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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Dec 30. 2016

13. 첫 판매, 그 후 6개월 (1)

네 번째로 판매된 중고책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 한국어 판이었다. 지인 구매가 아닌 첫 번째 제대로 된 양말 주문과 네 번째 중고책 주문 이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양말 주문과 중고책 주문이 2-3일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들어왔다. 일곱번째 중고 책 주문이 들어왔을 때 (지금까지 총 6개의 양말이 팔렸을 때), 나는 혼자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중고책 리스팅을 모두 내려버리기로!


사실 직접 배송이 간편하긴해도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를 하고, 그걸 다시 받아서 미국의 고객에게 보낼 패킹슬립을 출력하여 봉투에 넣고, 다시 배송사 사이트에 접속하여 배송 접수를 하고 배송 라벨을 인쇄해서 붙이고 국내 택배로 배송사 집하지로 보내야 하는데 (이 끝나지 않는 문장을 보라!) 귀찮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다 고작 6개지만 FBA로 보내놓은 양말들이 팔리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야 말로 진정한 FBA의 장점 - 물건을 아마존 주문처리센터로 보내놓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아마존이 모든 것들을 대행해 주는 것 - 을 누릴 때라 생각하고 과감하게 중고책 리스팅들을 모두 inactive로 바꿔서 내려버렸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이 때 중고책 리스팅을 내린 것이 내가 했던 가장 큰 실수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중고책 리스팅을 내린 후 거짓말처럼 2달 동안 주문이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7월까지 양말은 더 이상 팔리지 않았다.


왜 중고책 리스팅을 내린 것이 실수라는 생각이 드는지에 대한 정확한 혹은 과학적인 근거는 솔직히 없다. 그러나 일주일에 2개 정도는 팔리던 양말이 갑자기 하나도 팔리지 않게 된 이유를 알고자 한다면 먼저 그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 동안 Sponsored Products 광고도 계속 했고, 상품 정보를 변경한 적도 없으며, 가격 역시 올리거나 내리지 않았다. 변화를 준 것이 있다면 오직 중고책 리스팅을 다 내린 것 하나 뿐이다. 이렇게 들으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있지만 숫자로 보면 약 40개 이상의 리스팅을 보유하고 있던 셀러가 갑자기 단 1개의 리스팅을 보유한 셀러가 된 것인데, 이는 분명 큰 차이가 될 수 있다.


여기서 11번째 브런치 글 고객이 아마존에서 내 상품을 찾을 수 있을까? 내용을 상기시켜 보자. 고객 검색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무엇이 있었더라?

가격 (price), 재고 보유 여부 (availability), 운영 품목 수 (selection), 그리고 판매 기록 (sales history)

여기서 가격, 재고 보유 여부, 그리고 판매 기록 자체는 상품 그 자체에 관한 것이다. 그 상품의 가격, 그 상품의 품절 여부, 그 상품의 과거 판매 기록. 하지만 운영 품목 수(selection)? 상품이 하나인데 운영 품목 수라니? 여기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아마존이 상품 검색 결과를 표시할 때 상품 자체의 특성 뿐만 아니라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 역시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놀랍지 않고 어찌보면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요소 중 하나이다. 아무리 저렴하고 인기가 좋은 상품이라 할지라도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배송 지연도 잦고 아마존 정책 위반도 밥먹듯이 하는 셀러라면 그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시켜서 고객들이 해당 셀러로부터 상품을 구매하고 불편을 겪게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럼 Buy Box는 왜 있는거냐고 물으실만한 내공을 가진 분들을 위한 부연설명: 물론, 이 경우는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여러 명이 아닌 단 한명의 셀러일 경우에 적용될 것이다. 여러 명의 셀러가 동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검색 결과가 아닌 Buy Box 경쟁에서 퍼포먼스가 낮은 셀러를 제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 품목 수는 셀러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양한 품목을 본인이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가격에 소싱하는 것은 모든 셀러가 갖고 싶어하는 능력 중 하나이다. 따라서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셀러는 셀러로서의 경쟁력과 역량을 갖춘 셀러라고 볼 수 있고 아마존은 이러한 셀러의 역량 역시 고려하여 해당 셀러의 상품을 고객에게 더 잘/덜 노출 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고책 리스팅을 모두 내린 후인 5,6월의 세션 수는 그 전달 대비 22% 감소했다. 물론 양말 상품 자체가 겨울에 피크를 찍고 봄에서 여름으로 갈수록 비수기가 되는 특성이 있긴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22% 감소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4월의 세션은 85 정도였으나
모든 중고책 리스팅을 다 내려버린 6월에는 22% 하락한 64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엔 이게 중고책 리스팅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회사 일도 점차 바빠져서 내가 양말을 판매하고 있었단 사실조차 까먹고 있을 때 즈음 일을 하다 어마무시한 사실을 깨달았다. 장기 재고 보관 수수료가 부과되는 8월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 아마존은 매 년 2월 15일과 8월 15일에 대대적인 창고 정리를 한다. 이 날짜 기준으로 아마존 주문 처리 센터에 6개월 이상 보관된 재고는 장기 재고 보관 수수료 부과 대상이 되는데 평소 내는 보관료 외에 추가로 내야 할 뿐만 아니라 금액 자체가 평소 내던 보관 수수료의 10배에 달한다. 따라서 만약 이 시점 기준으로 센터에 6개월 이상 보관하고 있는 재고가 있다면 재고 가액과 장기 보관 수수료를 비교하여 수수료가 더 클 경우 먼저 처분해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처분을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냥 센터에서 재고를 빼내 올 수도 있고 (Return), 센터 내에서 재고 폐기를 시켜버릴 수도 있고 (Removal), 혹은 그냥 자체적으로 판매가 인하를 통해 처분 세일을 할 수도 있다. 단 아마존 주문 처리 센터에서 재고를 빼내오거나 폐기하는 경우 둘 다 별도 처분 수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 이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단, 보통 장기 보관 수수료가 부과되기 직전인 2월 초나 8월 초에 아마존이 처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존 입장에선 사실 장기 보관 수수료를 받는 것 보단 차라리 안 팔리는 물건들을 빨리 없애서 창고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잘 팔리는 물건으로 채우는 것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재고를 돌려 받는다 해도 그 많은 양말을 어찌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게다가 미국 내 주소지로만 반환을 해주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려 받으려면 내가 다시 배송사를 섭외해야 하므로 복잡하고 추가 비용도 든다.) 일단 가격 인하를 해서 팔아보기로 결심했다. 마침 아마존이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Prime Day (우리나라 유통업체로 치면 창립기념일 행사 정도 되겠다.)가 7월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므로 이 때에 맞추어 양말 판매 가격 40% 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무려 5켤레에 6.99달러라는 마법같은 가격! 물론 이렇게 가격 인하를 해도 아주아주 실낱같긴 하지만 이윤이 남긴 했다. 덕분에 7월에만 양말 7개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는데 (지금까지 판 것보다 더 많이 팔았다.) 문득 예전 회사 브랜드 매니저 선배님이 말했던 "Pricing is the only strategy" 라는 문장이 떠오르더라. (물론 농담이셨다.)


그래도 여전히 양말은 47세트가 남아 있고 장기 보관 수수료 납부일인 8월 15일은 다가오고 있었다....어찌해야 하나 전전긍긍 하던 와중에 아마존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다름아닌 Liquidation by Amazon, 아마존이 진행하는 재고 떨이 세일 프로그램 베타 테스트 참여 초대장였다. (독심술이라도 쓰셨나?)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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