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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Oct 21. 2020

창경궁 다녀왔습니다

가을맞이 고궁 출사

※본 출사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방역 및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다녀왔습니다.


울긋불긋 낙엽은 아직이지만 여름의 푸르름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는 10월의 어느 날. 트래비아카데미 멤버들과 창경궁을 찾았다. 가을 고궁의 정취와 고궁의 밤을 카메라에 담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좋은 운이 따랐나 보다. 올해로 6번째를 맞는 '궁중문화축전', 그중 창경궁에서 펼쳐지는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흐린 날씨 때문에 살짝 아쉬움이 남는 출사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아쉬움이 싹 가셨다. 모든 것이 좋았던 완벽한 출사였다.




#숨은 남산 찾기

[먼저 구경하고 계세요~ 한복 입고 가려면 조금 더 걸릴 거 같아요.]


한복을 입고 오기로 한 멤버들 연락을 받고 먼저 궁으로 들어왔다. 경복궁은 몇 번 가본 적이 있었지만 창경궁은(서울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도) 태어나 처음이었다. 경복궁에 비해 소박한 느낌이었다. 군더더기가 없다고나 할까? 근데 그래서 그런지 카메라에 담고 싶다 할만한 풍경이 눈에 딱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 수평 맞추고 찍는 기본 중에 기본인 정면 구도를 즐겨 찍기는 하지만(그나마 그게 가장 쉬워서) 이번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꼴에 출사 한 번 다녀왔다고 평소와는 다른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좋은 사진이란 세심한 관찰력에서 나온다 했으니 기와지붕 하나하나까지 매의 눈으로 살폈다. 그러자 하나 눈에 잡히는 게 있었다. 바로 남산서울타워! 식상하지만 과거와 현대의 조화! 난 창경궁 속 숨은 남산 찾기를 시작했다.


출사 멤버들을 기다리며...(@옥천교), 무지개 사이 새겨진 도깨비 얼굴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남산 품은 창경궁 1
남산 품은 창경궁2
남산 품은 창경궁3
옥천교 : 창경궁 궁궐 앞쪽에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기 위해 만든 물길인 '금천'에 놓인 다리. 금천을 옥천이라고도 부름


#빛을 잡아라!

숨은 남산 찾기가 끝나갈 무렵 한복 입은 두 도련님과 아가씨, 그리고 (한복 안 입으신) 사진기사 한분이 도착했다. 한복 모델들도 섭외되었겠다 먼저 인물사진부터 찍었다. 해가 없는 게 역시나 아쉬웠다. 얼굴에 비치는 빛을 이용하면 보다 감성적이고 느낌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텐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일단은 아쉬운 대로 촬영을 이어나갔다.


"어? 햇빛 난다!"


잠시 구름 틈 사이로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너무도 애타게 찾았던 빛이었기에 우리는 해가 가장 잘 드는 곳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그리고는 빛이 사라질세라 부리나케 사진을 찍었다.

예상대로 해는 곧 다시 구름에 가려져 버렸다. 확실히 빛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컸다. 없을 땐 없는 대로 찍었는 데 있다가 사라지니 허전함이 배가됐다. 그렇게 또 잇몸으로 버티다가 다시 해가 등장한 건 명정전*으로 가는 뒷문인 빈양문*을 지날 때였다.


"잠깐 거기 그대로 서 있어요!"


때마침 빈양문 문 앞에 서있던 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모델이 되고 말았다. 행여나 가슴팍이 움직일까 숨도 참았다. 모델이 쉬운 게 아니구나;;; 내 화보(?) 촬영이 끝나고도 해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서서히 걷혀가는 듯했다. 우리 중 누군가 날씨 요정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마도 빈양문에서 사진 찍고 있는 우리를 뒤에서 조용히 도촬 한 오늘의 마지막 멤버가 그 날씨 요정 이리라! 요정님 덕분에 못 잡을 줄 알았던 빛을 잡을 수 있었다.


명정전 : 국왕 즉위식, 신하들 하례, 과거시험, 연회 등 공식적인 행사를 치렀던 곳으로 현재 남아있는 조선시대 궁궐의 전각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다. 창경궁이 창건되던 때인 1483년(성종 14)에 건립되어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1616년(광해군 8년)에 옛 모습으로 복원하였고 이때 지어진 건물이 지금까지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다. (국보 제226호)

빈양문 : 명정전의 후문. 그리고 단순한 정전의 후문 기능을 넘어 창경궁 내 합문(閤門) 역할을 하였다. 합문이란 궁궐에서 행사 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로 설정된 문.


