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회고 두 번째, 일
지난 2월,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접한 승진 소식. 지난해 여러 사건들로 절대 안 될 거라 믿었던 일이기에 인어 비늘의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쓴 채 눈물이 그렁그렁했던 기억이 나요- 함께 감격해 준 친구의 진심도 생생하고요. 여전히 주니어, 플레이어임에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내 일’을 겁먹지 않고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힘을 빼고 일하는 법을 배웠고 일에 매몰되긴 보단 장악하는 노하우 또한 체득했죠. 그 덕에 한때의 별명이었던 ‘세모눈’에선 어느 정도 벗어난 거 같아요.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곤 하지만, 요즘엔 회사에서 많이 웃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일보단 역시 저를 웃음지게 하는 ‘사람들’의 덕이 커요. 나다 싶은 분들, 맞아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하고 있는 일에서 좋아하고 잘하는 일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습니다. 올해 패션/뷰티(홈쇼핑에선 이미용이라고 해요)/생활용품 위주로 120여 개의 방송을 진행했는데(홈쇼핑에서 라이브커머스 PD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패션 방송이 가장 재밌더라고요? 홈쇼핑의 패션 상품엔 방송을 위해 기획된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다 보니 유관부서 사람들의 관여도나 전문성이 높은 편이죠. 믿을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하나의 방송을 만들어가는 건 정말 흥미롭고 보람찬 일이에요. 그만큼 저도 제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좀 더 힘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5060의 패션을 이해하기란 여전히 난이도가 높은 일이긴 하지만,,
회사에서의 성장을 이룬 대신 개인적으로 해오던 크리에이터 일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어요. 물리적인 시간 자체를 회사에 많이 뺏기기도 했고, 퇴근 후엔 운동을 주로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등의 일상생활도 포기할 수 없다 보니 그 모든 걸 다 해낼 수가 없더라고요. 제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뀐 만큼 이 삶에서 이어갈 수 있는 ‘내 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어요.
이젠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인가 보다 싶다가도, 늘 마음 한켠에 전남친처럼 남아있는 걸 보니 전 아무래도 직장인으로만 살아갈 운명은 아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