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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Nov 22. 2023

<돼지 이야기> 출간 10주년

  

 그림책 <돼지 이야기>가 올 11월 1일로 10살 생일을 맞았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2012년 <돼지 이야기> 더미북을 만들 때 만난 두 살 고양이는, 어느새 만 열세 살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책을 만드는데 함께 해주신 분들, 곁에 있어 준 가족,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뾰족뾰족 모나 있던 참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돼지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은, ‘그 뒤로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돼지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입니다. 2010년 겨울, 350만여 마리의 가축이 ‘구제역’(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되고 13년이 흐른 지금, ‘럼피스킨병’이라는 가축전염병 그리고 인간으로 인해 (23년 11월 16일 기준) 6천여 마리의 소가 살처분되고 있습니다. 기분이 이상합니다. 어린 송아지부터 어른 소까지 수많은 소가 살처분되고 있는데, ‘인간’이라는 동물들은 소고기를 먹어도 안전한지 걱정하고 있다는 게. 그에 대해 ‘럼피스킨병 발생 농장의 소들은 전부 살처분되어 유통되지 않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홍보를 하는 게. 

 궁금합니다. 땅 아래에 동물을 죽이고 묻는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가축 동물은 생명이 아닌 재산이고, 그 생명은 인간의 강제 수정으로 태어났으니, 생명의 시작도 끝도 인간이 결정하면 되는 걸까요? 역시 기분이, 마음이 이상합니다. 세상은 참 슬프고 인간 동물은 이기적입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인간 동물의 세상에선 다른 동물들의 울음이 여전히 들리지 않는, 불편하고 듣고 싶지 않은 소리라는 것이 슬프고 쓸쓸합니다.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매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게 왜 안돼?’라며 동물들이 무참히 죽임당하는 11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감당하기 벅차 비틀거리고 있을 때, 나는 무엇에 기대어 삶을 헤쳐 나갈지, 그럴 수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따가운 모래바람에 쪼이며 서서히 풍화되는, 이미 바짝 말라 쪼그라든 선인장이 된 기분입니다. 


 그래도 세상에 흘러넘치는 혐오와 증오를 경계하며, 더 나은 세상을 바라고, 말하며,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저도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물결에 함께 흔들리며 좀 더 밝고 따뜻한 곳을 바라보며 살고, 일하고 싶습니다. 많은 이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그림책 작업 기간을 포함하면 12년, 13년의 세월을 ’지금 그리는 그림을 반드시 끝내고 그림책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많은 이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것을, 그림책으로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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