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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Oct 29. 2018

세상 가장 깊은 소금 왕국,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레알 짠내 투어

크라쿠프에서의 마지막 날. 대미를 장식할 여정은 크라쿠프 근교 비엘리치카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금광산, 비엘리치카 소금광산(Wieliczka Salt Mine)이다.

사실 이곳은 아우슈비츠와 함께 갈까 말까 제법 고민했던 곳이다. 아우슈비츠야 원래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라지만 소금광산은 딱히 호불호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고민했던 건 바로 그 호불호가 없었기 때문.


'뭐 특별한 게 있겠어? 그냥 소금으로 만든 조각상들 보면 땡이겠지...'


그저 무난하게 둘러볼만한 곳이겠거니 생각이 들어서였다. 몇 안 되는 폴란드 여행 가이드북에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이미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크라쿠프에 5일을 머물렀기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 역시 나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아유슈비츠를 끝으로 크라쿠프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려 했건만 이렇게 소금광산으로 향하게 된 건 아우슈비츠에서 만났던 말레이시안 친구 칼먼과의 우연한 재회에서 비롯됐다.



약 1시간 전,


바르샤바로 가기 위해 새벽같이 짐을 꾸려 크라쿠프 중앙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역 광장에 다다랐을 때 멀리서 낯익은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어?! 칼먼?!!!"

"굿모닝~ 어디가?"

"나 이제 바르샤바로 가보려고."

"그렇구나~ 크라쿠프는 어땠어? "

"좋았어. 생각보다 볼거리도 많고."

"그지? 혹시 소금광산도 갔다 왔어?"

"거긴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냥 안 가려고. 별거 없을 거 같아서."

"아 그래? 거기 진짜 괜찮은데... 아쉽다... 넌 특별한 경험을 하나 놓친 거야!ㅋㅋ 혹시 기회 되면 다음에라도 꼭 가봐~”


마치 제 일인 양 아쉬워하는 칼먼의 말에 순간 마음이 180도 바뀌었다. '이렇게 쉽게 변할 마음이거늘 난 어제 왜 그리 고민했을꼬... 대체 뭘 고민한 거지...?' 하며 혼자 속으로 민망해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귀가 종이장만큼이나 얇다.




칼먼과 헤어지고 급하게 잡은 숙소에 짐을 맡기고 비엘리치카로 향하는 304번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부터 정류장은 시장통이다. 딱 봐도 대부분이 외국인들. 딱 봐도 대부분이 소금광산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사람들은 잠시 후, 누가 집합이라도 시킨 듯 하나둘씩 정류장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304번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폴란드에 머문 지 5일째 되니 이제 버스 타는 거 정도는 식은 죽 먹기! 능수능란하게 요금을 내고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에 새하얀 구름 같은 턱수염이 인상적인 인상 좋은 할아버지께서 앉으신다. 너무나 푸근한 인상에 나도 모르게 빤히~ 바라봤다. 그런 나와 눈이 마주친 할아버지께서 물으신다.


"안녕~소금광산 가니?"

"네!"

"^_^ (말없이 씩~ 웃으시며 엄지를 치켜드신다.)"

"혹시 얼마나 걸리는지 아세요?"

"한 30~40분 정도 걸릴 거야"

"아 네~ 감사합니다!^^"

"^_^"


할아버지의 예견대로 정확히 40분 만에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가니 안내판 하나가 나온다. 왼쪽? 오른쪽? 어디로 갈 것인지 묻는다. 어디로 가는 건지 머리 속 뇌비게이션이 멍 때리고 있는 가운데, 두둥! 흰 수염 할아버지 다시 등장!


"왼쪽은 광부 투어(Miners' Route), 오른쪽은 여행자 투어(Tourist Route)야. 광부 투어는 실제 광부처럼 체험할 수 있고, 여행자 투어는 소금광산 내부만 둘러보는 거야."

"아하~! 맞아요!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땡큐 쏘 머치!"

"^_^"


광부 옷차림에 헬멧까지. 광부 체험이 더 재미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사람에 따라 조금 힘들 수도 있다는 평을 본 기억이 있어 난 여행자 투어를 택했다. 대부분 여행자 투어를 많이 한다고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 역시, 잘 모를 땐 눈치껏 대세를 따르는 것도 방법이다.


