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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개인 삶] 내가 회사에 감사한 이유

by 유주

입사 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경험이 있다. 감사하게도 당시 팀원 분들께서 상조 용품과 근조기를 챙겨 멀리까지 찾아와 주셨다. 미처 감사 말씀을 드릴 새도 없이 아쉽게 만나지는 못했지만, 조문객이 오고가는 와중에 할머니 옆에서 근조기가 함께 빈소를 지키는 듯한 모습으로 있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근조기와 할머니 사진이 오버랩되며 당시 참 많은 생각이 스쳤다. 삶의 소멸을 눈앞에서 똑똑히 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거고, 잘 스러지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삶의 마침표를 찍기 직전이 되면 가족과 친구들, 주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웃고 행복했던 기억이 계속 떠오를 것 같았다. 사랑하는 이들이 더 이상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밥을 먹으면서 사촌 오빠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다. 사촌 오빠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가능한 직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당시에는 그래도 요즘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 않나하며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 주변을 보면 야근은 당연하고, 가족과 이렇다 할 시간을 못 보내고 일에 매진하는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나는 주변 소중한 사람들의 안위가 너무나 중요한 사람으로서 사람들과 같이 저녁을,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을 회사가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관계이지만, 사실 그 이상으로 회사가 나를 충분히 존중하고 지원해준다고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어디엔가는 말하고 싶었다. 아마 생각조차 미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 마음이 지속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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