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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Dec 31. 2016

14. 첫 판매, 그 후 6개월 (2)

미국을 대표하는 테크기업답게, 아마존 역시 수 많은 스타트업이나 다른 회사들을 인수하며 성장해왔다. 내 주변 지인들이 개미지옥처럼 드나드는 샵밥도, 미국에서 영화 보기 전에 무조건 들어가본다는 IMDb도, 미국 전자상거래 성공 사례에서 교과서 예시처럼 등장하는 자포스닷컴도 모두 현재 아마존의 자회사인 곳들이다.


자회사가 이렇게나 많다!

이 수많은 자회사들 중에, Woot!이란 곳이 있다. Woot은 2010년에 아마존이 인수한 곳으로 하루에 하나의 특가상품(Deal)!을 표방하는 쇼핑몰이다. 그루폰이나 초기 우리나라 티몬, 쿠팡을 생각하면 된다. 티몬, 쿠팡이 원데이 딜 판매에서 점차 종합 온라인 쇼핑몰로 변화해왔듯 Woot도 이제 하루에 단 하나의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군을 특가 형태로 판매한다. 아주 신상이나 고급 상품보다는 대중적인 상품을 50% 이상의 할인율로 깜짝 세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나라 직구족들에게도 상당히 인기 있는 곳이다.


갑자기 왜 뜬금없는 아마존 자회사 타령이냐고? 바로 Liquidation by Amazon 프로그램이 이 woot.com을 활용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아마존은 잘 팔리지 않는 재고를 셀러들이 센터에 장기 보관하여 잘 팔리는 상품을 취급할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반대로 셀러들은 센터에 보내놓았던 상품이 팔리지 않았을 경우 이를 처분할 방법을 찾지 못해 난처한 경우가 생긴다. 처분을 하려 해도 일반적으로 처분 수수료를 내야하고 멀쩡한 상품을 비용 때문에 폐기하려니 속이 쓰리다. 가격을 내려 황급히 재고 처분 세일을 해보지만 이미 노출도 잘 안되고 판매가 안 되던 상품이 가격만 내린다고 쑥쑥 팔리는 일도 드물다. 이런 모두의 니즈를 반영하면서 아마존이 가진 자원(Woot.com)을 활용하는 방법이 나왔으니 바로 Liquidation by Amazon 베타 프로그램이다.


베타 프로그램 안내에 따르면 셀러는 재고 떨이 세일을 할 상품과 수량을 지정하여 아마존에 Liquidation을 요청하고, 아마존은 셀러가 요청한 상품을 해당 상품이 통상적으로 판매되던 가격의 10%의 가격에 woot.com에서 판매한다. (90% 세일! 50% 이상의 할인 특가를 표방하는 Woot의 아이덴티티에 정말 잘 부합하는 할인율이 아닐 수 없다.) 자세한 판매 로직을 아마존이 설명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Liquidation을 요청한 수량 전부를 Woot.com의 구매자가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런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지 않았을까 싶다. Woot.com은 판매 가격의 10%를 다시 수수료로 공제하고 셀러는 최종적으로 (원래 상품 가격 x 10%) X 90%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를 통해 이윤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차피 폐기하려했던 상품이고 폐기에 돈이 들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뭐, 나쁘지 않다!


그래서 나의 남은 양말들을 여기에 털어 넣기로 다짐했다. 사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녔다.


양말의 피크시즌이 겨울철인걸 고려해서 9월부터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양말을 팔기 시작한 시점은 2월 중순. 사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양말 상품의 성수기는 겨울이다. 이건 뭐 여름 다 가고 수영복 팔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상황... 상품에 리뷰가 쌓이는 시간이나 리스팅 후 이미지나 검색 키워드 등을 최적화 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겨울 성수기가 다가오는 10월 한 달 전 즈음부터 판매를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상품을 판매하기 이전에 당연히 고려해야 할 사항 '시즌'. 여러분은 꼭 나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란다.


장기 보관 수수료 부과 날짜가 8월 15일인걸 알았다면 2월 15일 이후에 FBA입고를 시켰을텐데..


