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태나] 증오와 갈등이 용서와 이해로 바뀌어가는 여정

모든 증오가 끝나는 곳, 몬태나로 가자

by 트래볼러
- 프롤로그(prologue) -

평화롭고 한적한 오후.
집에서는 엄마와 두 딸이 형용사(adverb)에 관한 예문을 지어가며 한가로이 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같은 시각 밖에서는 아빠가 나무를 자르며 무언가에 열중한다.
이때, 아빠는 멀리서부터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어둠의 기운을 느낀다. 비상이다! 아빠는 황급히 가족들을 피신시킨다. 그리고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아빠의 저항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총을 맞고 쓰러진 후 머리카락까지 뜯기는 수모까지 당한다. 이 모든 과정을 멀리서 지켜보던 엄마와 아이들은 비통해할 틈도 없이 숲을 향해 도망친다. 이윽고 두 번의 총성과 동시에 두 딸아이가 힘없이 쓰러진다. 갓난쟁이 아들을 안고 있는 엄마는 차마 쓰러진 딸들을 챙길 여력이 없다.
두 딸의 희생 덕분에 숲으로 피신한 엄마는 결국 잔인한 코만치족으로부터 살아남았다. 하지만 엄마 품에 안겨있던 갓난아기에게는 어느새 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엄마만이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


미국 서부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미국과 소수민족인 인디언족들과의 대립을 큰 전제로 한다. 영화의 시작에선 인디언 부족이 미국을 압도하는 듯했으나 사실상 사정은 그 반대다. 많은 인디언 부족들이 미군대에 의해 제압당하고 억압으며 포로로 잡혀있었다.




미군의 전설적인 대위 조셉 블로커(크리스찬 베일)는 여느 때처럼 인디언 부족을 잡아 감옥에 집어넣는다. 인디언 부족을 증오하는 대위는 비록 힘없는 자들일 지라도 매우 거칠게 다뤘다. 이 모습을 본 동료가 한마디를 건넨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더 좋은 방법이 없지 않나?"


이렇게 인디언 부족을 향한 증오가 계속되는 가운데, 영화는 이들의 갈등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할 이벤트를 하나 투입시킨다. 인디언 부족들의 청원이 받아들여져 미국 대통령의 명령으로 하달된 이 임무는 대위의 군 동료를 비롯한 수많은 미국인들을 죽인 일생일대의 적, 추장 옐로우 호크(웨스 스투디)를 그의 고향인 몬태나로로 귀환시키는 것이었다.

옐로우 호크가 이제는 암에 걸려 다 죽어가는 노인에 불과하다지만 그가 저지른 악명 높은 전례를 모두 알고 경험했던 대위로서는 선뜻 임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뼛속까지 군인인 대위는 심한 내적 갈등을 겪은 끝에 결국 임무를 수행하기로 한다. 그렇게 몬태나로 가는 원정대가 꾸려지고, 대위는 그가 가장 증오하는 철천지 원수의 고향길을 함께 떠나게 된다.


여정의 시작


몬태나로 가는 길.

잠시 휴식차 진을 치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불에 다 타버린 집과 그 안에서 죽은 가족들의 시체를 지키고 있는 슬픈 여인을 발견한다. 영화의 초반, 코만치족의 습격으로부터 유일하게 살아남은 로잘리 퀘이드(로자먼드 파이크), 퀘이드 부인이다. 대위는 그녀의 가족들을 묻어주고 더 이상 갈 곳 없는 그녀도 함께 몬태나로 데려가기로 한다.

인디언 부족을 증오하는 대위, 인디언 부족들에게 가족을 잃은 여인, 그리고 옐로우 호크까지.

이렇게 공존할 수 없는 세 사람이 한 팀을 이뤄 몬태나로 여정을 계속해 나아간다.


공존할 수 없는 세사람


코만치족에게 습격당했다는 퀘이드 부인의 사연을 알게 된 옐로우 호크는 대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것은 사람을 가리지 않을 만큼 잔인한 코만치족들은 분명 우리를 찾아내 습격할 것이기에 자신의 두 팔을 묶고 있는 쇠고랑을 풀어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불신과 증오로 가득 찬 대위는 이를 단칼에 거절한다.



몬태나로의 행군이 이어가던 어느 날, 옐로우 호크가 예상했던 대로 코만치 족의 습격을 받는다. 대위를 비롯한 이하 미군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쉽사리 대응을 하지 못한다. 이때 전세를 역전시킨 건 다름 아닌 옐로우 호크와 그의 아들 블랙 호크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대위의 마음에 조금씩 신뢰가 싹트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재차 제안해오는 두 팔의 자유화를 이제는 받아들인다. 그들에 대한 증오는 그렇게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이후에도 코만치 족의 재습격이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퀘이드 부인을 비롯한 옐로우 호크 추장의 여인네들이 지나가던 모피 사냥꾼들에게 잡혀가게 되었다. 자신의 딸이 잡혀간 옐로우 호크는 대위에게 이번 구출 작전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줄 것을 부탁한다. 아직 그 정도까지의 신뢰는 가지 않지만 자기 딸의 일이라는 말에 못 이기는 척 잠시 주도권을 넘기고 무사히 구출해낸다.


그렇게 제법 길고 험난했던 여정을 헤치고 끝내 원정대는 몬태나에 도착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옐로우 호크는 스스로 몬태나의 고향땅을 밟기는 힘들 것 같음을 직감한다. 그런 옐로우 호크에게 연민을 느낀 대위 역시 그의 삶이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음을 짐작하고 그제야 그에 대한 모든 증오를 내려놓는다.

증오는 용서로 바뀌고, 갈등은 이해로 바뀌어 원수지간이었던 둘을 친구로서 이별을 맞이한다.




몬태나에 도착할 때까지 수차례의 크고 작은 고난과 역경이 이들에게 들이닥쳤다.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이겨냈을 때의 성취와 기쁨도 함께 나누는 사이, 어느새 결코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이들의 갈등은 해소되었고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인간은 어려움을 함께 할 때 서로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몬태나를 우리 인간들의 공통된 삶의 종착점이라 치고 몬태나로의 여정을 우리의 삶에 비유한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도 우리의 삶(몬태나로의 여정) 속에서 고난과 역경(코만치족의 습격, 모피 사냥꾼의 여인네들 납치 등)을 함께 이겨낼 때 증오나 갈등 없이 용서하고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다 같이,

이 힘든 세상,

힘을 합쳐,

모든 증오가 끝나는 그곳, 몬태나로 가야겠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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