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12번째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너무 오랜만의 브런치 글이라 민망하네요. 8월에 쓴 마지막 글 이후 정말 많은 분들이 제 브런치를 방문, 구독하고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회사 일과 별개로 시작한 재 개인적인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어 매우 감사했습니다. 다만, 글에서 아무리 제가 이 모든 글의 내용은 제 개인적인 견해이고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방하다고 이야기한들 현재 제 신분이 아마존 직원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글과 제가 속한 회사를 완전히 분리 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본 브런치 연재는 올해 안으로 제 짧았던 아마존 셀러로서의 경험을 마저 공유하고 마무리지으려 합니다. 모쪼록 많은 관심 가져주셨던 것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마지막 연재까지 도움이 되는 내용 공유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
세 번째 중고책 주문의 주인공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한국어 번역본이었다. 처음 중고책을 팔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잠재적 타겟 고객인 '미국 내 거주 중인 한국인'의 니즈 - 영어보단 한국어가 편한 상태에서 빠르게 영문 서적 내용을 익혀야 하거나 이미 영문으로 읽은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은 니즈 - 가 분명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다면 이미 미국에서도 베스트 셀러 반열에 있는 책의 한국어 번역본을 판매 해야겠다는 생각에 리스팅했던 책 중의 하나가 아웃라이어였다. 내 예상이 적중(?)했던 것인지, 이후 아웃라이어는 한 권 더 팔렸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중고 책을 더 판매해볼 걸 싶기도 하다.
다시 나의 양말로 돌아가서, 도대체 광고까지 시작했는데 왜 양말이 판매되지 않는 것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클릭 당 입찰 금액인 bid값도 아마존이 추천하는 금액보다 더 큰 금액으로 입력해두었고, 실제로 광고 노출 숫자인 Impression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Click이나 Sales는 도무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왜?
답을 구하기 위해 실제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Sponsored Products 광고를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내 광고와 다른 광고의 차이점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상품 리뷰!
형형색색의 비주얼과 큐레이션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우리나라 오픈마켓 광고와 달리 아마존 키워드 검색 광고는 모든 셀러가 정해진 포맷 - 실제 검색 결과와 동일한 포맷 - 에 "Sponsored"라는 태그 하나만 붙인 채로 표시된다. 이 포맷에 의해 표시되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1) 상품 메인 이미지, 2) 상품명, 3) 가격, 4) Prime 배송 여부, 마지막으로 5) 상품 평점 및 리뷰 숫자. 왜 하필 이 다섯가지 정보만 보여지는 것일까? 데이터의 중요성을 매 번 강조하는 아마존이라는 회사의 특성을 고려해본다면 이 다섯가지가 고객이 해당 상품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클릭을 하게 되는 비율 (CTR:Click-Through-Rate)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지 않을까 하고 어렵지 않게 유추해볼 수 있다. 너무 당연해서 또 말하기 입이 아픈 (혹은 또 적기엔 손가락이 아픈) 수준이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상품 이미지는 정말 중요하다. 고객에게 시각적인 첫 인상을 남기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본인이 찾던 상품이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게 해 주는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상품명 역시 중요하다. 가격은 고객이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가격 범위 내에 있는 것이 중요하고, Prime 역시 Prime 고객들 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49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하므로 중요한 강점이 된다.
마지막으로 상품 평점 및 리뷰는, 실제 그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한 사람들의 의견을 보여주기 때문에 고객의 구매를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 상품을 확인하지 못하고 구매하게 되는 온라인 쇼핑의 특성 상 고객은 해당 상품을 믿고 구매해도 되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려 한다. 이 때 온라인 사이트에 표시되는 모든 정보들은 사실 셀러가 본인의 상품을 어필하기 위해 직접 작성하고 올린 정보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구매자가 신뢰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단, 상품 평점과 리뷰는 셀러가 아닌 해당 상품을 실제 구매한 고객이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은 이 정보를 통해 셀러가 제공한 상품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고 셀러가 공개하지 않은 상품의 또 다른 면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렇다. 온라인 쇼핑에서 상품 리뷰가 고객의 구매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온라인 쇼핑 업계의 대 원칙과 같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처럼 이제 막 새로 출시된 상품을 판매하려는 사람이라면? 리뷰가 있어야 상품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 반대로 리뷰를 얻으려면 일단 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야말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문제이다.
사실 올해 2016년 10월 3일 전까지만 해도 방법이 아주 없진 않았다. 아마존은 원칙적으로 금전적 보상에 따른 댓가성 리뷰를 엄격히 금지해왔지만 예외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을 허용해왔다.