내 양말이 창고에 도착한 날짜는 2월 14일. 아니 하루만 더 늦었어도 장기 보관 수수료 걱정 안하고 좀 더 버텨볼 수 있었을텐데 나도 참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한 달 정도 차이라면 뭐 비즈니스를 빨리 시작하는게 중요하지! 하고 넘기겠지만 하루라니... 2017년 새해에 아마존 셀링을 시작할 예비 셀러가 있다면 1월에 재빠르게 FBA를 입고 시키거나 아예 2월 15일 이후에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상대적으로 광고 임프레션 대비 클릭 숫자 (=CTR)이 낮았었는데 메인 이미지를 다른 인기있는 양말 리스팅처럼 마네킹 착용샷으로 교체해보면 더 낫지 않았을까?


아마존은 원칙적으로 의류 카테고리 상품의 메인 이미지는 모델 착용샷 혹은 상품을 바닥에 펼쳐두고 찍은 샷만 허용하지만 양말과 스타킹은 예외적으로 마네킹 착용 이미지를 허용하고 있다. 왜 그럴까? 고객 입장에서 양말이나 스타킹을 사기 전에 가질만한 궁금증은 신었을 때 길이가 어디까지 오는지, 양말의 무늬가 신었을 땐 어떻게 보이는지, 스타킹의 비침의 정도는 어떠한지 등등 일 것이다. 즉 고객이 궁금해할만한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해 양말과 스타킹 상품에 한해서는 마네킹 사용 이미지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 양말 상품 이미지는 바닥에 펼쳐놓고 촬영한 이미지였고, 고객 친화적이지 못했다. 내가 셀러들 교육 자료를 제작하거나 배포할 때 가장 많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리스팅의 품질 (Listing Quality)인데 나조차도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부끄러울 따름이다.


일단 좀 더 다양한 양말 종류를 리스팅해서 직접배송으로 팔아보고 세션이 높은 것들은 대량구매를 해서 FBA로 보내볼걸... 등등 


이왕 양말을 팔기로 결심했다면 보다 다양한 종류를 리스팅해서 고객의 수요를 탐색해보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본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양말과 미국에서 인기가 있을만한 양말의 종류는 분명히 다르고 인기 있는 양말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저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마음이 급급해서 대량 구매로 양말 단가를 낮게 가져올 생각만 했었는데 처음에는 이윤을 낮게 가져가더라도 수요 파악을 위해 직접 배송으로 다양한 상품을 리스팅하고 팔아보다가 실제 판매, 혹은 세션이나 페이지 뷰가 높은 상품을 추려 대량구매를 하여 FBA를 보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렇게 게으름으로 인해 시도해보지 않은 여러가지 옵션들이 떠올랐으나 일단 장기 보관 수수료 폭탄이 너무 두려웠고, Liquidation by Amazon 베타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서 (뭐든 베타라면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 1인) 덜컥 Liquidation 신청을 해 버렸다. 남은 수량 다 하자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 47개 중 2개를 제외한 45개를 신청하고, 그리고 양말은 내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러다 11월이 훨씬 지나서야 Liquidation 신청을 했던 재고가 실제 판매가 되어서 대금이 들어왔는지 궁금해졌다. 관리자 페이지인 셀러 센트럴에 로그인해보니 Liquidation 신청을 하지 않고 남겨두었던 양말 2개는 어느새 팔려있었고 (팔린게 더 신기하다.) Liquidation 판매 대금은 아직 들어와있지 않았다. 흠! 이상하다 싶어서 바로 셀러들을 위한 C/S 센터인 셀러 서포트에 문의하니 알아보겠다는 답이 온 후 12월 23일 전후로 정산이 될 거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대망의 12월 23일...내 셀러 센트럴 계정에 $25.94가 입금되었다. 다행히도 Liquidation 신청 물량이 다 잘 판매되었나보다. Woot.com에서 실제 내 양말이 판매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일단 버리거나 되가져오는 옵션 밖에 없었던 FBA 재고 처리 방식에  Liquidation by Amazon이 추가되는 건 좋다고 본다. 베타가 끝나고 아직 정식 프로그램은 오픈되지 않았는데 대금 지급 기간을 단축하고 진행 과정을 조금 더 투명하게 공개해서 정식 프로그램이 하루 빨리 오픈하길 기대해본다.


이렇게 나의 첫 아마존 셀러 도전기가 (허무하게) 끝났다. 역시 돈 버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참 흔하지만 겪을 때마다 새로운 교훈과 가상 계좌에 300여 달러의 잔고를 남긴 채... 하지만 남은 것들이 이 것 뿐만은 아니다. 그 것들이 무엇인지는 마지막 후기에서... :)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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