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갑자기 주어진 새로운 도전

장년기

by YooTube

"내비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너가 TF장 좀 해라."

"네?"

"너 지도 좋아하잖아."

"네, 그렇긴 하죠..."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TF장이 됐다. 조금 이상한 대화였다. 둘 다 이상했다고 생각한다. 저런 제안을 한 사람이나, 별 말없이 알았다고 한 사람이나. 좋은 매니저가 되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새로운 도전이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것만 봐도 인생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흔한 TF가 아니었다. 가장 큰 난제는 그 TF가 기업 인수로 인해 생기게 됐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하던 스타트업을 인수했고, 그 서비스를 새로운 브랜드로 바꿔서 출시하는 일이 TF의 주요 업무였다. 때문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갑자기 TF로 들어오게 됐고, 나는 그 TF의 장이 되었다. 즉, 완전히 다른 회사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우리 회사에 정착을 시키고 새로운 문화에 맞춰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까지 모든 것이 막막했다. 그것을 나와 디자이너 1명, 개발자 1명, 이렇게 3명이서 해야 했다.


서비스 역시 이미 수십만의 유저가 있었기에 그걸 유지하는 것이 일단 중요했다. 차라리 새로 만드는 것이 더 쉬운데. 물론 그건 처음부터 선택지에 없었다. 어떻게든 기존 서비스를 잘 이어가면서 새로운 유저까지 더 많이 만드는 것. 이 TF는 내가 그때까지 했던 일들 중에 가장 도전적인 일이었다.




여러 날을 고민한 끝에 키워드 하나를 잡았다.


신뢰.


모든 걸 떠나서 사람들이 나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사람이 신뢰를 얻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크게 2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굉장한 전문가이거나(회사니까), 돈이 굉장히 많거나(자본주의니까). 나는 후자는 불가능했고, 전자를 택했다.


먼저 상대방을 인정해야 했다. 이 사람들은 취미가 아닌 생존을 걸고 서비스를 운영해오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내비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자동차를 산 지도 당시 막 2년 정도밖에 안 된 일반 유저였다. 전문가들을 상대하려면 먼저 그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줘야 했다. 그래서 TF 초기에는 내비 서비스에 대해 이것저것 열심히 배웠다. 왜 이렇게 만들었으며, 길안내는 어떻게 되며, 기존에 어떤 계획이 있었고 어떤 걸 못했는지. 듣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다음은 내가 이 회사의 전문가라는 걸 납득시켜야 했다. 어차피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내가 그들을 업무적으로 많이 이끌 건 없었다. 대신 새로운 회사라는 조직에 어떻게든 잘 정착하기 위해 중요한 사람, 즉 회사의 전문가가 바로 나이기 때문에 믿고 따를만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기로 했다. 이후 정말 모든 분야의 것을 다 응대해줬던 것 같다. 단순 개인 장비부터 회사 내 시설들, 맥 OS 이용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가이드, 각종 제도들, 기반 인프라나 개발 쪽 관련 서포트 조직들 연결, 전사 마케팅 및 브랜드 부서와의 협업, 예산까지. 기존에 내가 몰랐던 건 배우면서까지 열심히 지원했다.


덕분에 언젠가부터 조금씩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져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서비스를 망치는 사람이 아니고, 더 많은 유저들이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는 사람이다. 인수를 통해 함께 하기로 했으니 기왕이면 더 잘 돼야 하지 않는가. 그것이 내가 목표한 점이었고 조금씩 성과가 나는 것을 느꼈다. 신뢰를 쌓기 위한 내 나름의 노력들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프로젝트였다. 그만큼 많은 것들이 남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 첫걸음은 나름 잘 내디뎠던 것 같다.

keyword
이전 19화18. 나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