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 일식이 없는 것 아세요?

국명은 일본, 말은 일본어라고 하는데, 음식은 일식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

by 유사쪼 yoosazzo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일식의 인기가 대단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식재료, 요리법 등이 차별화되어 있고 담아내는 모양도 한몫한다. 일식의 인기의 이유는 다음에 날 잡고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제목처럼 일본엔 일식이 없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정확히 말하면 일본어에 일식이라는 말이 없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일식은 한자 日食을 한국어로 표기한 거다. 일본이라는 말은 日本의 한국어이고, 일본어는 日本語라는 말의 한국어다. 이처럼 대부분의 일본어 한자는 한국어 표기와 일대일 매칭이 가능하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자기네 나라를 일본이라고 하고, 말은 일본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음식이라고 부르는 '일식'이라는 말은 왜 일본어에 없을까? 그런데 재밌는 것은 서양음식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양식 洋食이라고 부른다.


일본음식이라는 말을 일본어로 통칭할 때는 주로 '와쇼쿠 和食 ' 또는 '니혼료리 日本料理'라는 말을 쓴다.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 말이 있는 것은 이 두 단어가 사용되는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와쇼쿠는 보통 식당에서 판매하는 정식메뉴 같은 음식을 얘기할 때 사용하고, 니혼료리는 카이세키음식과 같은 정찬요리에 사용된다라고만 이해하면 된다. 다른 표현으로 와쇼쿠는 서민음식, 니혼료리는 고급음식이라고 하면 더 이해가 빠를 수 있다. 이 두 용어를 굳이 학술적인 차원에서 분석은 하지 말자. 일본인들도 이를 구분해 줄 사람이 별로 없는데 외국인인 우리가 굳이 더 들춰낼 필요는 없다.


니혼료리에서 니혼이라는 것은 일본이라는 일본어발음이고, 료리는 요리라는 한자의 일본어발음이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와쇼쿠에서 '와'는 무슨 뜻일까? 일본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끈이 닿아있지 않는 것 같다. '와 和'는 예전에 중국이 일본을 지칭할 때 썼던 '왜 倭'라는 말이 바뀐 거다. 670년에 일본으로 국호를 변경하기 전까지 일본은 왜국으로 불렸고 한자로는 倭로 썼다. 그런데 한자 '倭'는 작고 왜소하다는 뜻도 있어, 일본을 낮춰 부르는 뉘앙스도 있었다. 그래서 일본은 倭 대신에 온화하고 조화로운 뜻의 和로 바꿨다. 공식적으로는 702년 일본이 당나라에 보낸 국서에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국호을 사용한 기록이 있다.


이후 일본에서는 여러 단어에 일본이라는 말 대신에 '와 和'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늘 다룬 와쇼쿠이다. 이 외에 '와 和'가 사용되는 말로는 일본과자를 뜻하는 '와가시 和菓子', 일본 료칸의 타타미실을 '와시츠 和室', 일본풍을 '와후우 和風' 등이 있는데, 제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일본 소고기를 뜻하는 '와규 和牛'를 생각하면 된다. 일본인들은 일본정신을 와의 정신이라고 한다. 평화의 정신인데 어쩌다가 2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을 일으키고 세계 최대의 전함이라고 불렸던 야마토(大和) 전함을 만들게 되었을까. 암튼 일본음식을 와쇼쿠라고 하는 이유가 풀렸으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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