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회고 첫 번째, 독립
친구들과 함께 시끌벅적하게 맞이한 22년과 달리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하고 고요했던 1년 뒤의 12월 31일. 늘 ‘대충 사는 게 꿈이에요~’를 달고 살지만, 내 소망과는 무관하게 23년 역시 꽤나 치열했던 것 같다. 언젠가 강연에서 ‘계속해서 하고 싶다고 말만 하는 건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와 일치하는 맥락인 거 같기도-
가장 큰 이벤트는 23년뿐 아니라 내 인생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독립’이 아니었을까. 가변의 연속성 그 자체인 인생을 사는 탓에 거취를 정하고 독립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의외로 현 회사에 1년 넘게 근무하는 나를 보며 ‘드디어 때가 왔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꿈꿔온 공간을 찾고자 1년에 걸쳐 본 집만 약 스무 군데. 이사할 때 옷과 소지품 외의 모든 것은 본가에 두고 나왔다(사실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이 과정이 독립에서 가장 큰 고난이었다). 침대나 매트리스부터 그릇이나 프라이팬 심지어는 커튼까지. 태어나 처음으로 모든 걸 스스로 결정했고 오로지 내 취향으로만 선택된 것들이었다. 엄마가 사주는 물건을 방 안에 두던 지난 세월과는 너무도 다른 하루하루였다.
이사 후 처음 며칠은 이불이 없어 코트를 덮고, 커튼이 도착하지 않아 아침 햇살을 그대로 맞으며 일찍부터 잠을 깨고 했는데 그마저도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렇게 몇 달에 걸쳐 스스로 가꾼 우리 집은 더할 나위 없이 나란 사람을 대변해 주는 곳이 되었다. 밝지만 차분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노란 오브제들이 곳곳에 놓였다. TV가 있을 자리엔 큰 책장이 자리했다.
최근 일과 삶에 대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주말의 모습’에 대한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일단 화창해야 한다. 느지막이 일어나 커튼을 걷으면 햇빛이 들어오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하루의 시작이면 더할 나위 없지. 아점을 먹고 밀린 집안일을 해결하고 해가 저물어가는 오후엔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며 최근 있었던 일을 나누는 일.’
너무 소박한가? 일에 매몰되어 있다면, 내 마음이 시끄럽다면 결코 가질 수 없는 하루다.
그리고 마침내 일에서의 ON/OFF를 찾고 독립해 나만의 공간까지 갖게 된 23년은 감격 그 자체다!
물론 아직까지도 집꾸미기는 진행중이며 이사로부터 시작된 ‘버리기’연습은 열렬히 이어지는 중이다. 23년 당근 거래 36건이 나의 의지를 대변해 주고 있다. 언제쯤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덧셈보다 뺄셈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