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가 있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법도에 따라 사람을 선택하지 자기 멋대로 등용하지 않으며, 법으로 공적을 헤아리지 스스로 헤아리지 않습니다. 재능 있는 자가 가려진 채로 있을 수 없게 하고, (능력이) 없는 자가 꾸밀 수만은 없도록 하며, 칭찬을 받은 자라고 하여 (벼슬길에) 나아갈 수 없게 하며, 비난을 받은 자라고 하여 물러나지 못하게 하면 군주와 신하 사이가 분명하게 구분되고 쉽게 다스려지게 되므로 군주는 법도에 의하여 처리하는 것입니다.
군주가 곧 국가이고 법을 만드는 사람 역시 군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주의 행동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군주의 행동 역시 법도에 맞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본인이 정한 법이 더 확실하게 인지가 되고 실효성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이 저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가가 이론적으로는 좋지만 더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 민주주의의 삼권분립같은 것이 없던 시기였으니까요.
인재 등용은 한비자가 책에서 여러 번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말하듯이 공적이 있는 사람을 위로 올려야 하고, 명성만으로 높은 자리에 등용하면 안 되며, 공이 있다고 해도 그 공에 알맞은 수준의 적절한 상을 줘야 합니다. 이렇게 군주의 권세를 명확하게 하고 신하가 그것에 따라야 나라를 평안하게 만드는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술을 잘 행하기 위해서는 법이 기본입니다. 법이 명확하게 공표되지 않으면 술이 행해질 수 없습니다. 성문법의 등장이 세계사적으로 그렇게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본인이 그것을 지키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따를 거라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구부려 사용하지 않습니다. 법이 제재를 가하면 지혜로운 사람도 변명할 수 없으며, 용맹스러운 사람도 감히 다투지 못합니다. 잘못을 벌함에 있어 대신이라도 피할 수 없으며, 착한 행동을 상 줌에 있어 필부라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야 윗자리에 있는 자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고 아랫사람의 사악함을 꾸짖을 수 있으며, 어지러운 것을 다스리고 그릇된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를 버리고 잘못된 것을 가지런히 하여 백성을 하나의 규범으로 통일시키는 데는 법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행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당장 사회에서 벌어지는 재판들만 봐도 그렇죠. 그렇지 못하기에 혼란이 계속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명확한 법과 그에 따른 상벌은 한비자 주장의 핵심인데요. 그 2가지의 비중을 따지자면 한비자에서는 상보다는 주로 벌에 더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스스로의 행동을 조심한다는 것이죠. 상은 더 열심히 하는 것이고 벌은 조심히 하는 것이니, 조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현재에도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혼란스러웠던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에는 적절한 주장이었다고 보입니다.
정의, 공정. 이런 키워드들이 끊임없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걸 보면 2천 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한비자가 제기한 문제들은 여전한가 봅니다. 왠지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