광부냐? 여행자냐? 당신의 선택은?
여행자 투어 입구 (Wieliczka Kopalnia Soli)


여행자 투어 입구에 들어서자 길게 늘어선 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저 많은 사람들이 다 언제 들어가나 싶은데 다행히 단체 입장 줄이다. 개인 입장하는 입구는 따로 있다. 하지만 소금광산이 너무 깊고 내부가 복잡해 개인 투어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하여 20명이 한 조가 되어 들어가야 한단다. 때문에 각 언어별로 입장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다. 당연히(?) 한국어 투어는 없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영어 투어. 하... 지옥의 듣기 평가 시간이 되겠구나...

다음 영어 투어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바로 입장이 불가능했다. 마냥 기다리기가 지루해 광산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때웠다. 그때 어디선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곤니찌와~ 곤니찌와~"

"누구...??? 나?!"

"헤헤, 곤니찌와~!"


단체로 견학 온 폴란드 학생들이다.


"노노, 아임 코리안. 두유 노우 코리아?"

"노~우..."

"왓?!!! 한국 몰라? 리얼리?"


흥분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현재의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은 아는데 한국은 모른다니 괜히 의문에 1패를 당한 것 같아 승부욕과 오기가 발동한다.


"(구글 맵을 가리키며) 잘 봐봐~ 여기가 한국이라는 곳이고 난 여기에서 왔어."

"...ㅋㄷㅋㄷ"

"그리고 우리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 자 따라 해 봐! 안.녕.하.세.요~"

"...ㅋㄷㅋㄷ"


내가 웃긴 건지 아니면 그냥 자기네들끼리 재밌어서 그런 건지 아이들은 나의 강제 한국말 교육에 키득키득, 그저 웃지요~로 일관한다. 어느 나라나 애들 가르치는 건 참 힘든 것 같다;;; 됐다... 아무렴 어떠니. 그냥 같이 사진이나 찍자!


"렛츠 테이크 셀피!"


그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주변에 있던 아이들까지 우르르 몰려온다. 하... 이놈의 인기란... 아무래도 난 외국 어린이들에게 먹히는 스타일인 듯^^V


단체 입장 대기 중
이놈들!!! 이제는 한국을 알까? (가운데 있는 친구가 이 무리의 대장)




"안녕 얘들아~ 반가웠어~ 먼저 들어갈게!"


드디어 소금광산으로 입장! 우선 계단을 따라 64m 깊이의 1단계 지하로 내려간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공기가 차가워진다. 빙글빙글 돌아 내려가는 계단 사이를 내려다보니 마치 위아래로 거울이 있어 무한 반사되는 것 같다. 끝도 없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기분. 오래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두 다리가 움직이듯이 어느 순간부터 난 아무 생각 없이 좀비처럼 계단을 내려갔다.


과연 끝이 있기는 한걸까...? 어질@어질@


"자, 여기가 소금광산 여행자 투어의 초입이고요. 여러분은 방금 총 378개의 계단을 내려오셨습니다."


투어의 시작점인 1단계 지하에 도착했다. 이제 좀비에서 사람으로 변신! 가장 먼저 '64 Meter Deep'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땅에서 64m 깊이가 어느 정도 아래 있는 건지 정확히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 지금이 내 생에 지구의 중심, 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여행자 투어는 3단계 지하인 최대 135m 깊이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본격적으로 투어가 시작되면 핵과의 최단거리는 아마 계속 갱신될 예정.

투어 시작 전 가이드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그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이곳에 들어온 이상 이제부터 이곳을 나가기 전까지는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녀야 한다는 것! 소금광산이 매우 깊기도 하지만 복잡하기까지 해 혼자 다니게 되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고... 그러면 평생 소금광산에 갇혀버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절대! 겁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무시무시한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본격적인 소금광산 투어가 시작됐다.


지하 레벨 .1  사람들이 다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중


숲에서 풀내음이 나듯 소금광산에서는 짠내음이 난다.


"소금광산 안에 있는 동안 최대한 숨을 크게 쉬세요~ 소금이 호흡기에 좋습니다."


몸에 좋다는 말에 바로 있는 힘껏 코로 들이마시고 크게 내뱉어본다.


"후웁~ 하~"


코끝을 타고 들어온 짠내가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다. 이런 게 건강해지는 기분? 어떤 효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이러려고 영어학원 다닌 건 아닌데...ㅠㅜ) 실제 투어 코스에는 없지만 소금광산 안에 소금 치료실도 있다고 하니 의학적으로 증명된 효능이 있기는 한가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더. "후웁~ 하~"


광산 내부는 벽과 천정까지 온통 소금 덩어리다. 소금이 바위처럼 단단히 굳어져있다. 말 그대로 암염.(岩塩, 돌소금) 진짜 소금 맞나 싶어 손가락으로 한번 콕! 찍어 혀에 갖다 대 본다.


