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최초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2020년,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세상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카페나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주식 이야기만 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기업가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진 시기였죠.
하지만 당시 제가 속한 회사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주가는 입사했을 때 3만 원대였던 것이 어느새 1만 원대 후반으로 곤두박질쳐 있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던 홍보실은 원래 IT, 통신, 산업 출입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관련 기사를 중심으로 신경을 써 왔습니다. 증권면에 회사 사명이 언급되더라도 스크랩을 하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회사 주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시절이었죠. 간혹 업계 후순위 기업과 시가총액 역전이 거론될 때쯤에야 잠깐 대응하는 정도였습니다.
당시 저는 홍보실에서 대리 직급으로 온라인 매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디바이스나 영업 관련 기자들의 문의에 답하는 '현장 출신 담당자'이기도 했죠. 과연 저의 '숫자'와 '재무'에 대한 태도는 어떠했을까요?
대학시절 회계 C+을 맞은 제가 재무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YoY(전년 대비), 기저효과 등 기초적인 용어는 물론, IFRS(국제회계기준) 같은 용어는 실적 발표 때마다 나오는 '다른 세상의 언어'였습니다. 공시를 어떻게, 어디서 봐야 하는지도 전혀 몰랐죠.
실적 발표 시즌에 매체 문의가 오면, 솔직히 홍보실에서 재무실을 담당하는 담당자에게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ARPU(가입자당 평균 수익), CAPEX(자본적 지출) 등 통신업계에서 필수 지표도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유통 현장에 경험이 있었으니, 영업과 디바이스만 잘 알면 된다고 스스로 선을 그었습니다. 복잡한 실적 자료는 숫자도 많고 복잡했기에, 저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부적으로 CEO 교체와 함께 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기업가치'로 쏠리던 그 시점, 회사에서도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홍보하여 제대로 평가받자"는 새로운 목표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이는 통신 업계 최초로 '기업가치홍보팀'을 신설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신설된 팀의 미션은 그간 저평가되었던 회사의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고, 기존 통신사 홍보가 출입하던 IT나 통신 기자만이 아닌, 증권 출입 기자 등 자본시장 관계자를 직접 만나 회사를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통신주는 인프라주이며 재미없는 주식이다'라는 오해를 풀고,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자본 시장에 직접 소통하는 임무를 맡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 새로운 변화에 자원하여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나이를 하나둘씩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하는 부분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간 재무나 실적 파트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언론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약점이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회사를 크게 보는 시선(Insight)을 얻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회계 용어도 몰라 피해 다니던 제가 자본시장을 상대하게 된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막막함이 앞섰습니다. 이전에 어떤 체계가 있었던 것이 아닌, 체계를 마련해야 했기에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제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기업가치를 이해하는 진짜 '홍보인'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 막막함 속에서 제가 어떤 스텝을 밟아 나갔는지는 다음 글에서도 천천히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