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내 특기를 만들어가기

장년기

by YooTube

"7분 YooTube"


첫 회사 다닐 때 생겼던 별명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검색광고 업무를 시작해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배우기 급급하던 시절, 다른 부서와의 회의를 앞두고 급하게 변경해야 할 일이 생겼다. 시간이 10분도 안 남았었는데 내가 급하게 정리해서 7분 만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서 회의를 했다. 그리고 그 뒤로 "와, 7분 YooTube라고 해야겠네."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때 처음 느꼈다. 회사원에게도 브랜드가 중요하구나. 그 뒤로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다. 뭘 하든 빨리 하는 사람, 그걸 내 특기로 만들어가고 싶었다.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는 내가 거쳐간 서비스들을 통해서 형성되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내가 가진 능력이 서비스에 맞아야 새로운 서비스를 맡게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하지만 결국 둘 다 중요하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내 지인에게 나에 대해 물어본다면 지인은 뭐라고 말할까?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 사람 일 참 빨리해. 무언가의 큰 틀을 잡고, 추상적인 걸 구체적인 모습으로 만들고, 그 과정과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문서화하고 공유하는 거 잘하지. 새로운 서비스 할 때 함께 하면 괜찮은 사람이야."


1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하며 내가 노력해온 모습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여러 서비스를 하게 되면서 그 안에서 배운 것들도 많고, 함께 일하는 사람을 통해 배운 것들도 있다. 괜찮은 건 내 것으로 만들다 보니 그것이 쌓여서 다른 기회로 이어지고, 이것이 계속해서 반복된 것 같다. 많은 서비스들을 거쳐왔지만 내가 어떤 큰 계획을 가지고 변화를 추구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내 특기를 다지면서 흐름에 맡겨 스스로 변화해왔다고 할까. 한 회사에서 평생을 다니는 게 아닌 시대라면, 그리고 내가 직접 사업을 꾸려가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회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건 특기라고 생각한다. "당신을 생각할 때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도록 당신만의 특기를 만들어라." 누군가 나에게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하련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것들 중에서 특히 내 특기로 만들고 싶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물론 앞으로도 더 잘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글쓰기

첫 회사에서 검색광고 API 관련된 일을 잠깐 했던 적이 있다. 나는 개발자가 아니기에 직접 개발하는 일을 하지는 않고 대신 스펙을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고 외부에 알리는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문서 작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부서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어린 나에겐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문서 하나를 작성하는 데에도 잘 정리된 포맷이 이렇게나 중요하구나 하는 걸 그 사람을 통해 처음으로 배웠다. 같은 내용이라도 포맷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지고, 얼마나 쉽게 이해가 되는지도 달라졌다. 문서는 무엇보다도 잘 읽혀야 한다.


특히 워드가 매력적이었다. 파워포인트나 키노트 문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하고 그만큼 다양한 형태들이 있다. 반면 워드는 본질적으로 긴 문서이기에 점점 더 사람들에게 외면되고 있다. 하지만 잘 정리된 1~2페이지의 워드 문서는 웬만한 프리젠테이션용 문서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때로는 많은 양의 문서를 워드로 깔끔하게 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목차로 만들기 위해 단락을 의미에 맞게 구분하기, 머리글과 바닥글 설정하기, 읽기 쉬운 여백과 줄 간격 등 글쓰기의 기본에 해당하는 것을 한동안 열심히 공부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나중에 큰 도움이 됐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한들 글쓰기와 같은 기본 소양은 언제나 중요할 거다.


기록하는 습관

택시 서비스를 만들 때 처음 함께 일하게 된 사람 중에서 기록을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소한 하나까지 정말 모든 것을 문서로 남겨놓았다. 덕분에 문서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진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건 곧 필요한 걸 찾을 때 모든 것이 다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했다. 저건 내가 배워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어 이후 의도적으로 노력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기록을 철저하게 잘하는 사람으로 보게 됐다.


모든 업무용 도구의 기본은 기록이다. 기록을 잘해야 자연스럽게 기록으로 누적도 되고, 담당자가 바뀌었을 때 인수인계도 쉽게 가능하고, 누군가에게 전달을 할 때도 내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요즘은 'Notion'이라는 핫한 도구를 쓰고 있다.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와 관련된 문서만 해도 1,000페이지 이상이다. (표 하나하나가 다 문서로 기록되는 Notion의 특성 때문에 과장된 부분도 분명 있다) 덕분에 누가 무얼 물어봐도 직접 설명하는 대신 가볍게 설명하고 더 자세한 건 링크로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새로운 서비스

플러스친구부터 택시, 내비, 바이크 등을 거치다 보니 점점 더 새로운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점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얼마나 상황을 빠르게 구체화시키고 단순화시켜서 일을 진행하는지가 중요했던 것 같다. 때론 수작업이 '많이' 필요하더라도. 우아한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방법이 없다면 수작업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해냈고,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세상에 서비스를 내기 위해 불필요한 기능들은 과감하게 빼고 진행했다. 나는 직접 서비스를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기술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방향을 계속해서 말하고 설득하고 해야 했다. 다행히도 그게 잘 통해서 아마도 새로운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 점차 굳어진 것 같다. 상황이 도와준 것도 많으니, 이래저래 나에게는 행운이 많이 따랐던 부분이기도 하다.


10년 간 내가 거쳐온 서비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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