"으웩! 어우 짜!"


레알 소금이다. 그것도 아주 짠. 건강을 위해 유난히도 심심한 엄마표 국에 이곳 소금 한 톨 넣어 먹으면 딱 맞을 것 같다.


천정과 벽까지 온통 소금
꼭 냉동실에 끼어있는 얼음같다
통나무로 둘러싸인 통로. 이 통로는 길을 만들기 위해 암염이 아닌 일반 바위를 뚫은 것.  소금기때문에 나무가 영원히 부패되지 않는다고 한다.


소금광산에는 소금 채굴이 끝난 약 2000여 개의 방이 있다고 한다. 대체 이렇게나 거대한 소금광산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곳에 소금이 묻혀있다는 걸 어떻게, 누가 발견했을까? 가이드는 이번에 소개할 방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며 우리를 안내했다.


"옛날이야기 한편 들려줄게요."


한 여인이 두 손을 가지런히 내밀고 있다. 머리에 쓴 왕관으로 보아 왕족임에는 틀림없다. 그녀 앞에는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무언가를 그녀에게 바치고 있다. 여인은 헝가리 왕 벨러 4세(IV. Béla)의 딸인 킹가 공주(Saint Kinga), 남자는 폴란드 왕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상황은 프러포즈...? 땡! 가이드가 말한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킹가 공주가 폴란드 왕자에게로 시집을 올 때 당시, 크라쿠프는 소금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그녀는 시집을 오면서 지참금 명목으로 아버지에게 '마라무레슈(Máramaros)'라는 헝가리 소금광산 하나를 달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일일드라마, 이제부터는 판타지 드라마다. 광산을 찾은 공주는 그곳에 자신의 약혼반지를 버렸다고 한다.(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크라쿠프 비엘리치카를 지나면서 뭔가에 필이 꽂힌 공주는 사람을 시켜 그 땅을 파보라고 하였고, 그러자 그곳에서 자신이 마레무레슈에서 버렸던 약혼반지와 함께 폴란드 사람들이 다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소금덩어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로서 킹가 공주는 소금광산의 수호성인으로 불렸다고...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그러니까 전설이겠지. 믿거나 말거나.


전설의 방, 킹가공주와 폴란드 왕자, 이 소금을 그대에게...




채굴된 소금을 옮기는 도르래를 사람이 직접, 혹은 말의 힘을 빌려 움직였다
소금연못 물을 끌어올리고 있는 광부, 영차! 영차! 표정은 포커페이스
새끼손가락으로 정말 스치듯 살짝 콕! 찍었는데 내 생에 가장 짠 맛을 맛보았다. 까나리 저리가라;;;
위에서 아래로, 요렇게 소금을 운반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아래로~ 아래로~ 어느덧 깊이 100m의 지하 레벨. 2까지 내려왔다. 빛이 없어 잘 나오지도 않는 사진이지만 그래도 못 남기면 아쉬울까 싶어 틈만 나면 사진을 찍다 보니 투어 내내 계속 우리 투어 팸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신세가 돼버렸다. 이 정도 되니 이제는 우리 투어 팸의 머리 쪽 반응을 보면 다음 투어 할 곳이 어느 정도 대단한 곳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이번에 나오는 곳은 아마도 별 볼일 없는 모양인 듯싶다. 조용~ 한 게 반응이 시큰둥. 나도 별다른 기대 없이 마지막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조용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신성한 예배당이었던 것.


성 십자가 예배당(The Holy Cross Chapel)


이곳은 광부들을 위해 만들어진 성 십자가 예배당(The Holy Cross Chapel)으로 일과 후 광부들의 종교활동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는 지금까지 보면서 내려왔던 방들과는 다른 점이 있는데 뭔지 아시겠어요?"

"예배당이에요~"

"HaHaHaHa"

"물론 그것도 맞지만 좀 더 디테일한 부분을 찾아보세요~ "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지금 이 분위기에 난 이 말을 썼을 것이다. 갑분싸. 그 순간, 정적을 깨는 한 사람.


"이곳은 암염으로 만든 게 아니라 나무로 만들었네요."

