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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이야

서른이 되기 전에 떠난 내 생애 첫 해외여행 - Episode Ⅱ

by 트래볼러

늦잠에서 일어나 잠도 깨고, 고단했던 첫째 날의 피로도 풀어줄 겸 아침 수영으로 둘째 날을 시작했다. 아침은 숙소 근처 도날드 아저씨네 햄버거로 가볍게 때우고 바로 일정 시작! 하지 않고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여유 있고 좋네~”


첫째 날 여행에서 배운 게 있다면 한창 더울 때는 피해야 한다는 것.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1분 1초까지 알뜰하게 쓰려고 했지만 막상 여행을 해보니 처음 접하는 동남아의 날씨가 생각보다 더웠다. 자칫 무리하면 더위 먹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자체 시에스타*를 가진 후, 태양의 열기가 한층 누그러졌을 때 센토사섬(Sentosa)으로 출발했다.


아담했던 호텔 수영장, 모닝수영은 사랑입니다
아침 먹으러 가는 길에 지나간 이슬람 거리


센토사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같이 싱가포르 대표 휴양지다. 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 가 있지만 그중 가장 저렴한 모노레일을 택했다.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탔던 모노레일 추억이 잠시 소환당했다. 센토사섬에서는 휴양과 액티비티,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는데 우리의 목적은 휴양도 액티비티도 아닌 그냥 구경. 일정 상도 그렇고 에어텔 상품으로 온 여행인지라 센토사섬에서 머물 수가 없었다. 해서 여행코스에서 빼려고 했었는데 좋다는 소문이 너무나 파다해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특히 해변이 아름답다고 하여 해변이라도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모노레일 비치 스테이션(Beach Station)에서 내리면 바로 해변이지만 이왕 온 거 안쪽도 구경하면서 가기 위해 한 정거장 전인 임비아 스테이션(Imbiah Station)에서 하차했다. 센토사섬은 딱 놀이공원 같았다. 아이들과 함께인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았다. 해변으로 가는 길 마주친 놀이터에는 싱가포르 어린아이들이 다 모인 듯 시끌시끌했다. 안쪽은 이렇게 시끄러운 반면 해변이 있는 바깥쪽은 한적했다. 왜 인기 있는 휴양지인지 알 것 같았다. 해변에 모래는 아기들이 엉덩이에 바르는 분가루보다 고왔다. 맨발로 걷어 다니면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고운 모래 입자가 발을 싸악 감싸면서 발이 따듯해졌다. 연인들은 선베드에 누워,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었다. 격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야~ 이런 게 진짜 해변이지~”


너무 오랜만에 만난 한적한 해변이었다. 우리나라의 여름 해변은 워낙 찾는 사람이 많은 것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젊은 청춘들의 야외 클럽 혹은 나이트가 되어 버린 지 오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평화로운 해변이 반가웠다. 이 한적함과 여유로운 분위기를 계속 누리지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만약 다시 싱가포르에 오게 된다면, 그땐 반드시 센토사섬에서 며칠 쉬었다 가야지.

건너편 보이는 저곳이 바로 센토사섬


센토사섬 안 놀이터
팔라완 비치 근처 바, 비키니 바도 있다.^^*
팔라완 비치는 파도가 없고 물이 얕아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나 연인끼리 조용히 놀기에 좋다
이국적인 갬성의 야자수 나무
팔라완 비치와 팔라완 섬을 이어주는 다리
주말 밤이면 루프탑에서 파티가 열린다고 하는 비치클럽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새
한적했던 노을 지는 팔라완 비치


시에스타(Siesta):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의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아메리카에서 한낮에는 무더위 때문에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아 오후에는 낮잠을 자는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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