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에서 맨땅에 헤딩하기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 저는 '기업가치홍보팀'이라는 신생 팀에 제 발로 찾아갔습니다. 당시 저희 팀은 팀장을 포함해 총 4명. 소수정예로 꾸려진 이 작은 조직이 감당해야 할 미션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다들 의욕은 넘쳤지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나요. 저희는 언론 홍보의 가장 기초이자 핵심인 '기자 리스트'부터 다시 짜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 저는 '기업가치홍보팀'이라는 신생 팀에 제 발로 찾아갔습니다. 당시 저희 팀은 팀장을 포함해 총 4명. 다들 의욕은 넘쳤지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나요. 저희는 언론 홍보의 가장 기초이자 핵심인 '기자 리스트'부터 다시 짜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통신 분야에 오래 있었기에 출입 기자들과 친분이 두터웠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 출입 기자들은 전혀 달랐습니다. 제 휴대폰에 저장된 수백 개의 기자 연락처 중, '증권부' 기자의 번호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권부 출입 기자단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경제지를 중심으로 종합지, 통신사, 석간 매체까지 샅샅이 훑었습니다. 우선, 매일 아침 신문을 펼치고 온라인 기사를 보면서 바이라인(By-line)을 확인하고 메일을 체크히며 언론사 인사 이동 기사를 스크랩하며 빈 칸을 채워 나갔습니다. 단순히 이름만 적는 게 아니었습니다. 증권 기자들도 전반적인 주식 시황(Market)을 보는 기자, IB(투자은행)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기자 등 관심사가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성향과 담당 분야를 구분해 정리하는 디테일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팀만의 '자본시장 소통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야심 차게 리스트를 완성했으니, 이제 만남을 청할 차례였습니다.
"안녕하세요, OO통신사 기업가치홍보팀입니다. 인사 한번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차가웠습니다. 기존 통신/IT 출입 기자들은 출입처가 바뀌면 먼저 연락해 "잘 부탁드린다, 보도자료 리스트에 넣어달라"며 적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이기 때문이죠.
반면, 증권부 기자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의 주된 출입처는 한국거래소나 증권사였고, 취재 대상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2,000여 개의 기업 전체였습니다. 그 수많은 기업 중 하나인, 그것도 주가 변동이 크지 않은 통신사 홍보팀이 미팅을 요청하니 의아해하는 눈치였습니다.
뼈아픈 팩트였습니다. 그들에게 우리 회사는 수많은 종목 중 하나일 뿐이었고, 심지어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취재원도 아니었던 겁니다.
꽉 막힌 상황을 뚫어준 건, 역시나 '사람'이었습니다. 증권부 출입 기자들 리스트 업 하면서, 언론사는 부서 이동이 잦다 보니, 과거 통신/IT를 출입하며 저와 인연을 맺었던 일부 기자들이 마침 증권부로 옮겨가 있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몇 안 되는 희미한 인연을 발판 삼아 연락을 돌렸습니다. "기자님, 오랜만이네요. 증권부에 계신 줄 몰랐습니다!"라며 연락해 미팅 기회를 하나둘 만들어 나갔고, 그들을 통해 다른 기자들을 소개받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기자들은 반가워하면서도, 뼈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통신주는 재미없잖아."
그 한마디가 제 머리를 강하게 때렸습니다. 안정적이지만 변동성이 적은 주식, 성장 기대감이 낮은 산업. 이것이 자본시장이 우리를 바라보는 솔직한 시선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기자를 만나 밥 한 끼 먹고 이야기 나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재미없는 주식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싶게 만드는, 우리만의 스토리가 필요하다.
이것이 제가 마주한 첫 번째 과제였습니다. 기자들이 우리를 찾지 않는다면, 찾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죠. 그렇게 우리는 팀의 지도를 하나 하나 만들어가며, 회사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