우리는 창경궁 출사 어벤져, 스에요! 날씨 요정님 오시기 전 @양화당*
인생샷 감사합니다!^^ @빈양문
빛을 잡았나? @빈양문
김낭자와 배도령(뚜룻뚜~뚜 뚜룻뚜~♬)
양화당 : 창경궁을 창건할 때 함께 건립된 전각으로 통명전(通明殿)의 동쪽에 있다. 명칭은 서거정(徐居正)이 지었고, 현판은 순조의 어필이다. 통명전(通明殿)에서 생활하던 내명부(內命婦)의 수장들이 접대 공간으로 사용한 건물로 추정된다.


#이것은 심령사진인가? 야경사진인가?

창경궁의 밤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은근하게 궁을 밝히고 있는 은은한 조명이 고즈넉한 밤궁과 잘 어울렸다. 왠지 정숙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 야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시간을 위해 준비해온 삼각대를 펼쳤다. 핸드폰용 삼각대지만 DSLR도 장착이 가능해 가져왔는데 한번도 그렇게 써본 적은 없어 세팅하는데 애를 먹었다. 간신히 세팅을 완료하고 야간 촬영 시작! 지금까지는 반자동 모드 옵션에 있는 야경 모드로만 촬영을 해왔었는데, 이번 출사에서는 트래비아카데미에서 배운 이론과 실기를 바탕으로, 우리 출사팸의 공식 사진쌤인 배슨생님의 지도하에 수동 모드로 찍었다. F값은 올리고, ISO는 낮추고, 셔터스피드는 20초. 차알(20. 19, 18... 3, 2, 1)~~~~~~칵! 20초가 이렇게 길었던가? 한 컷 찍을 때마다 이렇게 기다릴 생각을 하니 야경은 생각보다 몇 장 못 찍겠구나 싶었다. 긴(?) 기다림 끝에 얻은 첫 야경사진은...? 심령사진이다. 풍경은 잘 찍혔는데 사진 속 사람들이 투명한 유령이 됐다.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당장이라도 증발해버릴 것 같은 영혼. '원래 야경사진은 이런 거겠지?^^;; 움직이는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거니까.' 그렇게 철저한 자기 합리화를 시킨 후 본격적인 야경 사냥에 나섰다. 가급적이면 사람이 없는 곳에서.

유 퀴즈~? 떠도는 영혼은 모두 몇 명? @환경전*
환경전
환경전 옆 이름을 알 수 없었던 불탑(?)
명정전
환경전 : 임금이 거처하는 침전


# 빛의 세계로 들어가는 마지막 티켓

궁중문화축전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을 보게 된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뜻이었다. 온라인 예매만 가능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창경궁에 와서 보니 현장 접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총 5회 중 2회 차, 4회 차 각각 선착순 스물다섯 명에게만 주어지는 황금 같은 기회. 사실 저녁 식사 후 다시 창경궁을 찾았을 때, 야간 촬영이고 뭐고 다 제쳐두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티켓 현장 접수 장소로 달려가는 일이었다.


"저희 6명인데 혹시 티켓 있나요?"

"딱 6장 남았네요."

"오~~~"


기가 막힌 타이밍. 꼭 우리를 위해 준비해둔 것 같았다. 티켓을 받기에 앞서 QR코드 인증과 개인 연락처 작성을 하고 있는데,


"현장접수 여기서 하는 거 맞나요?"

"죄송해요, 현장 접수 방금 마감됐어요. (군중들을 향해) 현장접수 마감됐습니다~~~!"


정말 한 끗 차이였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우리 중 두 명은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다면 아마 다 같이 보지 않았을지도. 우린 그렇게 빛의 세계로 들어가는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첫 번째 코스] 시간의 문 -빛을 따라 떠나는 이곳. 현실과는 다른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배우 이선균 님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 중
시간의 문에서...
[두 번째 코스] 숲의 이야기-조선 사람들의 상상과 환상이 담긴 십장생도의 세계가 펼쳐진다. 신비로운 존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세 번째, 네 번째 코스] 속삭이는 숲, 속삭이는 빛-귀를 기울여보면 들려오는 숲의 이야기. 무언가 말을 하는 듯 속삭인다. 반딧불이처럼 작은 빛들이 여기저기 쏟아져 내린다.
[다섯 번째, 여섯번째 코스] 빛의 길, 빛무리-물결처럼 찰랑이는 빛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빛무리를 맞이하게 된다. 한발한발 내딛는 걸음마다 빛이 차오른다.
이윽고 나타난 춘당지*, 전시의 하이라이트!
[일곱 번째 코스] 빛의 연못-숲과 연못으로 이루어진 이곳에 빛의 폭포가 떨어진다. 빛의 근원이자 시간의 심연으로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빛의 움직임을 만날 수 있다.
조명이 만든 가을 단풍
대온실*
이번 출사도 성공적!  feat. 센터병^^;; (@대온실)
대온실 : 1909년 건축된 우리나라 최초 양식 온실. SNS에서 막 찍어도 인생샷 된다는 소문난 사진맛집.

