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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Jul 15. 2016

10. 믿음직한 셀러가 되기 위한 멀고도 험한 길

그리고 돈을 버는 셀러가 되는 길은 더더욱 힘들다

한땀 한땀 장인 정신으로 양말 300켤레를 곱게 포장해 미국으로 보내놓자마자 들어온 첫 주문이 양말이 아닌 중고책이라니.. 처음엔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왔지만 그래도 일단 셀러가 되자마자 들어온 첫 주문이란 사실에 신이나서 바로 주문을 확인했다.


나의 첫 판매 상품은 바로 이 것 - "뽀로로와 함께하는 사물 한글 카드 100장" 이었다. 

뽀통령은 미국 아마존에서도 건재하다

뽀로로는 유튜브에서 14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세계적 셀렙..이 아닌 캐릭터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국 교포 부모님들이 아이의 한글 교육을 위해 뽀로로 한글책을 구매하지 않을까 하고 등록해두었던 것인데 의도와는 다르게 미국인이 한국어 학습용으로 구매했다. (나중에 구매 피드백에 한국어 배우려고 구매했다 그래서 알았음.) 뭐 의도야 어찌됐든 일단 상품은 내가 등록한 가격 $18.99에 기본 배송비 $3.99를 더하여 $22.98에 팔렸다. 여기서 판매 수수료 $4.2를 뺀 나머지 금액인 $18.78이 14일 주기의 정산 날짜에 맞추어 나에게 입금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지금 나에겐 재고가 없으니 바로 알라딘에 접속해서 중고 상품을 검색했다. 그러나 여기서 난관에 봉착했다. 내가 분명 상품을 등록할 때만 해도 이 상품의 중고 가격이 9,000원 안쪽으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최저가가 9,800원이었다. 게다가 유료배송이라 배송비를 합치면 12,300원으로 알라딘에서 파는 신상품 가격인 12,000원(+무료배송)보다도 300원이 더 비싼 웃기는 상황. 혹시 다른 곳엔 더 싼 상품이 있을까 하여 인터파크나 예스24, 교보문고 중고까지 뒤적여봤으나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번에 계산해놓은 한국-미국 배송비 9,700원과 국제운송사로 보내는 국내택배비 3,000원까지 더하면 12,700원. 여기에 상품 가격 12,000원을 더하면 24,700원이고 원달려 환율이 대략 1,150원선이니 달러로 환산한 비용만 $21.47이다. 아까 내가 수수료 빼고 나에게 입금될 돈이 $18.78이라고 했던가...아....음.... 


첫 판매부터 손해를 보고 팔게 된 초보 셀러는 '아 그냥 고객한테 미안하다 그러고 주문 취소를 해버릴까'라는 마음 속 작은 소망을 접어둔 채 속절없이 12,000원을 주고 뽀로로와 함께하는 사물 한글 카드를 주문했다. 왜냐고? 아마존의 철저한 고객 중심 정책에 의거하여 셀러가 고객을 실망시키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의 글에서 밝혔듯 아마존은 일단 셀러 계정 개설 자체에 큰 장벽을 두고 있진 않지만, 일단 셀러가 된 사람이 아마존이 요구하는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평가하여 아마존이 설정한 기준에 미달할 경우 경고 혹은 판매 기능에 제재를 가하거나 심하면 계정 자체를 영구 정지시키기도 한다. 한번 영구 정지가 된 경험이 있는 셀러의 경우 정보를 바꿔서 다시 셀러 계정을 만든다 할지라도 아마존이 귀신같이 찾아내서 다시 그 계정을 정지시키기 때문에 셀러 성과 지표는 신경써서 잘 관리를 해야 한다. 

이런 성적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완벽한 수준인 나의 셀러 퍼포먼스 지표!

아마존이 셀러의 고객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는 정말 다양하다. 주문 결함 비율 (Order Defect Rate), 주문 취소 비율 (Cancellation Rate), 배송 지연 비율 (Late Shipment Rate), 반품 불만족 비율, 고객 서비스 불만족 비율, 규정 위반, 정시 배송, 고객 질의 응대 속도, 그리고 배송 추적 번호 제공 여부까지 7일, 30일, 90일의 기간 단위로 해당 지표들을 추적한다. 특히 이 중 주문 결함 비율은 1% 미만, 주문 취소 비율은 2.5% 미만, 배송 지연 비율은 4% 미만을 기준치로 삼아 이 기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바로 셀러 활동에 제재를 당하게 된다. 


