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마음으로 리스팅을 마치고 하루, 이틀 주문을 기다렸지만 기다리던 주문은 들어오지 않았다. 리스팅 직후에는 Session이나 Page View가 Business Reports 메뉴에서 조회되지 않아 그저 발만 동동 구르다가, 딱 7일째 되는 날 Business Reports를 조회하여 Session과 Page View를 확인해 보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걸까!? 일주일 동안 Page View가 100을 넘은 것은 Sales Rank가 가장 높았던 엄마를 부탁해 뿐이었다. 그나마도 동일 유저의 중복 접속을 제외한 순수한 Session은 100에 훨씬 못 미치는 66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 뭐, 아마존에서 한국어로 된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수요의 절대량이 많진 않더라도 아마존이라는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국 책을 찾았다는 건 정말 '필요한' 경우일 것일 거고, Conversion이 다른 상품보단 높을 거라는 것이 내 가정이었기 때문에 일단 시간을 좀 더 두고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2주, 3주째까지 기다렸다.
... 3주째에 접어들기까지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손해 보더라도 한 번 팔아보겠다던 호기로운 다짐은 아예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실천할 수 조차 없는 이 허무한 상황. 그렇다고 손 놓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어차피 배워보겠다고 팔 걷어붙이고 시작한 Amazon Selling이니 이번엔 Amazon의 물류 대행 서비스인 FBA (Fulfillment by Amazon)을 이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FBA가 뭐냐고? Seller가 자기 상품을 먼저 Amazon의 물류창고인 FC (Fulfillment Center)에 입고시켜놓으면 Amazon이 고객 주문 시 상품 피킹, 포장, 배송 그리고 추후 C/S까지 대행해 주는 총체적인 물류 대행 서비스이다. (자세한 설명은 비디오 참조.) 아니 어떻게 Amazon이 나 같은 영세상인의 물건까지 대행해서 배송해 줄 수 있는 걸까!? 비결은 바로 탄탄한 Amazon의 물류 인프라에 있다.
온라인 쇼핑환경에서는 오프라인과 다르게 결제와 동시에 상품을 소유할 수 없다. 아무리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하더라도 즉시 그 상품을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이커머스 쇼핑이 불편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빠른 배송'을 통해 결제 시점과 소유 시점의 간극을 줄여주어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보다 훨씬 편리하도록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이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얼마나 탄탄한 물류 인프라를 갖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배송 리드 타임은 주문이 들어온 시점부터 해당 상품을 창고 내에서 찾아내어 피킹 하고 포장한 후 실제 캐리어를 통해 배송되는 시간 모두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Jeff Bezos도 이 점을 잘 간파하고 있었던 듯, 2012년에 Kiva Systems를 인수하여 물류 자동화에 박차를 가했고 FC내의 대부분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여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Amazon FC의 상품 입고 및 배송까지의 프로세스가 궁금하다면 이 비디오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쯤 되자 과거 Amazon에서 직매입한 물건을 보관하고 배송하기 위한 용도였던 FC가 이제는 3rd Party Seller가 판매하는 상품을 보관하고 배송 대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FBA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Amazon 입장에서는 이미 직매입 상품 보관 및 배송을 위해 구축한 인프라 고정비용은 투입된 상황에서 3rd Party Seller의 상품을 직매입하지 않고 배송 대행만 해 주는 조건으로 서비스 이용료를 받을 수 있으니 이득이고, Seller 입장에서는 Amazon에게 직접 물건을 납품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Amazon이 제공하는 최상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이득이다. 특히 Amazon Prime이라는 멤버십 서비스는 FBA의 효용을 극대화시켜준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Seller입장이 아니라 Customer 입장에서 설명해 보겠다.
