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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Mar 12. 2021

ANYONE CAN COOK!

영화 <라따뚜이>

숨어 살아왔던 내 인생이
마침내 자유로워졌어요.
축제가 곧 내 앞에 펼쳐질 거예요!


    영화 라따뚜이의 배경음악인 'Le Festin'의 가사 구절이다. 스텔라장이 이 곡을 부른 영상을 몇십 번 돌려듣다 보니 내 손가락은 어느새 이 영화를 찾아 보고 있었다. 스텔라장의 달콤한 목소리에 속고 말았던 건지, 파리의 낭만을 담은 영화일 거라 생각했건만 내용은 그 반대였다. (그래도 중간마다 등장하는 풍경은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일상의 무거움에 짓눌려 여가에서라도 가벼움을 찾고 싶은 분들은 이 영화를 추천드린다.




똥손 인간과 금손 생쥐, 그 환장의 궁합


    포스터에 보이는 찍찍이가 바로 영화의 주인공 레미 되시겠다. 레미는 다른 쥐들과 달리 뛰어난 미각과 후각을 가졌으나 정작 쥐약 냄새를 탐지하는 데에만 그 감각이 쓰일 뿐이다. 웬만한 인간보다 발달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음식을 그저 연료 취급하는 쥐의 삶은 레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인간의 요리는 신세계였으며 특히 프랑스 요리계 최고의 실력자인 셰프 구스토를 존경했다.


    평생 쥐약 냄새나 맡으며 살 것 같던 레미의 삶을 바꾼 건 이 날의 일이다. 구스토의 책에 나오는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에 몰래 주방을 휘집다가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켜버리고 만다. 그것도 모자라 가족들의 은신처까지 들켜버리는 통에 쥐들은 황급히 도망쳐버리고, 이 와중에 구스토의 책을 챙겨 나오던 레미는 가족들을 잃어버린 채 홀로 낯선 곳에 도착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몰라도 레미가 도착한 곳은 바로 파리에 위치한 구스토의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주방을 훔쳐보던 레미는 새로 온 견습생 링귀니가 스프를 망치는 걸 보다 못해 주방으로 뛰어들어가 몰래 스프를 요리한다. 결국 링귀니에게 들키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레미의 스프는 손님에게 큰 호평을 받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스프를 요리한 사람이 링귀니라고 생각한 총 주방장 스키너는 그에게 똑같은 맛을 만들어내라고 지시한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견습생의 요리가 손님들에게 인정을 받은 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어떻게든 링귀니를 자신의 주방에서 내치려는 속셈이었다. 요리에는 전혀 소질이 없던 링귀니는 레미에게 같이 요리를 해보자 제안하고, 그렇게 레미는 링귀니를 도와 꿈에 그리던 요리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된다.


    레미의 도움으로 링귀니의 요리는 식당에 열풍을 일으키고, 그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스포트라이트 바깥에서 레미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낀다. 점점 틀어지는 레미와 링귀니의 사이에 끊임없이 들어오는 스키너의 꼼수, 그리고 구스토를 쓰러트린 비평가 이고의 등장까지. 두 사람... 아니지, 두 생명체는 이 난관을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을까?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 굳이 를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깨달았다. 바로 구스토의 모토인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를 어떤 동물보다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바로 쥐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쥐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그리 반겨지지 않는 존재다. 특히나 청결한 곳에 있어서는 더더욱 안 되고. 그런 쥐가 주방에서 발견됐다고만 해도 충격인데, 더군다나 쥐가 요리한 음식은 어떻겠나. 세상 찜찜함에 못 이겨 사람들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과감하게 요리하는 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인간이 버린 음식이나 훔쳐 먹으며 생을 이어가는 쥐를 말이다. 꼬마 요리사 레미를 통해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누구나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배경이 장애가 될 수도 없다.


    배경의 덕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배경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사람 또한 많다. 소박한 출신으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는 관념이 사회에 공공연히 퍼져서일까. 빽(background)이 없으면 성공은 글렀다는 주변의 눈초리에 지쳐 자신의 꿈에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귀여운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이 자신의 길에 장애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러니 꿈에 정진하라는 것. 귀여운 찍찍이 레미를 통해,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냉정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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