셀러가 리뷰어에게 리뷰를 받길 원하는 상품을 할인된 가격 혹은 무료로 "먼저" 제공하고 동시에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내용의 리뷰 모두를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리뷰를 아예 작성하지 않는 경우 포함), 상품을 받은 리뷰어는 해당 상품에 대한 리뷰를 작성 후 "나는 이 상품을 할인된 가격 혹은 무료로 셀러로부터 제공 받았으며 나의 리뷰 내용은 이 사실과 무관하게 공정하게 작성되었다." 라는 각주 (disclaimer)를 상품 리뷰에 명시할 것.
이에 따라 새롭게 출시되어 고객 리뷰가 없는 상품을 판매하려 하는 셀러들은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사전에 배포함으로써 리뷰를 받을 수 있었다. 단, 이 방법 역시 2016년 10월 3일부로 아마존에서 새로운 커뮤니티 개정안을 발표함으로써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 되었다. 분명 상품 리뷰는 고객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이는 아마존에게도 분명 이득이다. 그러나 이렇게 의도적으로 "작성된" 리뷰는 아무리 공정하게 작성되었다 할지라도 편향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아마존의 이러한 댓가성 리뷰의 예외 사항을 이용하여 셀러들과 리뷰어들을 중개해오던 몇몇 사이트들은 리뷰어가 작성한 과거 상품 리뷰를 셀러가 조회할 수 있게 하거나, 리뷰어가 상품을 받고도 리뷰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해당 사이트 멤버십을 정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해왔다. 결국 상품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받은 리뷰어들은 셀러의 상품이 실제로 좋든 좋지 않든 긍정적인 평점을 주게끔 유도되어 왔던 것이다. 이런 사이트를 통해 작성된 리뷰들의 숫자가 과도하게 증가한다면 아마존 고객들이 아마존의 리뷰 정보를 더 이상 예전만큼 신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는 고객의 신뢰(Trust)를 기반으로 하는 아마존으로서는 장기적으로 엄청나게 큰 손해가 된다. 따라서 아마존은 고객의 장기적인 신뢰를 지키기 위해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댓가성 리뷰를 원천적으로 금지시키기로 결정했다. (아마존의 새로운 커뮤니티 개정안이 궁금하다면 이 곳을 참고.)
그렇다면 신규 셀러는 그저 상품이 판매되고 이를 구매한 고객이 리뷰를 남길 때까지 속절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게다가 온라인 쇼핑에서 상품 리뷰를 남기는 고객의 비율은 전체 구매 고객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아마존은 셀러가 구매자-판매자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해 구매자에게 리뷰 작성을 정중히 "요청"할 수 는 있지만 리뷰를 댓가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거나 리뷰 작성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행히, 아마존도 아주 대책이 없진 않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개정 이후, 아마존은 Early Reviewer Program 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상품을 구매한 고객 중 랜덤하게 선별하여 리뷰 작성 시 리워드 ($1-3 정도의 아마존 기프트 카드)를 제공하고 리뷰 작성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셀러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실 구매자 중 리뷰 작성 고객의 비중을 현재 수준보다는 높게 가져갈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겠다.
내가 양말을 올리고 판매하던 시점인 2월 말에는 아직 이 정책이 변경되기 전이었지만, 무료나 할인된 가격에 리뷰용 상품을 배포할 자본이 부족한 중소 셀러였던 나는 아주 원시적으로 미국에 살거나 살았던 지인들에게 내 양말 상세페이지 링크를 공유하면서 홍보를 해 줄 것을 부탁했다. 원칙적으로 아마존은 셀러와 사업적 이해관계에 있거나 가족, 친한 친구가 상품 리뷰를 쓰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어떻게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쓴 리뷰인지 아느냐고? 묻지 마시라... 나도 궁금할 따름. 근데 귀신같이 찾아내는 경우를 실제로 봤다. 따라서 내 지인의 지인들이 상품을 보고 그저 마음에 들어서 구매하고 리뷰를 써 주기를 기다리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두 개의 소중하디 소중한 상품 리뷰를 얻을 수 있었다. 다행히 상품 품질이나 디자인이 모두 구매자 마음에 들었는지 두 개 모두 5점의 높은 평점과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인의 지인이 아닌, 정말 생짜배기 모를 미국 워싱턴주의 한 고객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왔다. 2016년 3월 2일, 양말이 FBA 주문 처리 센터에 도착한지 2주 만의 일이었다. 감격에 겨워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30분 후 아마존 셀러 앱 알림이 또 울렸다. 오 이제 양말 매출 행진의 시작인가! 하고 앱을 확인하니...
네 번째 중고책 주문이 들어왔다!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