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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Apr 28. 2018

엄마를 위한 내 맘대로 제주 패키지 - 3일차

3박 4일 제주도 가족여행

# 그때 그날처럼

엄마를 위한 제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어떤 곳이 좋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는 직접 엄마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 엄마에게 물었다.


"제주도 어디 어디 가봤어? 이왕이면 안 가본데 가게."

"안 가본데 많지. 그때 신혼여행 패키지로 갔던 거라 맘대로 못 돌아다녔어. 근데 갔던데 가도 괜찮아. 너네들이랑은 처음이니까. 워낙 오래되기도 했고..."


그래서 정한 곳이 폭포다. 어릴 적 사진관에 필름을 들고 가던 시절, 앨범에 꽂혀있는 빛바랜 사진 속 엄마와 아빠의 다정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한 쌍의 잉꼬 같은 엄마 아빠 뒤로는 곧고 힘찬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만나 이룬 연못이라는 천지연 폭포였다. 신혼여행 이후 약 30년 만에 다시 찾은 천지연 폭포를 바라보면서 엄마는 잠시 감상에 젖은 듯 보였다. 입구에서 폭포까지의 길이 예전과는 달라졌지만 쏟아지는 폭포의 물줄기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며 반가워했다.

조심스레 포토존으로 엄마를 이끈다. 조금은 조심스레 이끈 이유는 다시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떠올랐기 때문. 아빠가 없는 지금, 그때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엄마를 슬프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엄마는 흔쾌히, 아니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와 동생을 팔을 잡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뒷사람에게 카메라를 맡기며 사진을 부탁했다.

'찰칵!'

사진을 본 엄마의 첫마디가 가슴을 울렸다.


"그때는 남자가 한 명이었는데 이제는 양옆으로 둘이나 있네? 든든하니 좋네~"

하늘과 땅이 만나 이루어진 연못, 천지연 폭포
30년 전 한 남자가 있었다면 이제는 우리 두 남자와 있어 더 행복하다는 엄마


천지연 폭포에서 중문으로 가는 길, 칠선녀가 목욕을 하고 간다는 천제연 폭포에도 잠시 들렀다.

주상절리가 돋보이는 제 1 폭포(연못)
제 2 폭포
칠선녀다리, 선임교
선임교에서 바라본 풍경
제 3 폭포


# 엄마에게도 여전히 동심은 있다

꼬꼬마 시절 아빠와 엄마는 나를 데리고 물놀이를 제법 많이 다녔었다. 여의도 한강 수영장, 제주도 가족여행 등 사진 속 나는 튜브에 앉아 물 위에 두둥실 떠있었고 그 옆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꼬꼬마 시절에는 참 많이 했던 엄마와의 물놀이였는데...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되는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엄마와의 물놀이를 못하게 된 것이. 아니, 안 하게 된 것이. 튜브에 올라 엄마와 놀기에 나는 신체적으로 많이 자랐고, 반대로 엄마는 체력이 점점 약해졌을 테니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순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에게도 여전히 동심은 있었다. 나이가 들며 운동신경이 떨어져 비록 약한 파도에도 잘 흔들리고 물에 빠지기 일쑤였지만 엄마는 몇십 년 만에 온몸을 바다에 맡기며 노는 물놀이를 진정으로 즐기고 있었다. 마치 엄마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엄마는 밀려오는 파도에 넘어지지 않으려 내 손을 꼭 잡았다. 손이 까칠했다. 이렇게 엄마와 손을 잡아본 것도, 몸을 부대껴 본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생각해보면 평소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인데 난 왜 이제야 하고 있는지...

여행 후 집으로 돌아가면 적어도 하루 한 번은 엄마와 손을 잡아야겠다. 안마를 핑계 삼아 스킨십도 자주 해야겠다. 가끔 그냥, 안아드리기도 하고.

30대 아들과 엄마의 물놀이


물놀이 후 수분 보충도 하고 지친 몸도 쉬어갈 겸 중문색달해수욕장 근처의 익숙한 듯 이색적인 바나나 천국을 찾았다.

바나나맛 우유 천국, 옐로우 카페(YELLOW CAFE)


# 엄마의 버킷리스트

올레길! 올레길! 

