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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빈 Apr 23. 2016

08. 다시, 무엇을 팔 것인가

돌고 돌아 다시 무엇을 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왔다. 이미 지난번에 해 놓았던 아이템 조사가 있었기에 예전에 적었던 글을 다시 읽어보았지만 화장품은 지난번과 같은 이유로 팔 수가 없고, 카메라 렌즈는 워낙 고가이다 보니 사입하여 FBA로 보내기에 단가가 너무 크다. 그래서 가급적 단가가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상품을 찾아야 하는데 하고 고민하던 와중... 난데없지만 최근 즐겨하는 요가 용품 구매하려 접속한 쿠팡에서 그 아이템을 찾았다!!!


앱으로 필요한걸 구매하고 습관처럼 그냥 요샌 뭐가 핫한가.. 하고 앱을 내비게이션 하던 와중 '양말 100원~'이란 배너를 발견한 건 운명... 까진 오버지만 무튼 번뜩 '작고 가볍고 싼' 이 물건이야말로 FBA에 최적화된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짧은 교환학생 시절 미국에서 내가 살 수 있었던 양말의 옵션을 기억해보면.. 일단 너무너무 별로인 재질과 색상 때문에 한국 오면서 미국서 산 양말은 다 버리고 왔던 기억밖에 없다. 이런 따분한 미국 양말 대비 한국의 알록달록 캐릭터 양말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바로 아마존 앱을 열어 양말을 검색했다.


음? 아까 쿠팡에서 본 양말들이 왜 여기 있지????? 역시 발 빠른 한국 셀러들..! 물론 중국 셀러도 일부 있겠지만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말들이 이미 아마존에서도 판매 중이었다.


요기 있던 양말이
요기에도 있다

가격은 대략적으로 5켤레 묶음 판매 기준 $13 정도 선.. FBA 이용 수수료와 국제 배송 운임, 그리고 아마존 수수료 등을 고려해보면 낱개로 팔기보단 번들링이 더 적합할 테니 적절한 전략 같다. 게다가 상품평도 많고, 내용도 긍정적이다. 한국 캐릭터 양말이 은근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 듯 확신이 들어 바로 쿠팡에서 100원짜리 양말을 살 요량으로 접속을 했다... 하지만!


인 당 2개 구매 제한+품절!

그럼 그렇지 100원짜리 상품은 미끼 상품으로 인 당 2개까지 구매 제한이 걸려있었다. 게다가 이미 품절.. 아쉬운 대로 이 판매자가 파는 다른 상품들을 보니 아마존에서 이미 인기리에 팔리는 양말과 같거나 비슷한 스타일의 양말들은 천 원 보다 약간 싼 970원 정도에 판매 중. 그럼 5켤레 세트 판매를 가정 시 원가만 5천 원인데, 판매가를 시장 형성 가격인 $13으로 설정할 경우 판매 수수료 $2, FBA 이용료 $3.5에 원가 $4를 빼고 나면 $3.5 정도 여유가 있다. 만약 지난번 중고 책처럼 하나하나 내가 고객에게 직접 국제 배송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택도 없겠지만 이번엔 다르다. FBA를 이용하여 미국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화물을 운송할 경우 획기적으로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1세트 당 배송비를 $2 미만으로만 낮출 수 있다면, 세트 당 이윤을 $1.5 이상 남기고 팔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원가가 100원였다면 더더욱 좋았겠지만,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1켤레에 970원이라면, 100켤레를 사도 9만 7천 원이다. 아니 이 정도면 먹고 마시는 돈 조금 아끼고 호기롭게 2-300켤레도 살 수 있겠다.


