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부양기(11)

부모님 부양하면서 겪었던 일과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합니다.

by 유염

집을 분리하면서 부모님께 약속 한것이 있는데

김치, 휴지만큼은 떨어졌을 때 얘기해주면 바로 주문 해드리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생존 물품이었고, 그 외의 물품들은 다소 개인취향이 들어가므로 제품의 사진을 보내주거나, 같이 마트를 가는 약속을 잡자고 하였다.

그리하여 월세 이외에 부모님 집에 들어가는 지출은 액수가 거의 고정된 상태가 될 수 었다.


지출액을 (대략적으로 라도) 산정하고 고정하는것은 전체 지출액을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첫 단계로 매우 중요 하다. 나의 개인 생활비도 (교통비, 식비, 통신비, 보험료 등 전체 지출 포함) 대략적으로 80만원 내외였고 대출과 모두 계산해보니 가끔 외식정도는 가능한 정도였다.

(아주 여유롭진 않지만 그래도 너무 빠듯하진 않게)

약간의 저축도 가능하여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바로 저축을 시작 했다. 대출 후 3년까지 중도상환 시 추가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3년후에 중도상황을 목표로 하였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니 돈을 모으기가 훨씬 수월 했다.

이전에는 막연하게 그저 모을 뿐이었는데, 대출이 있고, 매달 상환 안내 연락이 오니 추진력이 절로 생겼다.


조금 나쁜 마음일 수도 있겠으나 회사에서의 마음가짐도 조금 달라졌다.

왜 선배님들이 그렇게 차를 사라고 종용(?) 했는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회사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가 될 수 있었다.

(다만 이 태도는 내가 불안장애를 기반한 우울증 약을 먹는 도중에 일련의 일들이 모두 일어났기 때문에 어떤것이 변화에 명확한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 복합적이다.)

그래서 이즈음 부터 나는 회사에서 늘어지는 동료가 있다면 집을사라고 권하는 사람이 되었다.


집을 구매한것은 2023년도 8월이었지만(잔금까지 마친날) 바로 이사가진 못했다.

화장실를 포함한 집 수리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도배/장판과 화장실 수리뿐이었으나, 외장 샷시까지만... 하고 한번 추가하고 나니 조금만 더 보태면 중문도 추가하고, 또 조금만 더 보태면 싱크대도 수리하고...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천장 몰딩빼고 올수리가 되었다.


그래서 또 바로 견적 리스트를 작성하였고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았다.


도배

장판

외부샷시 +방범창

현관중문

방문교체 + 문지방 제거

걸레받이

주방 타일

싱크대+선반 및 부자재 (후드, 수전 등)

화장실 타일 (벽/바닥)

젠다이 선반 및 부자재(양변기 세면대 수전 수납장 거울 등)

베란다 탄성코드 도장

현관 문 필름 시공

신발장


여기까지 결정하고 네이버 카페인 '박목수의 열린견적서'와 '숨고'와 '오늘의집'에서 대략적인 금액을 받아보기로 하였다.

나의 기준은

실제로 업무하는 사무실이 존재하는지? (정상 영업 하는지)

집(공사장)과 사무실이 가까운지 (잘못되었을 때 찾아갈 수 있는지?)

실제로 시공 후기가 있는지

나의 예산을 고려해주는지

나의 요구사항을 반영해주는지

공수표 날리지 않고 현실적으로 제안 해주는지

정도 였다.


'박목수의 열린견적서'는 금액도 명확하게 알려주고 나의 예산도 고려해주었지만 위치가 어딘지 알 수 가없어서 보류

'숨고'는 가격은 알려주지 않고 돌려말하거나 계속 모호하게 말하셔서 탈락

'오늘의 집'에서 컨텍한 5곳은 모두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견적을 받아 보았고

A업체 : 나의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사장님이 자기가 좋아하는 소재 쓰자고 계속 영업하셔서 탈락

B업체 : 나의 요구사항과 상관없이 자기네 추천 구조로 견적을 짜와서 탈락

C업체 : 시공비와 디자인비가 별도로 존재하여 이중청구되는 구조인 업체여서 탈락

D업체 : 너무 딴 동네라 거리가 멀어서 탈락

E업체 : 사장님도 좋고 위치도 적당하고 현실적으로 제안해주었지만 예산이 조금 넘어서 보류


연일 사람을 만나야 했던 일정 속에서 나는 언니와 잠시 쉬러 카페로 들어 갔고 충동적으로 '네이버 지도'앱에서 집근처 인테리어 시공하는 업체에 순차적으로 전화를 돌려 보았다.

나의 조건중 '사무실이 가까운 곳'이 우선순위가 조금 높았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지않거나, 이미 공사계약이 모두 마친 업체가 대부분 이었다.

그 중에서 한 업체 사장님이 상당히 친근하게 전화를 받으셔서 현장 견적을 내겠다고 하여 홀린듯이 수락 하였다.


공실이 된 집에서 만난 사장님은 친절한듯 안한듯한 특유의 중년포스를 풍기며 구체적으로 집을 확인 하셨는데, 나의 요구사항들을 내 예산에 맞게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식과 함께

상세 견적은 올려주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져 버리셨다.

나는 하루종일 궁금했다.

'어디다 뭘 올려준다고 하신거지?'

'문자로 준다고 하시는건가' 싶어서 기다렸고

나는 그날 저녁에 놀라 뒤집어 질 수 밖에 없었다.


네이버 카페로 견적서가 올라온 것이었다!


집 근처여서 전화했던 그 사무실이 '박목수의 열린견적서'에서 1차 견적을 내줬던 업체였다.

카페를 통해 나의 연락처가 사장님께는 있던 상태였고,

나는 전혀 몰랐던 상태에서 단지 지도를 보고 전화 했던것이었다.

카페에 올라온 상세 견적서는 내 예산에 오히려 돈을 남길 수 있었다.

이 날 시공 업체를 바로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이젠 공사만 기다리고 있었다.


견적문의에 친절히 답해주셨던 모든 사장님들에게 감사함을 담아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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