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긴장감은 끝나지 않는다

93분 내내 계속된 긴장감

by 트래볼러
※ 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관람 리뷰로 다소 스포일러 성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이 났다. '뭐야? 이렇게 끝이야?'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영화 제목 때문인지 뭔가가 더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관객들은 자리를 쉽사리 뜨지 못한다.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긴장을 유지한 채 기다려본다. 드디어 엔딩 크레디트의 마지막 한 줄이 지나가고... 마침내!!! 영화관의 조명이 활짝 켜진다. 영화는 정말 그렇게 끝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영화 제목대로 관객들의 긴장감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그런 영화다.

93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이렇게 긴장하고 봐야 하는 영화라면 다소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희한하게도 부담스러우리 만큼 자극적인 장면은 영화 93분 내내, 극 중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혼 소송 중인 부부, 미리암 베송(레아 드루케)과 앙투안 베송(데니스 메노체트)의 막내아들 줄리앙 베송(토마 지오리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프랑스 한 가정의 일상적인 드라마다. 각 인물 사이의 관계와 주변 환경, 에피소드 모두 우리나라 일일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에 나올 법한 지극히 평범한 소재들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평범한 소재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냈다.




첫 장면에서부터 부부의 양육권을 둘러싼 공방전으로 긴장감이 조성된다. 아빠를 만나기 싫다고 쓴 줄리앙의 자필 편지를 필두로 폭력 남편이자 아빠인 앙투안의 양육권을 무마하려 한다. 이에 대해 앙투안은 아이에게는 아빠라는 울타리가 필요하고 아이의 보호자로서 미리암의 부적격함을 주장하며 친부로서 양육권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에 판사는 바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결과는 후일 통보하기로 한다. 그 결과는...? 일단 법은 미리암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계속해서 앙투안이 아이를 만나는 것을 허락했다. 줄리앙은 그렇게 매주 아빠와의 의무적인 시간을 가져야 했다. 이렇게 결론도 나왔으니 이제 긴장할 일이 뭐 있겠냐마는, 앙투안과 줄리앙, 아빠와 아들의 만남이 시작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긴장은 고조되기 시작한다.


영화의 첫 장면, 긴장의 시작


"빠아앙! 빵! 빠아앙! 빵!"


미리암의 집 앞. 앙투안이 차를 대기시켜놓고 줄리앙이 나오지 않자 클랙슨을 누르며 미리암을 압박한다. 가기 싫어하는 아들을 위해 어떻게든 안 내보내려 하지만 이미 판결이 난 상황에서 신고하겠다 하는 마당에 별도리가 없다. 줄리앙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마지못해 아빠를 만나러 나간다. 시작부터 반갑지 않은 이 둘의 만남이 서서히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앙투안은 최대한 상냥하고 반갑게 맞아주지만 줄리앙의 표정은 잔뜩 지푸려져 있다. 아무리 법적으로 의무라지만 과연 이 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을까? 상냥하고 친절한 게 오히려 이상한 앙투안의 모습과 앙투안의 폭력적인 면모를 잘 알만한 줄리앙임에도 끝까지 뾰로통하게 아빠를 대하는 둘 사이에서 묘한 긴장이 느껴진다. 지켜보는 관객들마저 조마조마하다.


결코 친해보이지 않는 아빠와 아들



착함이라는 가면을 쓴 휴화산 같은 앙투안의 본질은 줄리앙이 친누나인 조세핀 베송(마틸드 오느뵈)의 생일파티에 가기 위해 주말을 바꾸는 게 어떠냐는 제안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실, 앙투안이 줄리앙을 픽업하는 집은 줄리앙의 할머니 댁이다. 미리암의 집은 앙투안 모르게 이사를 했고 앙투안은 자녀들이 사는 곳을 알아야 한다는 아빠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주소를 알아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미리암이 이를 알려줄 리 없을 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평소 언짢은 구석이 많았을 앙투안은 미리암과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 또한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말 교환에 대한 제의를 보호자인 미리암이 아닌 줄리앙을 통해 들은 것에 결국 화가 폭발하고 만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 수평선을 유지하고 있던 긴장감이 한순간 팍! 튀어올라 이제부터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주말 교환으리 제안하는 줄리앙


참고 참던 앙투안은 급기야 줄리앙을 대놓고 다그쳤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하지는 않지만 아이에게 충분히 위협이 될만한 행동을 보이며 새 집의 주소를 알아내려 했다. 줄리앙의 가방을 뒤져 새 집 열쇠를 발견한 앙투안은 줄리앙에게 길안내를 시키고 드디어 집 앞까지 가고야 만다. 함께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줄리앙이 도망을 친다. 그 뒤를 앙투안이 쫓는다. 아빠와 아들의 숨 막히는 추격전... 일 줄 알았지만 의외로 앙투안은 추격을 금방 포기한다. 그리고는 차로 돌아가고 그 뒤 모습을 바라본 줄리앙은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앙투안이 숨어있다 나올 것만 같은 으스스한 기분에 긴장감은 절정에 치닫는다. 하지만 이내 차 앞에 서있는 앙투안의 모습이 보이고 그제야 잠시 긴장의 끈이 풀어진다. 그 집은 줄리앙이 거짓으로 안내한 집이었고 진짜 집은 따로 있었다. 주변 지인의 도움으로 그곳을 알아낸 앙투안은 결국 줄리앙과 함께 미리암, 조세핀이 살고 있는 새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서서히 폭력성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앙투안


갑작스러운 앙투안의 방문에 당황한 미리암이지만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 침착하게 상황을 극복하려 한다. 여기저기 집구경을 하던 앙투안은 옛날의 화목했던 시절이 떠올랐는지 감정이 격해지며 자신이 이제는 개과천선했음을 호소한다. 미리암을 껴안으며 동정으로 어필해보지만 미리암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앙투안에 대한 불안감에 그를 살살 달래는 정도로만 받아들인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집안에 있으니 뭐든 못하겠느냐?라는 생각에 지켜보는 내가 더 불안했다.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을 조용히 잘 넘긴 미리암은 이제 집까지 알게 되고 점점 격해지는 앙투안의 모습에 더 이상 줄리앙을 맡기지 않기로 결심한다.


앙투안의 강압으로 울상이 된 줄리앙




그 후 찾아온 주말. 앙투안의 난동에도 미리암은 끝까지 줄리앙을 내보지 않는다. 커튼으로 온동 빛이 차단된 깜깜한 집에서 둘은 앙투안이 포기하고 떠나기만을 바란다. 그러던 중 앙투안의 난동 소리가 사그라들고 정말 포기하고 갔나 싶어 조심스레 현관문쪽으로 다가간다. 그 순간, 계단을 올라오는 앙투안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 가문 앞에 다다랐을 때 그의 품에 장총이 쥐어져 있었다. 이내 미리암은 줄리앙과 함께 어둠 속 방 한구석에 들어가 숨는다. 장총을 쏴대며 문을 부수고 결국 집으로 들어간 앙투안, 분명 집 안의 어느 방 한 곳에 숨어있을 미리암과 줄리앙. 이들의 숨바꼭질이 시작되는 영화의 마지막 후반부는 93분 중 긴장감이 가장 절정에 이른다.


이들의 숨바꼭질 결과는...?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시길...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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