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가 좋아지는 계절

[무념무상] 그림일기

by yoong

10월도 벌써 닷새째. 햇살은 여전히 선글라스가 필요할 정도로 따갑지만(굳이 쓰진 않는다) 아침 공기가 달라졌다.


출근길, 버스 정류장 유리벽 사이로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덜 마른 머리카락이 유난히 시려 어깨가 절로 움츠러졌다. 이제 머리카락을 말리지 않고 집을 나서도 괜찮은 계절이 슬슬 저물어가는구나. 아마 곧 덜 마른 머리카락이 금세 딱딱하게 얼어붙는 계절이 올 테지. 그래도 공기가 싸늘해지는 건 반갑다. 올 여름은 너무 길었다.


여름 내내 입에 달고 살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오늘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바꿨다. 얼음 없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기분이 가을이라 얼음을 포기했지만, 아직 사무실에서 마시기엔 너무 뜨겁다. 컴퓨터 열기, 사람들의 날카로운 신경질, 그 숨결들이 가득 찬 이 좁은 공간은 여전히 덥다. 몰래 책상 아래 숨겨 둔 미니 선풍기를 켠 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찬찬히 삼켰다. 그래도 이건 10월에 대한 예의니까. 예의는 지켜주는 거다. 가을 낮의 섭씨 24도, 봄날 낮의 24도는 엄연히 다른 법이니까. 조금 덥다고 가을에 여름 옷을 입는 건, 규칙 위반은 아니라도 자존심법 위반 정도 된다.


이제 퇴근하거든, 옷은 조금 얇게 입고서 포근한 담요를 덮어야겠다. 물을 따끈하게 덥혀 뜨거운 차를 기분 좋게 마실 수 있겠지. 겉은 추워도 속은 따뜻한, 그 느낌이 좋은 계절. 가을이 성큼. 한 걸음 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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