"네! 맞습니다! 잘 찾으셨네요"


어딜 가나 꼭 눈썰미 좋은 사람 한 명씩은 있다. 듣고 나니 모두 그제야 다 같이 '아~'를 내뱉는다. 이곳 광부들은 워낙에 깊은 곳에서 위험한 일을 하다 보니 종교에 대한 의지가 많이 필요했다고 한다. 해서 광부들을 위해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예배당을 만들었고 영원히 부패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십자가에 못 박힌 에수님과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 상까지도.


십자가에 못박혀 수난받는 예수상과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 상


성 십자가 예배당을 지나서 바로 또 성당이 나온다. 소금광산에는 총 3개의 성당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3개씩이나 있다니 다시 한번 소금광산의 규모가 놀라울 따름! 계속해서 난 투어 팸의 후미를 자처하며 쫄래쫄래 사람들을 뛰따랐다. 그때! 앞쪽에서 왠지 웅성웅성 거리는 듯한 반응이다.


"WoW!, Beautiful!, Amazing!"

(세계 각국의 탄성이 나왔지만 내 귀에 들리는 건 영어뿐;;;)


사람이 뱉을 수 있는 감탄사는 다 나온 것 같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사람들 틈 사이를 샤샤삭~ 비집고 들어가 앞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나도 구수~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와~대박!"


넓기도 넓지만, 지하 100m 깊이라는 걸 가만하면 실로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밖에서도 이 정도 높이의 성당이면 제법 큰 성당에 속할 텐데... 또 한 가지 놀라운 비밀은 반짝이는 샹들리에는 소금 크리스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정말이지, 예술에는 끝도 없고 불가능도 없는 것 같다.


유럽 유일의 지하성당, 성 킹가 성당(Saint Kinga's Chapel)
잠시 주어진 자유시간, 자유롭게 관람 중인 사람들
성 킹가 성당의 제대, 샹들리에만 환하게 비추고 있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


보통 유럽의 성당을 들어가 보면 천정이나 벽에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린 프레스코화들이 있다. 성 킹가 성당도 마찬가지인데 대신 프레스코화가 아닌 암염 조각이다. 1년에 미술관이라고는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예알못(예술을 알지 못하는)인 나도 알아볼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에서부터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암염 벽 조각들이 있다. 이게 바로 종교와 예술 그리고 소금의 컬래버레이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가나의 혼인잔치를 묘사한 작품, 성경에 따르면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혼인잔치에 초대 받았는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일으켰다고 한다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 상(좌)과 이집트로 피신하는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아기예수를 그린 작품(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지우기 위한 헤로데(Herodes) 왕의 명령으로 두 살 이하의 사내아기들을 학살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크라푸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Pope John Paul II)와 성모 마리아


대부분의 투어가 그렇듯 마지막 코스는 역시 기념품샵. 소금으로 만든 기념품들이 있어 'I LOVE POLAND' 문구가 들어간 잡동사니만 가득한 땅 위의 흔한 기념품샵보다는 특별했다. 웬만해서 기념품샵 쇼핑은 잘 안 하는 편인데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 준 소금광산에 대한 보답으로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기념품샵 옆 갱도를 건설한 목수들을 기리는 조형물


오전 내내 걷느라 불끈불끈 열을 내고 있는 두 발에게는 휴식을, 허기지다고 울부짖는 배에게는 일용할 양식을 하사하기 위해 지하 식당가로 향한다.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식당가가 항상 지하에 있어 '지하 식당가'라는 말이 입에 붙었는데 내내 지하로만 다녀서인지 왠지 지하라는 말이 어색하다. 이제 지하 1층 정도는 지하로 안 느껴질 것 같다. 적어도 땅 밑 125미터 정도에 있어줘야 진짜 지하지.


소금광산에서의 한끼, 식초에 절인 양배추와 소시지, 돼지고기, 소고기등을 넣어 끓인 폴란드 전통음식 비고스(Bigos)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 들르는 길. 마주오는 사람이 손을 흔들며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복장을 보아하니 이곳 보안요원인 것 같은데, 저 인자한 미소는 어디서 봤더라...?

^_^

바로 오늘 아침 버스에서 만난 새하얀 턱수염 할아버지다.


"여기서 일하시는지 몰랐네요."

"^_^. 투어는 어땠니?"

"너~무 좋았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조심히 가렴~"


인자한 미소 뒤에 숨겨진 쿨남의 향기~ 같이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고 싶었는데 할아버지는 단호박 같은 마지막 인사를 남기시고 유유히 지나가셨다.


