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나를 간섭하던 회사 선배가 있었다. 내 사수도 아니면서 사수인 양 나를 관찰하고, 조언을 가장한 날선 단어를 서슴없이 날렸다. 나는 그 때마다 나의 취약성을 인지하고, 퇴근 후에 자전거를 몇 시간씩 타며 오늘 꽂힌 그 말들을 바람에 날려 버리고 싶어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그냥 바람 맞은 머리를 털면서 축 늘어진 채로 집에 들어가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어느 날은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는데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어지럽고 무거운 마음을 가득 안고 홧병이 나있는 스스로에 갇혀 페달만 밟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느낀 그 황홀감은 순간 나를 압도했다. 눈물이 났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고작 그 선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다니. 억울했다. 나는 활짝 핀 벚꽃이 더 보고 싶었다. 그 때 '나를 괴롭게 하는 당신이 너무나 밉지만, 이 아름다운 것들을 누리면서 살기를 택하겠다. 나는 나를 둘러싼 이 풍경을 오롯이 느끼고 싶기에 당신을 용서하고 행복해지길 택하겠다.' 생각했다.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기만 해도 인생은 너무나 짧다. 벚꽃이 곧 지듯아름다운 모든 것들은 다 지나간다. 내가 선배와의 갈등에 매여 있을 때 나는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자주 놓쳐왔다. 사랑하는 사람들도, 행복한 순간들도.
그 이후로 갈등이 해소된다거나 갑자기 용서된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일은 없었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날의 기억은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모든걸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르고, 행복하기만해도 짧은 시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