요새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면서 블랙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Amazon에서 직구를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많이 생겼다. 네이버에서 '아마존 직구'라고 검색해 보면 온갖 블로그와 카페에서 화면 스크린 캡처까지 해 가며 정성스럽게 직구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모든 포스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Amazon Prime"이다. Prime은 Amazon의 연 단위 멤버십으로서 연 $99의 이용료를 내면 Amazon의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중 바로 대표적인 혜택이 '이틀 내 무료 배송'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어라?' 싶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쿠팡이 주문 후 24시간 이내 발송을 해 주고,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는 빠르면 당일, 그것도 원하는 시간대를 지정해서 받을 수 있는 이 대한민국에서 이틀 내 무료 배송은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 영토는 남한의 100배에 육박한다. 이틀 내 배송도 경쟁자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빠른 속도인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배송료도 비싸다. 일반적으로 5일 정도 소요되는 Standard Shipping의 배송료가 $7을 훌쩍 넘는다. 어차피 Amazon에서 쇼핑을 할 것이고, 일 년에 15번 이상 쇼핑을 한다고 가정하면 Prime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무료 배송 이외에 Amazon에서 제공하는 Video/Music 스트리밍 서비스의 무제한 이용, Amazon Cloud Storage 무제한 용량 제공 등의 혜택이 있기 때문에 연 간 $99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Prime Membership 가입자 숫자는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Amazon은 구체적으로 숫자를 밝히지 않지만 외부 리서치 회사나 언론에서는 미국 내 Prime 가입자 수가 5천만 명에 이를 거라고 추산하고 있다. 2015년 미국의 가구 수 (Household)가 1억 2천만이고, Prime membership을 가구 당 1개씩 보유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림잡아 40% 이상의 미국 가구가 Prime 가입 가구라는 결론이 나온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게다가 Prime Membership 가입 고객들은 Non-member보다 Amazon에서 더 많은 금액을 소비한다. (평균 $1,100 vs. $600) 그도 그럴 것이 $99의 멤버십 이용료의 본전을 생각하면 연 간 의식적으로 15회 이상의 구매를 하려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자주 Amazon에 접속하다 보면 계획된 소비든 충동구매든 더 많은 구매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나저나 그렇다면 이 Prime Membership이 FBA와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Prime Membership을 통해 이틀 내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은 Amazon FC에서 직접 배송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즉, 3rd Party Seller가 직접 배송하는 상품은 이 혜택에서 제외되고, Amazon이 직 매입하여 판매하거나 FBA를 이용하는 Seller의 상품만이 이틀 내 무료배송이 되는 것이다. 또한 Prime Membership 가입자 입장에선 당연히 Prime 로고가 붙은 상품 위주로 구매를 하려 할 것이고, Amazon도 이러한 그들의 특성을 반영하여 검색 결과 내에서 "Prime" 상품만을 별도로 모아볼 수 있는 필터 기능도 제공한다.
위의 예시는 iphone6 case라는 키워드로 검색 후 Prime Eligible 상품만을 필터링한 결과이다. 전체 100만 건이 넘는 상품 검색 결과에서 Prime 필터링을 하자 검색 결과가 1만건으로 확 줄어들었다. Amazon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Prime Member들의 검색 결과에서, 3rd Party Seller가 직접 배송하는 상품들은 본인의 상품을 어필할 기회조차 잃고 사라지고 만다. 반대로, FBA 서비스를 이용하는 Seller는 손쉽게 99%의 경쟁자들을 검색 결과에서 물리칠 수 있다. FBA이용이 단순히 물류 대행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특히 나처럼 해외에서 직접 상품을 배송하는 사람일 경우 FBA를 이용하면 상품 개 당 배송비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차나 언어적 차이 때문에 어려울 수 있는 C/S 응대 및 반품 처리 또한 Amazon에서 대행해 주기 때문에 US domestic Seller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일단 재고를 보내 놓으면 그 이후부터는 모두 Amazon이 알아서 해 주기 때문에 Seller 입장에선 그저 틈틈이 재고를 확인하고 미리미리 보충을 해 주면 된다. 매 주문 건건이 확인할 필요 조차 없는 것이다. 이렇듯 FBA를 이용하면 운영에 할애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선 FBA가 시작된 이래 이를 활용한 투잡 열풍이 대단하다고 한다. YouTube에서 Amazon FBA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관련된 영상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중고책을 미리 구매해서 Amazon FC로 보낼 거냐고? 그럴 리가. 3주 동안 안 팔린 책을 뭐가 팔릴 줄 알고 미리 사서 미국까지 보내 놓겠나. 다른 걸 팔 거다. 그걸 찾은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