여행 전부터 엄마가 한라산과 함께 노래를 불렀던 곳은 제주 올레길이다. 주말마다 '길 따라 걷기'라는 동호회를 다니면서 엄마는 어느새 길 여행가가 되어있었다. 그런 엄마에게 제주 올레길은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하는 목표이자 버킷리스트였다. 그 리스트에 한 획을 긋기 위해 올레길 7코스가 이어져 있는 외돌개에 왔다.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바람소리, 파도 소리, 그리고 흙바닥을 딛는 걸음 소리만이 귓가에 들려왔다. 엄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일부러 묻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와 동생을 키우시느라 평소 수많은 걱정과 생각을 하며 살아오셨을 것이기에 이 순간만이라도 아무 걱정도, 생각도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나와 동생도 그저 아무 말 없이 엄마 따라 길 따라 조용히 걸었다.

거센 파도의 공격을 온몸으로 다 받아내고도 침식되지 않아 우뚝 솟아있는 강인한 외돌개 바위처럼 엄마도 우리들이 성인이 되기까지 그렇게 버텨왔으리라. 이제는 우리 두 아들이 엄마를 지켜드릴 차례다.

거센 파도에 의한 침식을 이겨낸 외돌개




[ 엄마를 위한 제주 패키지 3일 차 ]
천지연 폭포 -> 천제연 폭포 -> 중문색달해수욕장 -> 옐로우 카페(YELLOW CAFE) -> 외돌개, 올레길 7코스


천지연 폭포

제주도 폭포 하면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폭포가 아닐까 한다. 서귀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용천수가 많이 솟고, 지하층에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수성응회암이 널리 분포하여 폭포가 많은 편인데 그런 서귀포 폭포 중에서도 규모나 경관 면에서 단연 으뜸인 곳이 바로 하늘과 땅이 만나 이루어졌다는 천지연 폭포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천지동 667-7

[영업시간] 매일 9AM - 22PM (매표마감 21:20PM)

[입장료]
  - 성인 2,000원
  - 어린이, 청소년 1,000원
   *장애인 무료

[전화] 064-733-1528


천제연 폭포

아마 천지연 폭포와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한다. 천제연 폭포는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한라산에서 시작된 중문천이 바다로 흐르면서 형성된 폭포다. 총 3개의 폭포로 나누어 지는데, 주상절리 절벽에서 천제연(못)으로 떨어지는 것이 제1폭포, 천제연의 물이 더 아래로 흐르면서 형성된 제2,3폭포가 있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천제연로 132 천제연폭포관리소

[영업시간]
  - 평일 9AM - 18PM
  - 주말 9AM - 18PM
   *일몰시간에 따라 변동 가능

[입장료]
  - 일반 2,500원
  - 어린이, 청소년 1,350원

[전화] 064-760-6331


중문색달해수욕장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야자수 덕분에 이국적인 모습 자아내는 중문색달해수욕장은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몰려든다. 다른 해수욕장보다 파도가 잦고, 높은 편이라 서퍼들에게 인기가 많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 3039

[입장료 및 주차] 무료

[이용시간]
  - 평일 10AM - 19PM
  - 주말 10AM - 19PM

[전화] 064-760-4993


옐로우 카페(YELLOW CAFE)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를 테마로 한 이색 카페로 바나나맛 우유를 베이스로 만든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고, 노란색 베이스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덕분에 사진 맛집으로도 인기가 많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90

[영엄시간] 매일 9AM - 21PM (연중무휴)

[메뉴 및 가격]
  - 바나나 아이스크림 쉐이크 5,700원
  - 바나나 라떼 4,500원
  - 바나나 녹차라떼 5,000원
  - 바나나 홍차라떼 4,800원
  - 아메리카노 3,800원

[전화] 064-739-1140


외돌개, 제주 올레길 7코스

제주 올레길 7코스의 시작점인 외돌개는 바다에서 20m높이로 솟아난 형상의 돌기둥이다. 바다 위에 홀로 우뚝 서있어 ‘외돌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791

[전화] 064-760-3192


참조 : 네이버 플레이스/지식백과, VISIT 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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