뭘 망설이랴. 바로 아마존에서 인기 있는 양말 리서치에 돌입했다. 여느 카테고리와 마찬가지로, 양말 카테고리도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캐릭터 양말 중에서도 확실히 만화 캐릭터라든지 다른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진 피카*, *일러문, 마* 히어로 등등의 캐릭터 양말이 대체적으로 인기가 높았는데 (물론 오피셜 라이센싱 문제 때문에 상품명에 해당 캐릭터 이름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진 않는다.) 나 같은 초보 셀러 입장에서도 아무 인지도가 없는 캐릭터보다는 조금이라도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네이버에서 양말 도매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역시 IT강국 대한민국 덕분에 쿠팡 포함 네이버를 샅샅이 뒤져 찾아낸 몇 곳의 양말 판매 사이트 중에서 아직 아마존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서 (물론 전수조사를 한 것은 아니니 장담할 순 없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 그리고 제일 중요한 상품 바코드가 있는 상품을 찾았다. 앞의 글에서 밝혔듯 아마존에 상품 등록 시에는 바코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브랜드 오너의 경우 예외적으로 브랜드 등록을 통해 바코드 면제를 받을 수 있는데 나는 아직 브랜드 오너가 아니므로 이 방법은 쓸 수 없기에, 바코드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했다. 바코드는 원칙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의 유통물류진흥원이란 곳에서 UPC 혹은 EAN코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 비용이 연회비 50만 원이나 하기 때문에 나 같은 개인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물론 google에서 amazon upc ean barcodes와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조금은 정체가 모호한(?) 회사나 사이트들이 아마존 리스팅용 바코드를 팔고 있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곳에선 낱개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바코드를 살 수 있는데 (1개만 살 경우 $5~10 사이 가격에 구매 가능), 결국은 이게 누군가의 이름으로 발급된 남의 코드를 구매하는 거라 아마존의 audit process에서 적발되면 리스팅이 블락될 수 도 있다. 굳이 리스크를 짊어질 마음은 없기에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바코드가 있는 상품을 구해서 다행이었다.  


 먼저 샘플로 몇 가지 양말을 주문하면서, 혹시 대량 구매 시 단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해 보았는데 의외로 대량 주문 기준 수량이 100켤레로 생각보다 적었다. 받아본 샘플 퀄리티도 만족스러워서, 바로 주문을 하겠다고 하고 이 상품을 아마존에서 판매하려 하는지라 촬영된 상품 이미지를 받아볼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아쉽게도 저작권이 있어 이미지 제공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어쩔 수 없지. 이건 가내 수공업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일단 집에서 이미지 촬영에 돌입했다.


 아마존의 이미지 규정은, 특히나 의류와 같은 Softline 카테고리의 경우 매우 까다롭고 높은 기준을 요구하기로 유명하다. 이는 아마존 고객에게 일관된 구매 경험을 제공하려는 아마존의 노력의 일환으로 셀러 입장에선 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일 수밖에 없는 기준들이다. 예를 들어 의류 카테고리의 경우 무조건 완전히 흰 배경에 제품 이미지가 전체 이미지 면적의 85% 이상 차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마네킹 샷(양말 제외)이나 옷걸이 샷은 금지, 무조건 모델이 착용하고 있거나 아예 바닥에 펼쳐놓고 찍은 사진이어야 한다. 또한 이미지의 긴 면이 최소 1,001픽셀 이상 이도록 하여 확대를 했을 때 상품의 재질까지도 디테일하게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카테고리 승인 역시 셀러가 이러한 규정을 잘 준수하는 고화질의 이미지를 샘플로 제출토록 하여 이미지 퀄리티를 확인 후 승인을 해준다.


ebay에서 dress 검색 시 나오는 이미지들. 이런 이미지들은 아마존에선 사용할 수 없다.
아마존에서 dress 검색 시 나오는 깔끔하고 제품만을 강조한 이미지들. 한국 쇼핑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을지도.

아무튼 카테고리 승인을 위해서도 고화질 이미지는 필요했기에 부랴부랴 집에서 스튜디오를 급조하기 위해 백색 LED 전구도 구입하고 서랍 깊숙이 넣어 놓았던 DSLR 카메라도 꺼내서 부랴부랴 사진을 찍었다. 다만 배경을 하얀색으로 날리는, 일명 누끼를 어떻게 할지가 걱정이었는데 구글에서 background burning이라고 검색하니 이런 이미지 누끼 처리를 쉽게 해 주는 사이트가 나와서 알차게 이용했다. 샘플 소량은 무료고, 그 이상은 유료인 것 같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장수가 얼마 되지 않아 무료로 쓸 수 있었다. 여담인데, 구글에서 아마존 셀링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면 정말 없는 정보가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나온다. 게다가 아마존 셀링 과정에서 개인 셀러가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을 귀신같이 찾아내어 이렇게 재빠르게 비즈니스화 하여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미국에서 아마존을 이용한 셀링은 이미 굉장히 인기 있는 직업 (혹은 부업) 같기도 하다. 실제 최근에 번역하여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던 셀러 인터뷰들만 보아도, 투잡 혹은 부업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은근 많다.


자, 촬영한 이미지로 의류 카테고리 승인도 받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아마존에서 상품 등록을 할 차례다. 


*Disclaimer: 저는 Amazon 혹은 Amazon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지만, 저의 Brunch에 담기는 Seller로서의 기록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Amazon을 대변하는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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