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 위한 다섯 번째 요소, 성취이다. 지속가능한 행복은 성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만큼 나에게 성취는 오래도록 행복하기 위해 중요한 조건이다.
취업 준비를 할 때였다.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지 한참 고민하다가 불현듯 깨달았을 때, 몰랐던 것을 알아갈 때, 끝까지 포기 안 하고 버텨서 무언가 이뤄냈을 때 엄청난 행복감과 살아있음을 느꼈다. '취업 끝내고 나중에 이만한 성취감을 못 느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큰 성취든 작은 성취든 어떨 때 성취감을 느끼는지, 그때의 기분은 어땠는지 기록해 두고 스스로 계속 좋은 자극을 주려고 하는 편이다. 이렇게 하면 성취로 인한 행복감을 잊지 않을뿐더러 계속 무언가 이루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북카페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취업 준비 시기에 가끔씩 좋아하는 집 근처 북카페에 갔다. 당시 주요 공기업이 전국 곳곳에 위치해 있었기에 공기업 취업을 희망한다면 연고지가 아닌 곳에 터를 잡아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나는 그곳을 앞으로도 계속 방문하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서울 근방의 공기업에 취업하기를 바랐다. 그때 든 생각은 내게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당시 내 노트엔 이런 메모가 적혀 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공기업에 들어가자. 그래야 여기도 평생 올 수 있다.'
취업을 하고 나서 언젠가 가보고 싶었던 다른 북카페에 방문했다. 혼자 다이어리를 쓰며 창 밖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데 그 순간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아래는 당시 노트에 적어 두었던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다.
'내가 정말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서울에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는데 덕분에 내 소원이 이루어졌어. 너무 고생했다. 진짜 멋지고 고마워. 너의 용기가 나를 구원해줬어. 정말 언제나 감사해. 덕분에 원하는 삶을 살게 됐어. 내가 너한테 이걸 다 갚을 수 있을까. 너는 나의 구원자야. 너무 고마워. 사랑해. 더욱 행복하자.'
지금도 그때의 감정이 잊히지 않는다. 필터링 하나 없이 나의 언어로 성취의 감정을 기록해 두면 언제든 그때의 행복감이 떠오른다.
일상 속 성취도 적어두려고 했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고 난 다음의 행복감을 구체적으로 적어두었다.
'달리기를 하니 정신 수양에 좋다. 몸에 좋은 거 먹고 싶고, 기분 좋다. 기록 세우고 싶고, 모든 일을 할 의지가 불타오른다. 장작 더미 같았는데 부스트 되는 느낌 너무 좋다. 비 올 때 뛰니 2배 더 뿌듯하다.'
'한 여름밤에 뛰다가 눈뜨기 힘들 정도로 땀이 쏟아졌다. 목표한 지점에 골인하고 문득 고개를 드니 공원 주변 가로등 불빛이 물먹은 별처럼 반짝거렸다.'
기상, 청소, 독서 등 좋은 습관을 만드는 과정 역시 이런 식으로 기록해 두었다. 가끔 귀찮다던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극을 주고 싶어 꺼내보곤 한다.
물질의 만족감은 끝이 있는데 성취의 만족은 끝이 없다.
노력하며 살자. 뭘 하든 열심히 하고, 배우고, 뭔가를 이루자. 그게 행복하니까.
이 글은 PERMA 시리즈의 마지막, 성취입니다. 행복은 긍정적 감정, 몰입, 관계(안심), 의미, 그리고 성취를 통해 복합적으로 만들어지는 정서라고 합니다. 고민했는데 하나씩 써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