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 모임 술자리에서 들은 얘기다. 청첩하는 예비 신랑, 신부 당사자들은 아이 낳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런 걸 보통 딩크 또는 딩크족이라고 부르는데, 누군가가 말했다. 너희는 그럼 딩크 안 해도 되지 않아? 그의 말에 주변에서 이해를 정정해 주듯이 말한다. 쟤네는 자녀 계획이 없다는 거야. 그랬더니 그가 다시 힘주어 얘기했다. 그러니까, 너네 한 명 놀잖아.
그의 주장은 이랬다. 딩크는 Double Income No Kids의 줄임말이라서 맞벌이 무자녀를 의미하는 건데 무자녀로 살 거라면 오히려 외벌이를 해도 된다고. 외벌이라면 영어로는 Single Income이고 Single Income No Kids 그것은 줄여보면 SINK, 가라앉는다는 뜻이다. 요새는 사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기르는 게 너무 당연해서, 듀크(Dual Employed With Kids, DEWK)라는 말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오히려 잘 안 쓰는 편인 게 문득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첫째를 기르면서 너무 힘들어서 둘째는 절대 안 낳을 거라고 하다가도, '첫째가 외로울까 봐' 라는 이유로 둘째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었었는데 요새 내가 그러고 있다. 는 이야기도 들었고. 아이가 너무 예쁜데 너무 열받고, 그렇지만 또 너무 예쁘고 어쩔 수 없이 열받는다고.
같이 글쓰기 모임을 하는 분의 글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읽었었던 것 같지만,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필연적으로 하나 더 추가되는 것 같다. 누군가가 문을 밀고 드나들 때 문을 더 잘 잡아주게 된다거나, 우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조금 더 너그러워진다거나 하는 모양이다. 아울러 나이에 대한 감각도 달라지는 것 같은데, 아이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도 "27개월이야."처럼 개월 수로 답하던 게 생각난다. 어릴 때는 짧은 기간마다 (아주 짧게는 1-2 개월마다) 아이의 발달 사정이 크게 달라지다 보니, 나이로는 가늠할 수 없는 변화가 지대해서 그런 것 같다.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문득 계산해 보니 나는 437개월 15일 전에 태어났다.
정부 지침이 달라져서 그런가 요새는 둘부터 다둥이라는데, 그전에는 아니었고, 낳는 사람들은 그래서 하나 낳으면 결국 셋까지도 낳는 것 같다고 했다. 둘째부터는 첫째 때 음식에 기울이던 주의가 조금 덜해지고 좀 더 쉬운 육아를 하게 된다고 했다. 어린이가 먹을 수 있는 싱거운 음식만 먹다가, 중식집에 와서 간간한 요리를 한 입 먹은 엄마는 외마디 감탄사를 어쩔 수 없이 내뱉는다.
신기했던 이야기 중 하나, 어떤 집은 첫째가 다녔던 어린이집을 대물림해서 둘째가 다니고 또 셋째가 다니고 하는 모양이다. 어린이집은 모두 인기가 많고, 아이들은 자꾸 줄다가 이제 소폭 늘었다. 찾아보니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이었다. 다들 하도 뉴스에서 많이 들어서 이제는 잘 알겠지만, 이는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며,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의 기록적인 저출산 추세에서 반등한 것으로, 30대 여성의 출산이 증가하고 첫째아 출산이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되고 있다. 아직 30대 여성인 나는 0명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의 연령대 별로 육아 고민이 달라지는데, 비누와 기초 화장품을 직접 만들고, 대안학교를 보내고, 기도를 하면서 물심양면으로 노력해서 아이를 기르기도 한단다. 또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라 주관이 더욱 뚜렷해져서 시간 씀씀이가 그전과 달라졌다는 말도 들었다. 포토 카드 교환을 위해 자기도 모르게 퇴근 길에 당근 거래를 나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중학생이 된 후로는 그 당근 심부름 마저도 시키지 않아서 섭섭하다는 아빠의 이야기가 짠했다.
또 어떤 아이는 밀가루에, 어떤 아이는 우유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한다. 우유나 밀가루는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 들어 있거나 영향을 끼친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수가 한없이 줄어드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정신이 아득해진다. 어떤 아이는 알레르기 검사를 해도 별 결과가 나오지 않는데도 자꾸 붓고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문제가 있으니 음식을 하나하나 테스트해보자고 해서, 일주일 간은 바나나, 그다음 일주일은 두부를 먹이는 식으로 계속 테스트를 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동생이 아이를 낳았고, 그래서 내게는 조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막 넘었는데, 잠을 잘 못 자는 동생이 결국 카톡으로 한 마디 했다. 님들, 애기 낳지 마, 너무 힘들다. 나는 잠을 잘 못 잔 동생이 안쓰러웠고, 동생이 부모로서 자기 아이를 사랑하고 헌신하고 있으며 또 난생처음 겪는 일에 꽤 많이 지쳐있다는 것을 알았다. '100일의 기적(100일이 지나면 통잠을 자고 덜 울고, 뭐 그런.)'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누군가는 그것조차도 가스라이팅(?)의 일환이라고 한다. 다른 육아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망각은 축복이고 그래서 둘째가 태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길게 보면 육아는 마라톤과 같고, 그게 20년일지 30년일지 모르나 신경 쓰이는 것은 매한가지인 마라톤이라고. 사실 이런 문구를 예전에도 들었었는데, 마라톤에 대해 잘 모를 때는 단순히 '육아가 그럼 짧고 쉽게 끝나랴?' 단순히 생각했었다. 하프 마라톤 나가려고 이제 훈련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20년 또는 30년을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게감이 좀 다르게 느껴진다.
'난임'이라는 키워드에도 할 말이 많지만, 그것은 우선 차치하고라도, 한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도 힘든데, 스스로 살아가도록 하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이렇게만 적으면 너무 식상하니까 인간미 없어도 굳이 숫자로 적자면 '3억'이다. 예전에 아이 하나 기르는 데 최소 비용이 3억이라고 해서, ChatGPT를 통해 다시 추정을 시켜봤다. 출생에서 대학까지 3.7~4.5 억 원대 이상의 비용 지출이 필요하고, 수도권이고 사교육 적극형일 경우 4.6~6.0억 원의 비용이 들 거라고 추정해줬다. 거기에 가사노동이나 감정노동까지 가치 추산해서 더하면 영유아 시기에도 몇 천 만원, 학령기에는 1억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 지출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방학 땐 아이에게 견학도 시켜주어야 하고, 아이가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경제적, 정신적 지지를 보내주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를 보살피는 것도 벅차하는 사람이 과연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것일까. 다시금 생각이 많아지는 한 주였다.
아이를 낳을 마음은 51 정도, 낳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49 정도이다. '생기면 낳지, 뭐.' 하는 마음이다. 아이가 없으면 내내 우주를 유영하는 자로 남게 될까 무서운데, 모든 육아의 사이클을 다 돌라치면 결국 별 수 없이 지구에 발 붙이고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로부터 영원토록 내내 더워지는 일만 남았다고 하는데, 이 더운 세상에 아이를 낳아도 될까. 그런 고민을 자꾸만 하게 된다. 사람의 가버린 세월과 생식 능력은 돌아오지 않으니. 이 고민이 멎는 순간에 나는 무엇을, 어디를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