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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할 용기

by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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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1

10월 내내 그림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그거’ 좀 빨리 끝내라는 분들에겐 한숨 나올 얘기지만, 나는 그림의 마무리에도 단계가 나뉘어져 있다. 대략 세 단계 정도? 이번엔 26장의 그림을 마무리 해야하니 시간도 꽤 걸린다. 급하게 이름 붙여 본, 마무리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완성 직전-마무리’는 앞의 과정과 조금 다르다. 우선 몸과 손놀림이 가벼워져야 하고, 그림과 거리를 두며 제3자의 시선으로 봐야한다.

내가 담고자 했던 그림의 의도를 눈에 한 겹 얹은 채 멀찍이서 화면을 응시한다. 필요에 따라 작은 붓질이 더해지거나 옅은 색연필 선이 지워진다. 그러다 마음과 그림이 동시에 고요해지고, 하나의 소실점으로 집중되는 찰나가 온다. 그토록 바라던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현재 나는 ‘완성 직전-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러니까 2단계 마무리의 막바지에 와 있다. 완성이라 믿었던 화면을 물감으로 덮고 사라진 표현을 다시 끌어올리는, 그림에 색과 묘사를 더하고 덜어내는 과정이다. 그림은 아주 작은 수정만으로도 인상이 달라지니, 화면 전체에 미세한 조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눈의 높은 피로도와 더불어, 미간에 깊은 11자 주름이 생길 정도의 집중력도 필요하다. 그러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수많은 조율 속에서 내가 바라는 ’완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디쯤일까. 짙은 안개 속에서 산 정상은 바로 눈앞인 듯한데, 발을 내디딜수록 자꾸만 멀어지는 지난한 여정. 쉬지 않고 흔들리는 나침반 바늘을 손에 꽉 쥐어 멈춰세운다. 바로 여기가 완성이라고. 바늘이 잡히지 않으면 그 자리에 던져 부숴서라도.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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