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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Nov 24. 2020

단풍 엔딩

서울숲으로 떠난 늦단풍 출사

우리나라만큼 사진 찍기 좋은 나라는 없지 않나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해 같은 장소 같은 풍경도 4가지 색으로 담을 수 있으니까. '봄' 하면 '벚꽃' 이 세트로 따라오듯 계절별로 꼭 찍어야 하는 시그니처 풍경들이 있다.

'가을' 에는 단연 '단풍'이다. 노르스름과 붉그스름이 뒤엉킨 알록달록한 풍경은 핸드폰 카메라로 대충 찍어도 작품이 된다. 누구나 사진작가 코스프레를 할 수 있는 계절. 그래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면서 출사의 계절이다. 우리 트래비 출사 멤버들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단풍이 절정이었던 11월 첫째 주 주말, 이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한주 더 지난 둘째 주 주말, 우리는 늦단풍 출사를 떠났다. 도심 속 힐링 스폿 서울숲으로.

숲에서도 방역수칙은 당연히 준수!  서울숲 입구 군마상 기수들도 마스크를 썼다




#도시와 자연


어언 10년 만에 찾은 서울숲. 주변은 카페거리도 생기고 많이 바뀌었지만 서울숲은 예전 기억 그대로였다. 다만 내 기억에 없었던 것이 하나 있다면 원래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았었나 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특히 서울에 대해 물어보면 현대와 전통, 그리고 도시와 자연이 공존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들은 적이 있다. 서울숲에 외국인들이 많은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큰 숲이 있는 도시는 세계 어느 나라를 찾아봐도 흔하지는 않을 테니까.

도시와 자연
수변공원 호수에 비친 도시와 자연
수변공원 호수에 비친 도시와 자연
밤에도 아름다운 수변공원


#단풍 엔딩


단풍 절정 일주일이 지난 후라 사실 단풍이 다 떨어져 있을 줄 알았다. 해서 애초에 단풍 구경은 포기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을 낙엽이나 바스락 바스락 밟고 와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단풍이 많이 남아있었다. 적당히 떨어져 있고 적당히 붙어있어 오히려 눈이 더 즐거웠다. 위아래, 온통 단풍과 낙엽 세상이었으니까. 11월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따듯한 기온 덕분이었다.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단풍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지 않을까? 핸드폰 날씨 어플을 켰다. 며칠 뒤 비 소식이 있었다. 올해의 마지막 단풍이 되겠구나 직감했다. 보고 또 보고, 찍고 또 찍고, 밟고 또 밟고, 더욱더 격하게 단풍을 즐겼다.


아마도(?) 막바지 단풍을 즐기는 사람들, 조각공원
거울연못
거울연못
서울숲에 사는 돼량이(돼지+고양이). 뭘 먹었길래 이래 됐냐?
여전히 붉그락 했던 단풍나무, 바스락 낙엽 밟는 재미까지
울긋불긋 수변공원
11월 답지 않은 따듯한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단풍구경을 나왔다
왠지 쓸쓸했던 산책로
단풍 엔딩


#은행잎이 내린다~ 샤랴랄라라랄라~


은행나무 숲속길에서 단체 사진을 찍기 전 감성샷 하나 찍어보기로 했다. 우리가 담고 싶은 감성샷은 은행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인물사진. 바람이 적당히 불어 나뭇잎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주면 좋으련만 잠잠한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은 우리가 직접 연출을 해야 했다. 우리 출사팀 최고의 포토그래퍼 B선생께서 연출을 맡아주셨다. 주연은 K양과 K군. 나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은 촬영 담당, 그리고 S사장님께서는 B컷 담당으로 연출 촬영 중인 우리를 찍어주셨다. B선생은 은행나뭇잎을 박박 긁어모아 양손 한 움큼 총알을 장전했다. 우리는 그 사이 구도를 잡았다. 하나, 둘, 셋, 발사!


은행잎이 내린다~ 샤랴랄라라랄라~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나를 잡기 위해 연사로 마구 눌러댔다. 하지만 제대로 찍힌 게 하나도 없었다. 나뭇잎이 내리는 건지 나뭇잎을 맞는 건지, 아니면 나뭇잎에 파묻힌 건지. 찍기도 어려웠지만 연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쏘냐?! B선생께서 몇 번의 수고를 더 해주신 끝에 결국 성공했다. 베스트는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번 감성샷 촬영으로 느낀 건 연출 촬영이 확실히 어렵다는 것. 사진은 역시 자연스러운 게 최고!


