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그뿐이에요.
2020년 2월 27일. 그러니까 오늘로부터 꼭 2년 전. 두 번의 실패 끝에 브런치로부터 축하 메일을 받았던 날이다. 그저 '작가'라는 지위만을 얻었을 뿐인데 책이라도 내게 된 것처럼 주체할 수 없이 기뻐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글을 발행한 날이면 몇 번씩이나 브런치를 들락거리며 어떤 분들이 라이킷을 해주시는지 구경하는 게 일상이었고.
꾸준히 글을 쓰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 믿고 여섯 달 정도 정기적으로 글을 연재했었다. 그러다 학업에 밀려 한동안 브런치를 쉬었던 적도 있지만 새해에는 어김없이 이곳에 돌아와 그에 걸맞은 새로운 마음으로 글을 올렸다. 올해는 열심히 써야지, 하면서.
2년간 내가 발행했던 글은 총 51편. 그중 17편은 얼마 전 발행을 취소하여 현재는 34편의 글이 브런치에 남아있다. 여태껏 써왔던 글들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7편의 글을 내리는 데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고심 끝에 발행을 취소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깊이가 얕은 글을 올려놓기 부끄러운 마음이었고, 둘째는 사회인으로서의 내 삶과 작가로서의 내 삶을 분리시키고픈 마음이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쓸 수 있게 된 건 소재의 덕이 컸다. 스무 살 때 겪은 우울감을 바탕으로 몇 편의 글을 신청서에 첨부하여 제출했고, 그 신청서를 통해 작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주제에 관해 시험 삼아 한두 편을 깔짝이는 것과 열몇 편을 깊이 있게 써내리는 건 엄연히 다른 차원이었다. 브런치북으로 엮기 위해 어떻게든 글을 완결하긴 했지만 라이킷 알림이 뜰 때마다 왠지 모를 창피함이 몰려들었다. 이토록 투박하고 얕은 글을 좋아해 주시다니. 감사함보다 부끄러움이 앞선다는 걸 깨달은 순간, 브런치북의 모든 글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대외활동을 하며 브런치에 사회적경제에 관한 기사를 여럿 올렸었다. 하지만 활동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그 글들과 이곳의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보'가 목적인 기사를 써야 했기에 활동 중반부터는 노출 빈도가 높은 블로그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자연스럽게 브런치에 올리는 글의 성격도 홍보성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경제 기사들도 뒤늦게 발행을 취소하게 되었다.
서너 시간, 때로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쓴 글을 한두 편도 아닌 무려 열일곱 편씩 내리는 건 상당히 허무한 일이었다. 그동안 노트북 앞에 앉아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던 시간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사회인으로서의 내 삶과 작가로서의 내 삶을 분리하여 살아가려면 언젠가는 솎아내야 할 일이었다. 라이킷을 눌러주셨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 또한 들었지만, 두 삶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계속 글을 쓰지 못할 것 같기도 했고.
이 글을 올리면 2년 동안 서른다섯 편의 글을 발행한 게 된다. 그리고 내 브런치를 구독해주시는 분들 또한 서른다섯 분이시다. 비록 열일곱 편을 잃었지만 2년차 작가가 된 날의 글 수와 구독자 수가 같아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일 것이다. 앞으로는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숙해지는 글의 농도 또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아직도 좋은 글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무작정 긴 글을 쓴다고 해서 좋은 글도 아니고, 자극적인 소재로 독자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것 또한 좋은 글은 아닌 듯하다. 브런치 나우를 살펴보면 다양한 분량과 다양한 형식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보면 볼수록 좋은 글이 무엇인지 더 모르겠더라. 짧은 글도 긴 글도, 가벼운 글도 깊은 글도 나름대로 사랑을 받고 있었으니까. 기준을 모르겠으니 그저 내 노력이 닿는 만큼 쓰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련다.
그래서 2주년인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뿐이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