춘당지 : 본래는 활을 쏘고 과거를 보던 창덕궁 춘당대 앞 너른 터에 자리했던 작은 연못(지금의 소춘당지)이었다. 지금의 춘당지는 백성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왕이 직접 농사를 지었던 '내농포'라는 논이 있었는데, 일제가 이를 파헤쳐서 큰 연못으로 만들었고, 1983년 이후 전통 양식의 연못으로 새롭게 조성한 것이다. 주변 숲이 울창하여 많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 TRAVEL NOTE >


창경궁 (昌慶宮)

경복궁, 창덕궁에 이어 세 번째로 지어진 조선시대 궁궐. 조선 왕조는 건국 초기부터 경복궁을 법궁으로, 창덕궁을 보조 궁궐로 사용하는 양궐 체제를 이어왔는데 역대 왕들은 경복궁보다는 창덕궁에 거처하는 것을 더 좋아하였고, 왕실 가족이 늘어나면서 차츰 창덕궁의 생활공간도 비좁아졌다. 이에 성종이 왕실의 웃어른인 세조 비 정희왕후, 예종 비 안순왕후, 덕종 비 소혜왕후 등 세 분의 대비가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창덕궁 이웃에 마련한 궁궐이 바로 창경궁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창경궁
 - 지하철 :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300m 직진 후 횡단보도 건너 왼쪽 길로 직진 300m (도보 약 20분 소요)
 - 버스 1 : 혜화동 로터리 방향에서 홍화문 쪽으로(정류소 번호 : 01002)
   * 파랑버스(간선) : 100, 102, 104, 106, 107, 108, 140, 143, 150, 151, 160, 162, 171, 172, 272, 301, 710
   * 공항버스 : 6011
 - 버스 2 : 원남동 사거리 방향에서 홍화문 쪽으로(정류소 번호 : 01224)
   *파랑버스(간선) : 151, 171, 172, 272, 601
  - 주차가능
   *기본 30분 1,500원 / 초과요금(매 10분) 500원

[이용시간] 매주 월요일 휴궁
  - 매표 및 입장시간 : 9AM-20PM
  - 관람시간 : 9AM-21PM
   ※2019년 1월부터 상시 야간개장으로 바뀜

[관람요금]
  - 내국인(만25세~64세) 1,000원
   ※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 : 무료

[해설안내]
  - 시간 : 10:30AM, 11:30AM, 1PM, 13:30PM, 14:30PM, 15:30PM, 16:30PM (소요시간 : 약 1시간)

[문의] 02 762 4868


2020년 제6회 궁중문화축전 - 오늘, 궁을 만나다!

2014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궁중문화축전은 올해(2020년)로 6회째를 맞이하여 본래 봄과 가을에 진행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가을에만 진행되었다. '오늘, 궁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전시와 체험, 공연이 어우러진 고궁 축제다.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
  - 기간 : 2020년 10월 10일 ~ 10월 25일

  - 시간 : 19PM-21PM (창경궁 입장시간이 20PM까지이므로 20PM까지 창경궁 입장 필수!)

  - 장소 : 창경궁 춘당지 방향 숲길
   *창경궁 정문(홍화문) 입장-우회전 후 60-70m 지나 갈림길에서 좌회전-전시장 입구 안내소

  - 회차 : 총 5회
   *1회, 3회, 5회 차 : 50명 선착순 사전예약
   * 2회, 4회 차 : 25명 선착순 사전예약 + 25명 선착순 현장접수
     ※2회, 4회 차 모두 현장접수는 18:30PM부터 시작, 홍화문 지난 갈림길에서 접수, 가급적 미리 도착

  - 문의 : 02 3210 4682 / 기타 상세정보 및 타 고궁 프로그램 확인은 아래 홈페이지 참조

참고: 위키백과, 다음/두산백과, 창경궁/제6회 궁중문화축전 홈페이지, 카카오 맵


[부록 :  뽀너스 샷]

명정전
끝내 정보를 찾지 못한 탑
대온실
한낮의 춘당지
이 돌이 밤에 그렇게 예뻐질 줄 몰랐다.
열정 넘쳤던 출사 현장
출사 후 집 가는 길에 찍은 보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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