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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Jan 12. 2019

스탈린이 폴란드에 준 선물

폴란드 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

구소련연방의 최고 권력자 이오시프 스탈린(Joseph Stalin). 그가 폴란드에 선물을 했다. 선물을 받은 폴란드인들의 반응은 가지각색. 혹자는 '러시아 케익' 같다고도 하고, 또 다른 혹자는 '스탈린의 피라미드', 그 밖에도 '주사기', '우주로켓', '스탈린 대성당'이라 하기도 한다. 별명은 다양하지만 이것을 보고 느끼는 감정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이다.


'보기 싫다...'


하지만 바르샤바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데다 바르샤바에서 가장 높아 안 보이려야 안보일 수가 없다. 안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뿐. 때문에 그 안에 사는 사람은 바르샤바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고, 가장 아름다운 바르샤바의 풍경은 그 안에서 바라보는 바르샤바가 되었다.




화창한 3월의 오후, 바르샤바 중앙역 거리

3월의 어느 날, 바르샤바의 오후 1시. 눈부신 햇살이 내 눈을 저격한다. 너무 직격탄으로 맞아 세상이 온통 새하얘진다. 잠시 후 이내 색감을 되찾은 눈이 화창한 날의 바르샤바를 담아낸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비교적 보기 힘든, 지극히 우리나라 산업단지에서 볼 수 있는 최첨단 느낌의 고층 빌딩들로 이루어진 빌딩 숲. 그 빌딩 숲 사이, 깍뚝깍뚝 레고 블록을 쌓아 만든 것 같은 건물이 바로 스탈린이 선물한 바르샤바의 랜드마크, 문화과학궁전(Pałac Kultury i Nauki, PKiN)이다.




고층 빌딩들 사이에 단연 돋보이는 문화과학궁전


문화과학궁전 주변

TV나 책을 통해 내가 봐왔던 유럽 궁전은 넓은 정원이 있고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여성스러운 모습인데, 문화과학궁전은 다소 칙칙한 황토색에 한치의 오차 없이 칼로 커팅한 듯한 기다란 웨하스처럼 생겼다.(황토색이니까 아마 커피맛 웨하스?^^;;) 웅장하고 멋지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궁전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조금 멀다. 냉철해 보이면서 은은하게 삭막함도 깔려있다. 이게 스탈린 양식에 대한 내 첫인상이다.


고전적인 스탈린 양식
앞서 나왓던 별명들이 하나같이 다 와닿는다


스탈린은 본래 전형적인 스탈린 양식의 건물인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를 모델로 한 대학을 세우려 했으나, 당시 폴란드에서 문화 과학 센터를 더 원했기에 용도를 변경하게 지금의 문화과학궁전을 지었다고 한다. 실제 롤모델이었던 모스크바 대학과 비교해보니 디테일한 차이는 있지만 누가 봐도 같은 핏줄이다.


(좌)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 / (우)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사진출처 :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홈페이지)
밤조명도 거의 흡사하다, (좌)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 / (우)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사진출처 :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홈페이지)


궁전 안으로 들어왔다. 난 지금 바르샤바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내친김에 가장 아름다운 바르샤바를 구경하러 전망대에 오른다. 19초 만에 올라갈 수 있다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도착한다.


1층 로비,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바르샤바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낙서로 뒤덮인 벽, 철장에 걸린 사랑의 자물쇠. 서울 남산에서 봤던 익숙한 풍경이다. 철창 난간에는 동전들이 널브러져 있다. 아마 이곳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비는 거겠지...


"땡그랑!"


나도 가지고 있는 동전 하나를 던져본다.


'제 소원은요...'


무교인지라 어느 신에게 빌어야 할지 모르겠으나 바르샤바가 적당히 알아서 누군가에게는 잘 전달해 줄거라 믿어본다.

온벽을 찾아봤지만 한글은 없다, 한국대표로 방명록 좀 남겨볼까 했는데 아쉽게도 펜이 없었다는...
다들, 아직 잘 만나고 계신거죠?ㅋㅋ
동전 무덤

기대했던 가장 아름답다는 바르샤바의 모습, 문화과학궁전 없는 바르샤바의 모습은 여행자인 나에게는 솔직히 앙고 없는 찐빵이다.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바르샤바지만 문화과학궁전 덕분에 유럽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문화과학궁전이 없는 바르샤바는 서울에서 흔히 봤던 경제 중심지구나 산업단지 같았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우리나라만큼은 빼곡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바르샤바 중앙역을 필두로 한 중심지역만 그렇고 멀어질수록 고층빌딩이 거의 없다는 것. 덕분에 시선이 탁! 트여있어 지평선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은 인정!!!



문화과학궁전에서 바라본 바르샤바의 전망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문화과학궁전 안에 있어서? 가 아니라 철창 밖, 그들에게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바르샤바의 모습일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폴란드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좌)두 아이와 함께 나온 슈퍼맨 아빠아빠와 두 아이, (중)친구일까 연인일까?, (우)화목한 가족
나만 혼자인 건가...?  여행 와서 처음으로 외롭다~ㅠㅜ




그때 그 시절, 스탈린 체제하의 구소련 지배를 겪었던 세대들은 문화과학궁전을 보며 여전히 고통받고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세대의 폴란드 사람들은 더 이상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현재는 회사와 공공기관, 그리고 영화관, 극장, 박물관 등의 다양한 경제, 복합 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폴란드 사람들의 경제, 문화 중심지로 변신에 성공했다. 이제는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기보다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명실상부 바르샤바의 랜드마크다.




< Travel Note >


가는 법 (How to get)
-바르샤바 중앙역에서 도보로 2분(약 170m)

전망대(Viewing Terrace)
-이용시간 : 10AM to 8PM
-이용요금 : 20 PLN ( Normal Ticket 기준)
-티켓 구매 : 현장 구매 가능, 온라인 티켓 예매(웹사이트)


참조 : 문화과학궁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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