에 있는 중형 카페에 갔는데
그곳에 꽂혀있던 계간지이다.
폰 보는 걸 당연히 선호했지만 메인 페이지의 색감에 매료되어 펼쳐봤는데 내용도 편집도 전체적인 구성도 훌륭했다. 색감에 관심이 많고 잡지 보는 것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편집이나 색감을 먼저 봤다.
이 계간지를 편집한 사람은 가구디자인이나 인테리어를 해도 잘하겠네.. 생각했다. 게다가 1년에 네 번 무료 배송 해준다는 내용이 있어서 그때부터 신청해서 보고 있는데 이 계간지로 대략적인 1년의 흐름을 예측하곤 했었다. 그렇게 예쁘다고 생각하던 계간지를 뜯지도 않고 쌓아뒀었다. 오랜만에 읽었는데
여전히 구성과 편집이 꼼꼼하다.
어제 뒤늦게 마트에 간 이유는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으니 음식을 계속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 냉장고 재고현황에 야채가 상추랑 양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통해 네이버로 쓱배송을 주문하려고 시도했는데 결제 상황에서 핸드폰을 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려고 했던 목록을 다시 살펴봤다.
휴지 쌀 세제 고춧가루 설탕 소금 숙주
양배추 마요네즈 애호박 마늘
야채가 필요해서 쓱배송을 보다가 무료 배송비에 맞추려고 미리 사놔도 되는 쌀 휴지 세제를 담은 것이다.
쓱배송을 닫고 동네 시장에 가보았다. 기존 야채 가게는 다 닫았고 한약재와 같이 야채를 파는 곳은 열려 있었다. 그곳에 있던 파프리카, 둥근 애호박, 감자를 샀다. 요리의 계획에 의한 구매가 아니고 그곳에 있는 것 중에 싱싱해 보이는 것만 샀다. 특히 둥근 애호박은 시골에서 갓 따온 느낌의 불규칙한 모습이었다. 마트의 매끈하고 반듯한 애호박보다 정감이 갔다.
작은 마트에 가서 숙주와 유부초밥 재료를 샀다.
집에 와서 정리를 하다가 깨달았다.
쌀이 진짜 없다.
밥통에는 한 그릇 정도의 밥이 남아있었다.
밥을 할 때 쌀을 다 부으면서 오늘은 먹을 수 있겠네 생각했는데 싱크대 아래에 있던 팥, 콩, 수수 꾸러미를 쌀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사두었던
모둠곡식인데 쌀인 줄 알았다.
밥통에 남은 밥을 바라보다가 어차피 한 끼만 먹을 거니까 저 밥에다가 야채볶음을 듬뿍 먹자고 생각했다.
어젯밤에 잠이 안 와 TV 채널을 돌리다가 인간극장을 봤다 90대 할머니께서 대추 호박 시래기 등을 말리는 장면에 눈이 갔다. 점심때 호박을 썰다가 어차피 다 못 먹을 텐데 반은 말려 볼까 싶어서 세탁기 위에 널어놨다. 베란다는 에어컨의 영향권이 아니라
이 정도 더위면 금방 마를 것 같았다.
핸드폰을 끄고 나서 처음으로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