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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의 Dec 13. 2018

남북평화는 현상, 본질은 통일이다



우리의 소원’ 이 노래는 통일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염원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나 20대 초반 청년들에게 피부로 느껴지는 통일은 굉장히 거부감이 크고 낯선 단어로 느껴지는 것 같다.

예전에 대안학교에서 통일과 관련한 사회운동을 학생들과 함께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가장 나이가 많았던 학생이 행사를 준비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선생님들의 권유와 학생회 임원이라 참여는 하지만 솔직히 통일은 거부감이 든다고, 그러면서 그냥 남과 북이 평화롭게 갈길 가면서 살면 안 되냐고 말했다. 이런 의견에 필자는 우리는 갈라지기 싫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갈라놓은 관계니 복구시키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말끝을 흐리면서 그래도 통일에는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최근 며칠 전 페이스북 친구인 후배녀석이 공유한 영상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이다.

영상 링크 : https://youtu.be/TdzvOUbSiXg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면서 비슷한 논조로 이야기를 했던 학생이 생각나 사족을 조금 달게 되었다. 본론으로 돌아오면, 그 영상은 사회이슈를 다루는 G-픽쳐스라는 채널의 운영자가 EBS에서 래퍼들에게 남북관계에 대한 강연이었다. 강연자는10대 후반-20대 초반의 래퍼들에게 통일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어감에 대해 묻고 민족이라는 개념은 너무 오래되고 낡은 개념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우리의 소원’에 나오는 첫 가사를 우리의 소원은 평화, 우리의 소원은 공존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평화 정착과 교류는 우리경제에 큰 활력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래퍼들은 그 강연이 끝나고 평화에 대한 랩을 지어냈다. 이 영상을 본 후 강연자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 통일 없는 평화가 가능할까?


세상의 모든 일은 지금 벌어지는 한 장면, 현상에서 끝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모든 일들은‘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원인과 결과는 존재하고, 그 원인과 결과가 역동적으로 맞물리며 맥락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비유하자면 맥락은 시간이라는 씨줄과 공간이라는 날줄을 엮어내는 베틀의 매커니즘으로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북핵위기, 군사대립은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남북분단의 산물이며 냉전으로 인한 것이다. 이와 같은 질서를 많은 사람들은 냉전적 질서라고 부른다. 위 강연에서나 내가 가르치던 학생은 냉전적 질서를 놔두고 평화와 교류를 하며 나아가자고 말하는데, 이런 냉전적 질서를 극복하지 않고 평화라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과거 우리 조상들은 냉전적 질서를 환영했을까? 아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 어느 누구도 갈라진 조국을 원하지 않았다. 온전한 한반도에서 다시는 외세에 휘둘리지 않는 온전한 민족국가를 이룩하고자 했다. 그 것을 미국과 소련이 냉전질서 아래 남과 북으로 갈라놓으면서 깨뜨리고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게 했다.

전쟁을 하면서 수없는 생명을 죽인 뒤에는 남북이 서로에 대한 증오와 대립으로 눈이 멀게 해 각종 사회문제를 외면하고 식민지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 결과 남한과 북한은 국력의 상당부분을 상호 파멸을 위해 써야만 했다. 남한의 문제, 북한의 문제, 남북 모두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땅에 아직까지도 냉전적 질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은 보지 않고 민족이라는 단어는 멀게 느껴진다, 낡은 단어라고 말하는 것은 남북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현상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또 북한과의 교류를 하면 우리경제를 활성화 시켜준다는 발언을 살펴보자. 이 발언이 성립되려면 북한이 평화협정을 맺고 UN제재가 풀렸을 때 우리와 적극적으로 교류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북한은 우리 생각대로 우리와 적극적으로 교류할까?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 러시아와 같은 구 공산권 국가,예전 비동맹주의 국가들과 더 많이 교류한다. 어쩌면 남북교류가 이루어져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미미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장밋빛 미래는 북한과 통일했을 때 생기는 것이지, 단지 교류만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위 발언이야말로 민족적 감정에서 나온 말 아닌가? 민족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말하면서 북한과의 교류가 우리경제 활성화를 낳는다는 민족적 감정에 의한 행복회로를 돌리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통일과 평화의 길은 정말로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둘 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냉전적 질서 타파 없는 평화는 허울뿐인 평화이고, 평화 없는 냉전적 질서 타파는 공멸이다. 우리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라는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냉전적 질서 타파라는 본질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그 것은 바로 남북한의 의식적, 정치적, 문화적 융합을 위한 준비다. 역사적 쟁점을 합의하여 남북 공동교과서로 수업을 받고, 남북한 예술인들이 모여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고, 남북한 인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체제나 경제체제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10, 20대야 말로 평화의 세대라면 통일을 외면한 평화교류를 외치기보다 냉전적 질서를 타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할지 먼저 고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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