화장실 앞 광부들의 조각상




다시 땅 위로 올라왔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바람에서 짠내가 느껴진다. 광산에서도 나왔고 근처에 바다도 없는데. 아무래도 내 옷, 머리, 콧속까지 짠내가 베인 듯하다. 그것도 소금광산의 깊이만큼 아주 깊숙이. 옷은 빨면 되고, 머리는 감으면 되고, 콧속은 씻으면 되겠지만 마음속에 베인 짠내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빛이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굿굿이 찍었던 사진들을 볼 때면 아마도 소금광산의 짠내가 스멀스멀 다시 찾아올 것 같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인증 비석




< Appendix: 소금광산에서 만난 셀럽과 대표적인 방들 >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의 방, 지동설을 주장한 폴란드의 천문학자로 크라쿠프에서 공부를 했을 당시 이곳을 여행했다고 한다
소금광산을 다녀갔다는 또 한명의 유명인사, 독일의 작가 요한 볼프강 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한손에 소금 덩이를 쥐고 있는 모습
카시미르(Casimir) 대왕의 방, 광부들에게 이익을 주기위한 광산법, 소금 무역법, 소금 캐는 법등을 제정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광부들의 복지왕!
또 다른 전설의 주인공 난장이방,  광부들의 안전을 지켜줬다고... 안전제일!
요셉 필와수드스키(Jozef Pilsudski) 이중 방, 예전에는 배를 타고 연결된 방으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과거 오스트리아 병사들이 인원초과로 익사한 이후 금지되었다
소금광산 여행자 투어의 마지막 방, 비스툴라(비스와) 방, 화장실과 휴게실이 있는 곳으로 연회장 이용은 예약 필수!



< Travel Note >


비엘리치카 소금광산(Wieliczka Salt Mine)

폴란드 남부 크라쿠프 시 근방에 있는 비엘리치카 소금 광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자연유산 목록에 등재된 12개의 유물 중 하나인 세계 수준의 기념물이다. 13세기부터 암염이 채굴되었다. 광산 내 회랑의 총길이는 300㎞에 달하며, 아홉 층에 걸쳐 2,000개가 넘는 방을 연결하고 있다. 회랑에는 우물, 복도, 미로, 여러 발굴지, 방, 심지어 제단, 강단, 조각상 등이 있는 소금을 깎아 만든 예배당도 있다.
광산의 범위는 동서로 5㎞, 남북으로 1㎞가량 뻗어 있으며 가장 깊은 곳은 지하 327m에 달한다. 수세기에 걸쳐 광부들이 암염을 깎아 조각을 만드는 전통이 생겼고, 그 결과 광산에는 완전한 지하 교회, 제단, 부조 작품 및 수십 개의 실물 크기의 조각상들이 남아 있다. 광산에는 또한 지하 박물관이라든지,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위한 요양소 등 특별한 용도로 쓰이는 방이 여러 개 있다. 지하 101m 지점에는 ‘축복받은 왕의 교회(Chapel of the Blessed King)’라 불리는 커다란 교회기 있다. 이곳은 길이가 50여 m, 폭 15m, 높이 12m, 부피 10,000㎡로, 예배당 가운데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가는 법 (How to get)

1) by Bus
크라쿠프 중앙역 갈레리아 크라코브스카(Galeria Krakowska) 백화점 근처의 버스 정류장(아래 그림 참조)에서 304번 버스 이용.
비엘리치카 코팔니아 솔리(Wieliczka Kopalnia Soli) 정류장에서 하차
(약 40분 소요, 편도 4.0 PLN / 왕복 7.6 PLN)


2) by a Minivan
크라쿠프 중앙역 근처에서 비엘리치카 리넥(Wieliczka Rynek) 방향으로 가는 미니밴을 이용.
비엘리치카 코팔니아 솔리(Wieliczka Kopalnia Soli) 정류장에서 하차.
광부 투어로 바로 가려면 한정거장 후에 하차.
(약 30분 소요, 3.50 PLN)

3) by train
크라쿠프 중앙역에서 기차를 이용.
비엘리치카 리넥 코팔니아 역(Wieliczka Rynek Kopalnia train station)에서 하차.
(약 25분 소요 / 3.50 PLN)
온라인 예매 : https://malopolskiekoleje.pl/index.php/pierwsza-strona


비엘리치카행 버스정류장 (제공: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홈페이지)


여행자 투어(Tourist Route) On route
여행자 투어 루트 지도 (제공: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홈페이지)


참조 :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홈페이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스타투어 소금광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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