이 성과가 비율로 측정되기 때문에 초보 셀러들은 모든 주문이 살얼음판 인 것이다. 만약 내가 하루 주문이 100건 이상 들어오는 셀러라면 전체 주문 건 수 중 2건을 취소 시킨다 해도 기준치를 넘어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이제 막 들어온 첫 주문인데 이를 취소해 버리면 100%의 주문 취소 비율이 되어 버리게 되고, 이는 바로 셀러 계정 정지 수준까지 갈 수 있는 최악의 지표이다. 


셀러 입장에서야 '아니 내가 모든 상품의 재고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물건이 판매된 시점에서 소싱하는데 비용이 생각보다 과하게 들어서 손해를 봐야한다면 굳이 그 물건을 팔지 않고 주문 취소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내가 고객이 되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최근에 국내 3사 오픈마켓 중 1곳에서 아주 저명한 셀러에게 물건을 구매했는데 주문 후 이틀이 지나도록 배송했다는 연락이 없더니 3일째 되는 날 난데없이 주문 취소 문자가 띡 하고 전달 되었다. 그것도 아무런 설명 없이. 너무 황당해서 구매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있었는지 문의게시판이 한바탕 난리가 나 있었는데 셀러가 얄밉게도 컴플레인을 제기한 사람들에게만 답글로 재고가 없어서 주문을 처리할 수 없다며 미안하다는 대답을 남겨주고 있었다. 아니 재고가 없으면 물건을 팔지를 말아야 하는게 상식 아닌가? 이러한 상식 밖의 주문 취소나 고객 응대를 하는 셀러도 황당했지만 이러한 셀러가 버젓이 판매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그 오픈마켓에 대해서도 화가 났다. 분명 국내 오픈 마켓에도 셀러 평가 지표가 있겠지만 아마존 만큼은 아니리라. 이 셀러가 만약 아마존에서 이와 같이 행동했다면 당장 셀러 계정이 정지되고 말았을 것이다.

나와 같은 분노를 가진 고객들이 모인 분노의 QnA 게시판. 아마존이였다면 이 셀러는 이미 계정이 정지되었을 것이다.

아마존이 이처럼 철저히 고객 중심에서 셀러들의 서비스 수준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고객의 신뢰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렇게 쌓여온 신뢰가 20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내에 아마존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키워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셀러 입장에서야 신경쓸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 어렵긴하다. 


아무튼 뽀로로 사물 한글 카드를 배송 받고 나서야 나는 내가 또 한번 큰 착각을 했음을 깨달았다. 이 사물 카드의 사이즈가....일반적인 책의 사이즈나 무게를 뛰어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상품 등록할 때 다 비슷비슷한 책이겠거니 하고 사이즈나 무게 정보를 눈여겨 보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두꺼운 카드들이 100장이나 담긴 박스의 한국-미국 배송비는 19,870원...예상했던 배송비보다 만 원이상 비쌌다. 국제 운송사 센터까지 상품을 보내는 국내 택배비 역시 3,800원으로 800원이나! 더 비쌌던 것은 덤. 이젠 얼마를 손해보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무려 "중고"라고 표시해서 올린 상품을 "신상품"으로 보내주는 것이니 구매 피드백이라도 좋게 받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우체국 1호 상자에 뽁뽁이까지 곱게 포장하여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떠나보냈다. 안녕 뽀로로 가서 미국 친구에게 한글을 잘 알려주렴. 그리고 네 덕분에 난 한글 공부는 아니지만 물건을 팔아서 돈 벌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단다. 


첫 주문은 참 기분 설레고 좋은 일였고, 나는 믿음직한 좋은 셀러가 되기 위해 주문이 들어온지 하루 만에 내가 올렸던 상품보다 더 좋은 상태의 상품을 배송 추적 가능 번호를 제공하는 운송사를 통해 발송하였지만, 돈을 버는 셀러가 되는 것에는 실패했다. 아니 이건 그냥 '셀러'가 되는 것을 실패했다고 보는 게 맞다. 돈도 못 버는 셀러가 무슨 셀러인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그래도 처음부터 셀러가 되기로 했던 목적이 '돈'이 아녔음을 상기하면서,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실제 셀러들이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실수를 하는지 배웠으니 손해본 값어치만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게다가 나에겐 FBA로 보내놓은 양말들이 있지 않은가! 이제 양말들이 불티나게 팔릴 차례라며 기다리길 이틀째, 드디어 두번째 주문이 들어왔다!





두 번째 중고책 주문이.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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