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 속 바늘 찾기 보다 어렵다
두번째로 팔린 중고책은 5가지사랑의 언어라는 책이었는데 사실 나도 처음 본 책이라 리스팅 하면서도 이게 팔릴까하고 긴가민가 했던 기억이 난다. 게리 채프먼이라는 기독교 상담가가 쓴 책이었는데 추측컨데 아마도 고객이 미국에서 영어로 읽기보단 한국어로 읽고 싶어서 한국어판을 구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이 책 역시 중고 구매 가격과 포장을 포함한 부피로 계산된 배송비를 계산해보니 내가 판매한 가격보다 원가가 더 발생하는 슬픈 일이 또 발생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중고책으로 이윤을 보기란 쉽지 않아 보여 더더욱 FBA로 보낸 양말을 팔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러나 나처럼 기존에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 아닌 새로운 상품 리스팅을 한 셀러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고객이 아마존에서 내 상품을 찾을 수 없다"는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깨기 힘든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분명 내 양말 리스팅은 아마존에 존재한다. 양말 이름을 하나하나 브랜드명부터 써서 검색하면 검색 첫 페이지에도 바로 나온다. 문제는 고객은 분명 내 양말의 존재를 모른채, 그저 "양말", "여자 양말", "면 양말", "캐릭터 양말"과 같은 일반적인 단어로 검색을 시작할텐데 그럴 경우 내 양말은 검색결과 저 뒷편의 어딘가에 표시된다는 것이다.
Socks라고 검색하면 총 798,614개의 양말 검색 결과가 나오고, Prime상품만 보기로 필터를 걸어 보아도 여전히 13,796개의 양말 검색 결과가 나온다. 우리 중 그 어떤 사람도 양말 하나를 사기 위해 쇼핑몰에 등록된 13,796개의 양말 전부를 살펴보지 않는다. 따라서 이 13,796개의 양말 중 하나에 불과한 내 양말이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선 검색 결과의 1페이지, 혹은 최대 2페이지 이내에 표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상품을 검색 결과 페이지 앞쪽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먼저 아마존이 밝힌 검색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 가격 (price), 재고 보유 여부 (availability), 운영 품목 수 (selection), 그리고 판매 기록 (sales history). 게다가 상품을 균등하게 홍보하기 위해 아마존이 지속적으로 검색 결과를 섞는다고도 한다. 따라서 내 상품이 잘 팔리면 팔릴수록 아마존이 검색 결과를 섞을 때마다 검색 결과의 상단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더하여, 상품 리스팅 시 입력하게 되어 있는 검색 키워드 (Search Terms) 역시 검색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 아마존 고객은 주로 키워드 검색을 통해 쇼핑을 시작하기 때문에 고객이 검색 시 입력한 키워드와 셀러의 상품명 및 상품설명이 매치되는 정도가 검색 결과의 위치에 영향을 끼친다. 이 때, 상품명 및 상품설명과 더불어 셀러가 입력한 검색 키워드가 검색 결과를 나타낼 때 함께 사용되기 때문에 만약 상품명 및 상품 설명에 미처 입력하지 못했던 단어가 있다면 이 검색 키워드 필드를 활용하여 입력하는 것이 검색 결과에서 셀러의 상품을 상단에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아마존 코리아에서 (라고 적고 내가 만들었다고 해야지...) 배포한 Optimize listings for Search & Browse(검색과 열람을 위한 리스팅 최적화)를 읽어보면 내 리스팅의 상품명, 상품 설명 및 검색 키워드를 최적화하기 위한 가이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이 방법도 한계가 있다. 내가 아무리 상품명과 상세설명, 그리고 검색 키워드를 동원하여 양말을 구매할 때, 특히 내가 파는 것과 같은 여성용 캐릭터 양말을 구매 할 때 고객이 검색할만한 모든 키워드들을 채워넣는다 할지라도 검색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인 "판매 기록 (Sales history)"을 늘릴 수는 없다. 이 역시 검색 결과 순서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데, 실상 한 번도 팔린 적이 없는 내 양말이 무슨 수로 검색 결과 상단에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초보 셀러에게는 정말 좌절스럽기 그지 없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이 어떤 아마존인가. 이런 나와 같은 셀러들의 고충을 일찍이 알고 있었을 터. 그래서 만들어진 광고 서비스가 바로 Amazon Sponsored Products 이다.
Sponsored Products 는 국내 오픈마켓에서도 셀러들이 많이 활용하는 서비스인 '키워드 광고 (검색 광고)'의 일종인데, 이를 이용하면 내가 입찰한 키워드에 대해 나의 입찰가가 가장 높을 경우 이를 검색한 고객의 검색결과 첫 페이지에 나의 상품이 노출되도록 할 수 있다. 단, 한국 오픈마켓과 다르게 노출 구좌가 2종류밖에(검색 결과 페이지 혹은 고객이 해당 키워드를 검색하여 찾은 다른 상품 상세 페이지 내) 없고 - 한국 오픈마켓엔 키워드 파워, 키워드 찬스, 모바일 키워드 등등 다양한 구좌가 있다고 한다 - 심지어 어느 곳에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을지도 셀러가 정할 수 없다. 또한 CPC(Cost-per-click) 실시간 입찰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고객이 나의 광고를 "클릭"했을 때에만 과금되고 노출만 되었을 시에는 과금이 되지 않는다. 사실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쇼핑 플랫폼이 가진 광고 서비스라고 하기엔 굉장히 초라하고 별 거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나 같은 소형 셀러 입장에선 내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비싼 광고 슬랏이 많은데 이를 구매하지 못해 좌절하기 보다는 차라리 키워드 입찰(비딩)방식으로 경쟁하는 Sponsored Products가 더 깔끔하고 편리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아마존이 Sponsored Products 서비스 홍보 차원에서 처음 이용하는 셀러들에게 $50 상당의 무료 크레딧을 제공해주고 있었기에 사용을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바로 서비스 이용 신청을 하고 또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내 상품이 더 많은 고객들에게 보여지기를 기대하는 찰나.
이젠 놀랍지도 않겠지만, 세 번째 중고책 주문이 들어왔다.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