생각보다 어려웠던 떨어지는 나뭇잎 연출. 떨어지는 타이밍, 양, 뭉침정도 등을 잘 고려해야함, 고생들 많았습니다!
필카를 활용한 아날로그 감성샷, 집에 안쓰는 필카가 있다면 소품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
대나무 숲 같은 은행나무숲
노랑노랑
메타세콰이어길 느낌
위아래 온통 노란 세상


#갈대와 억새의 차이


단풍과 함께 가을 하면 떠오르는 것. 금빛 물결의 갈대와 억새다. 매년 가을 한 번쯤은 보는 갈대와 억새지만 볼 때마다 헷갈려했다. 대체 둘의 차이가 뭔지. 서울숲에도 갈대인지 억새인지 금빛 물결이 펼쳐져 있었다. 어김없이 헷갈려하자 B선생께서 한마디로 정리해주셨다.


"물에 있으면 갈대, 육지에 있으면 억새예요."


명쾌했다. 늘 백과사전을 찾듯 인터넷을 뒤져 찾으면 그때뿐이고 또 까먹기 마련인데 앞으로는 절대 잊어버리지도 헷갈리지도 않을 것 같았다. 순천만에 있는 건 갈대고, 명성산에 있는 건 억새다.

습지조화원
습지에 있으니 요건 갈대!
노을에 비친 금빛 갈대


#뿔을 돌려주세요~ 제발!


서울숲에 왔다면 이 아이들은 꼭 보고 가야 한다. 이름만 들어도 순하디 순할 것만 같은 꽃사슴이다. 서서히 땅거미가 내릴 무렵 우린 꽃사슴 방사장으로 향했다.

꼬르륵~ 우리에게도 저녁시간이지만 사슴들에게도 저녁시간이었다. 꽃사슴방사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한창 식사 중이었다. 먹을 땐 견공들도 안 건드린다 했으니 멀찌감치에서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방사장 앞쪽에 사슴뿔을 전시해놓은 유리관이 있었다. 그런데 뿔이 없었다. 뿔 대신 종이가 한 장 올려져 있었다.


꽃사슴 뿔 절도 한 분 본인 때문에 다른 시민들이 피해받고 있습니다. 제자리로 돌려놓으세요.


이를 본 한 아저씨의 반응.


"'분'이 아니라 '놈'이라고 해야지. 도둑놈이지 도둑분이 아닌데."

"그죠~ 너무 예를 갖췄네요."


순간 열이 올라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분'이라는 한 글자뿐만 아니라 안내문 자체를 싹 다 고치고 싶었다.


야 이... 삐~ 삐~ 삐~ 삐~


심의규정 준수 차원에서 여기까지만...ㅡㅡ^

저녁식사 중인 귀여운 순딩이 꽃사슴들




꽃사슴을 보는 것을 끝으로 늦단풍 출사를 마쳤다. 비록 절정은 아니었지만 단풍 막차에 무사히 올라탔다. 부디 마스크 쓴 단풍 출사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를 바라며... 내년에 서울숲을 다시 찾았을 때는 사슴뿔도 제자리에 있고, 입구에서 마스크 안 쓴 군마상들이 반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꽃사슴방사장에서 한강 보러 가는 길
강변북로와 남산
노을 지는 한강
옹기종기 삼형제
저녁이 되자 붉혀진 할로윈 특별 전시
펌프킨
박쥐와 스크림




< TRAVEL NOTE >


서울숲 (Seoul Forest)

서울숲은 본래 골프장과 경마장이 있던 곳으로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사업비 약 2352억원을 들여 2005년 6월에 완성하였다. 공원 조성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진 최초의 공원이다. 문화예술공원, 체험학습원, 생태숲, 습지생태원 네 가지의 특색 있는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강과 맞닿아 있어 다양한 문화여가공간을 제공한다. 2016년 11월부터 (재)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숲컨서번시가 민간위탁 운영하고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78-1
 - 대중교통 이용 시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하차, 3번 출구에서 서울숲 입구 군마상까지 도보 약 10분 소요
※주차 가능

[이용안내]
 - 관람시간 : 연중무휴 (일부 시설 월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
※시설 별 상세 운영시간은 아래 서울숲컨서번시 홈페이지 참조

[문의] 02 460 2905


참고: 다음/위키백과, 카카오 맵, 서울숲컨서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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